영화 마션
리들리 스콧 감독의 2015년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로켓의 수소연료로 물을 만들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위치한 NASA(미 항공우주국)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의 기원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달 1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 KENTECH)는 수시모집 원서접수 기간을 맞아 수험생 응원 온라인 드론쇼를 개최했다. 한여름 밤하늘에 군집한 드론들은 일사분란 하게 불빛들을 뿜어내며 수소 전주기 기술과 신소재 개발을 통한 전기차 상용화로 탄소배출 제로로 살아가는 미래의 깨끗한 지구를 형상화했다. / 사진제공=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켄텍이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을만한 칼텍은 세계 대학 랭킹에서 2020년 기준 세계 2위, 2021 QS 세계 대학 랭킹에서 세계 4위를 차지할 정도의 세계 최정상급 교육기관이다. 소수정예를 지향하며 매년 딱 200명의 신입생만 받는다. 괴짜 천재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국 인기 드라마 '빅뱅이론'의 무대도 칼텍이다.
개교 이후 칼텍은 미국은 물론 인류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제트(분사 추진식) 비행기의 원리를 처음으로 찾아냈으며, 지진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지구의 나이를 처음으로 밝혀냈고 반물질을 발견했다. 좌우 뇌의 기능이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곳도 칼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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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으로 설립되는 켄텍 역시 에너지 과학과 기술개발로 국가 에너지 산업에 기여하고 인류 에너지 난제 해결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칼텍과 비슷하게 소수정예를 지향한다. 매년 110명의 신입생만 뽑는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기를 맞아 세상을 바꿀 초엘리트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조감도. 한전공대는 나주혁신도시 부영CC 인근에 오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미지=나주시 제공)
이를 위해 켄텍은 전통적 공대의 전공·학과 체계에서 벗어나 에너지공학 단일학부를 운영한다. 미국의 신흥 명문인 보스턴 올린공대, 뉴욕 코넬공대를 벤치마킹했다. 학생들은 전공선택 없이 에너지 중점 연구분야 5개 가운데 원하는 전공분야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설계할 수 있다.
수업의 목표, 활동, 산출물, 평가방법도 학생이 교수와 함께 결정한다. 학생들은 개인의 적성과 관심에 따라 설계된 유연한 교육과정을 통해 자유롭게 지식과 경험을 쌓아간다.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은 1 대 7 수준이 될 전망이다.
지난 6월14일 대성여자고등학교에서 진행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 입학설명회 모습./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
미네르바 스쿨 졸업생은 뛰어난 학습 성과를 바탕으로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창업과 대학원 진학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켄텍은 미네르바 학습 플랫폼을 현재 자체 설계중인 현장형 '탐구프로젝트 기반'(Inquiry Based Learning) 공학 교과와 연계할 계획이다.
윤의준 켄텍 총장은 "신기후 체제 하에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혁신이 필요한 시대에 켄텍은 잠재력 높은 인재를 선발하고 새로운 교육과 교원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려고 한다"며 "다가오는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고난도 기술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갈 첫 행보가 켄텍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켄텍은 오는 10일 수시모집을 시작으로 1기 학부생을 뽑는다. 수시 100명, 정시 10명 등 총 110명이다. 수시는 최저학력 기준이 없다.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뽑는데, 수험생 개인의 창의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창의성 면접'을 도입했다. 면접에 정해진 답은 없다. 제시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을 통해 과학적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수학적 사고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카드를 열어보세요"...에너지공대 신입생 면접서 합격하는 법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KENTECH)의 창의성면접에 활용되는 'Mission KENTECH Package' 카드./사진=한국에너지공대 유튜브 채널 캡쳐
한국에너지공대학교(켄텍·KENTECH)가 신입생 선발을 위한 수시모집 전형 가운데 '창의성 면접'에서 활용할 카드에 적힌 문구다. 이 카드와 함께 '주어진 카드의 환경에서 전기를 생산할 계획을 세워보라'는 질문이 던져진다.
학교 측이 공개한 모범 답안은 이런 식이다. "화산지대가 있다고 하니 지열을 활용하는 발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무들이 울창한데 벌목해서 철도를 놓는데 사용하거나 임시 시설물을 건설하는 데 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내년 3월 개교하는 켄텍이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활용할 '창의성 면접'은 미국 주요 IT(정보기술)·컨설팅 기업 등이 채용 면접 때 활용하는 '케이스 면접'과 비슷하다. 특정 조건 아래 문제를 던져주고 해결책을 찾으라는 식이다. 과학적 창의력 뿐 아니라 문제해결능력, 수학적 사고력, 인문적 통찰력 등 종합적 사고력을 가진 인재를 뽑겠다는 켄텍의 의지가 묻어난다.
켄텍의 창의성 면접은 '미션 켄텍 패키지(Mission KENTECH Package)'란 자체 개발툴을 활용해 진행된다. 켄텍이 공개한 면접 소개영상에 따르면 창의력 면접에 응시한 학생들은 우선 6개의 지역카드와 30개의 장비카드가 들어있는 카드 한뭉치를 받는다. 카드 앞면에는 해당 지역·장비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묘사돼 있다. 뒷면에는 이와 관련된 상세한 숫자와 그래프 등이 담겨 있다.
창의성 면접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3개의 문제가 담긴 질문지를 받는다. 30분 동안 주어진 카드를 활용해 각자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25분동안 면접관에게 풀어내면 된다. 정해진 답은 없다. 지역카드를 보면 사막과 열대 습지, 협곡, 초원, 고산지대, 심해/해양으로 구성돼 있는데 어느 지역을 선택하더라도 불이익이 없다. 선택한 지역과 장비를 통해 엮어낸 학생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면 충분하다. 창의성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KENTECH)의 창의성면접에 활용되는 'Mission KENTECH Package' 카드./사진=한국에너지공대 유튜브 채널 캡쳐
특히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 정형화된 답변을 했던 학생보다 카드에 있는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창의적인 답변을 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가 주어졌다. 그림에 있는 정보와 그래프로 제공되는 자료 등을 최대한 활용해 답변을 하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켄텍 관계자의 설명이다.
켄텍은 지금까지 과학고·영재학교 28개교와 자사고·일반고 93개교를 방문해 설명회를 진행했다. 특히 첫 해 신입생들의 수준이 학교의 성패를 가늠하게 되는 만큼 켄텍은 학교가 바라는 소수정예의 우수한 인재를 모으기 위해 학생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광재 켄텍 입학센터장은 "지난 2개월간 방문한 96개 고교에서 학생들의 끊임없는 질문과 눈빛을 통해 새로운 대학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개교 첫 해인 내년 켄텍은 110명의 학부생을 선발한다. 이 가운데 100명을 수시전형으로 뽑는다. 1차 학생부기반 면접(30%)과 창의력 면접(70%)이 반영된다. 최저학력기준은 없다. 대신 정시 모집 10명은 수능 100%로 선발한다.
수시 전형은 1단계에서 서류평가 100%로 일정 배수를 선발한 후 1단계 합격자에 한해 2단계 학생부 기반면접과 창의력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시 전형의 경우 오는 10~14일 지원서를 접수하고 11월19일 1차 합격자를 발표한다. 12월4일 면접평가를 거쳐 같은 달 16일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시 전형은 12월30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원서를 접수하고 2월8일 합격자를 공개한다.
윤의준 켄텍 총장은 "졸업장이 아니라 개인 역량으로 미래 경쟁력을 만드는 시대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며 "취업형 인재가 아니라 연구개발과 창업중심의 실전형 인재를 길러내야 에너지산업 생태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