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이나 원전 건설…'원전동맹' 두산重도 수주하나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9.0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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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이 주기기 제작에 참여하는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두산중공업이 주기기 제작에 참여하는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두산중공업이 원자력발전 주기기와 주단소재 등을 공급하는 미국 원전 기업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원전 건설 계약을 잇달아 맺었다. 두산중공업의 우크라이나 원전 기자재 수주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이 해외 원전 시장에 함께 진출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내놓은 이후 나온 성과라 두산중공업의 해외 수주가 더욱 기대된다.

2일 원전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는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운영사인 에네르고아톰(Energoatom)과 지난달 31일(미국 현지시간) AP1000 원전 5개 호기를 건설하는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 간 협력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로 건설이 중단된 흐멜니츠키 4호기 완공부터 추진한다. WEC는 AP1000 원전을 흐멜니츠키 4호기에 적용해 완공한다. 또 AP1000 원전노형을 적용해 총 4개 호기의 신규원전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번에 건설하는 5개 호기의 총 공사비는 300억 달러(약 35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이어 두산중공업이 지분을 투자한 미국 뉴스케일파워도 에네르고아톰과 우크라이나 배치를 검토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뉴스케일파워는 건설부지를 위한 타당성 조사, 사업일정·비용·기술사항 검토 인허가·설계 작업 등을 포함해 SMR(소형모듈원전) 도입을 위해 지원한다.



국내 원전 업계에선 미국 원전 업체가 우크라이나와 맺은 계약이 두산중공업의 수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은 원전 기술 및 인력을 공유하고 해외 원자력발전소 시장에 함께 진출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원전 설계·제작·시공은 한국이 맡고, 주요 부품과 운영 사업은 미국이 맡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미국은 1979년 TMI-2호기 원전 사고 이후 지난 40여 년 간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다. 원천기술은 있지만 건설 관련 노하우가 부족하다. 반면 한국은 최근 UAE(아랍에미레이트) 바라카 원전 상업운전을 성공시키는 등 실적을 쌓았다.

두산중공업과 미국 원자력업체 간 협력은 낯선 일이 아니다. 특히 이번에 우크라이나와 원전 건설 계약을 맺은 WEC와 뉴스케일파워는 두산중공업과 끈끈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원전 원천기술을 보유한 WEC는 원자로 용기, 증기 발생기 등 주기기를 두산중공업에 발주해왔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머 원전과 조지아주 보글 원전의 주기기도 두산중공업이 공급했다. WEC가 수주한 중국 산먼과 하이양의 AP1000 원전의 원자로 주기기도 두산중공업에서 공급했다.


SMR 업체인 뉴스케일도 두산중공업의 원전 모듈 제작 기술을 높이 평가해 협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SMR은 대형원전 크기의 150분의 1 규모인 소형모듈원전이다. 용량은 기존 대비 10분의 1이지만 사고발생률은 1000분의 1 수준으로 안전성도 대폭 높여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 받는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뉴스케일파워에 총 1억400만 달러를 투자해 9% 지분을 확보했다. 두산중공업은 뉴스케일파워를 통해 2027년까지 약 3조3000억원 규모의 SMR 주요 기자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원전 건설 계약과 더불어 1일(미국 현지시간) 양국 간 상호 에너지분야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성명을 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원전 건설 계약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친환경 에너지 자원이란 인식을 바탕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해외 원전 시장이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폴란드, 인도 등에서 해외 원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4기, 체코에서 2기, 폴란드에서 2기, 인도에서 2기의 사업을 따낼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는 WEC가 기본 설계를 수주했고, 두산중공업은 증기발전기와 원자로 등 주기기 제작 협력사로 참여한다. 이번 WEC와 우크라이나의 계약으로 해외 수주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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