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출항' 현대중공업…대조양 '암초'에도 순항할까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강민수 기자 2021.09.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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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앞둔 현대중공업, 태풍 피해갈까]

'IPO 출항' 현대중공업의 청사진…#친환경 #디지털 #초격차

'IPO 출항' 현대중공업…대조양 '암초'에도 순항할까


환경 선박의 퍼스트무버(First Mover), 선제적 투자를 통한 초격차 달성.

오는 16일 기업공개(IPO)를 앞둔 현대중공업이 2일 기자간담회에서 제시한 미래 청사진이다. 친환경·디지털 선박, 스마트 조선소 구축, 수소 인프라 등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이날 간담회에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사장)는 회사의 경쟁력, 미래전략, 재무현황 등을 설명했다.

이번 IPO 조달자금은 최대 1조800억원 규모다. 현대중공업이 하반기 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이유다. 현대중공업은 이중 약 7600억원을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한 초격차 기술 확보에 투자한다. 세부적으로는 친환경 선박과 디지털 선박 기술 개발에 3100억원,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3200억원, 수소 인프라 분야에 13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친환경 선박 분야에선 수소·암모니아 선박, 전기추진 솔루션, 가스선 화물창 개발에 집중한다. 고부가가치 선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디지털트윈 등 디지털선박 기술을 고도화해 급성장이 예상되는 자율운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또 2030년까지 생산에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조선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생산체계와 안전한 야드를 조성한다. 해상 수소 인프라 시장 선점을 위해 해상 신재생 발전 및 그린수소 생산, 수소 운송 인프라 분야 투자를 늘린다.

한 대표는 현대중공업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조3120억원의 매출과 325억원의 영업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좋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신규 수주 증가로 선수금 유입이 늘었다. 순차입금 비율은 34.9%를 기록중이다. 이는 국내 주요 조선사 평균인 107.9%에 비해 1/3 수준이다. 한 대표는 "현대중공업은 우량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수주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말까지 조선해양부문에서 59척(86억달러 규모)을 수주했다. 연간 목표액(72억달러)을 20% 초과 달성했다. 2014년 이후 같은 기간 수주량 중 역대 최고치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머스크사로부터 세계 최초로 1조6500억원 규모의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하는 등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해운 리서치 기관인 영국 MSI(Maritime Strategies International)에 따르면 글로벌 조선 시장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불황을 겪은 뒤 올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2025년까지 글로벌 신조 시장 수요가 연 평균 약 16% 성장하는 등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판매자시장(Seller's Market)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대표는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사업과 엔진사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친환경 미래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지난 50년에 이어 다가올 50년에서도 조선업계 1위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IPO를 통해 전체 지분의 20% 규모인 1800만주를 신주 발행할 계획이다. 현재 그룹 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9월 2~3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한 후 6일 최종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7일과 8일 이틀 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오는 16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김평화 기자



'묵직한' 현대중공업 IPO, 순항 OR 난항?…체크포인트 3가지

'IPO 출항' 현대중공업…대조양 '암초'에도 순항할까
글로벌 1등 조선사 현대중공업이 증시 출사표를 던졌다. 플랫폼·바이오 일색이던 IPO(기업공개) 시장에 나타난 조선주의 등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3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2001년 대우조선해양 (32,700원 ▼600 -1.80%) 이후 20년 만의 조선주의 증시 상장이다. 2017년 4월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레트릭 3개사 주식을 현물출자 받아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60,500원 ▼600 -0.98%)가 된 것을 제외하고는 국내 증시 상장에 나선 조선주는 없었다.

공모 금액만 최대 1조800억원, 예상 시가총액은 5조3264억원에 달하는 대어다. 글로벌 1등 조선사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현대중공업은 1972년 조선소 건설 이래 지난해까지 세계 52개국 323개 선주사에 2069척을 인도해왔다.

세계 1등 현대중공업은 IPO(기업공개) 시장에서도 순항할 수 있을까. 눈여겨볼 투자 포인트를 세가지로 추려봤다.

①'양날의 검' 조선업…"시장 관심 먼 장치산업" VS "밸류에이션 매력 강조"
'IPO 출항' 현대중공업…대조양 '암초'에도 순항할까
국내 증시에서 굵직한 조선주의 상장은 1980~1990년대에 이뤄졌다. 현대미포조선 (71,300원 ▲6,400 +9.86%)(1983년), 삼성중공업 (9,630원 ▲90 +0.94%)(1994년), 한국조선해양 (119,300원 ▼100 -0.08%)(1994년) 등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비교 기업을 찾기도 드물다. 국내에 상장된 조선주의 희소성은 '양날의 검'이다.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주목받는 바이오·플랫폼 등과 거리가 먼 장치산업이라는 점은 마이너스 요소일 수도 있다. 조선업 특성상 이들 산업처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거나 확장성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확실히 시장에서 '큰 재미 볼 종목'이라는 인식은 적은 편"이라며 "최대 시총 5조원에 달하는 대어치고는 관심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오히려 상대적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가 6조원 수준으로 거론됐으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최대 5조원대로 책정됐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각각 1.33배, 1.10배"라며 "현대중공업의 공모 PBR 밴드는 0.77~0.87배로 경쟁회사 대비 낮은 가격"이라고 분석했다.

②패시브 자금 유입 기대…"LG에너지솔루션 반사 수혜?"
최대 시가총액 5조원이 넘는 대형주인 점은 패시브 자금 유입 기대감을 키운다. 코스피200의 경우 상장 이후 15영업일 일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보통주 시가총액 순위 50위 이내에 포함되면 신규 상장 종목 특례편입이 가능하다.

현재 코스피 시총 50위인 한화솔루션 (24,900원 ▼600 -2.35%)의 시가총액은 7조원대 중반이다. 신한금융투자에서 제시한 현대중공업의 목표가는 9만원으로, 시총으로 따지면 약 8조원 수준이다.

최근 상장한 대형 공모주의 사례를 살펴보면 수혜 규모를 엿볼 수 있다. 코스피200 조기 편입이 확정된 크래프톤 (254,000원 ▼6,000 -2.31%)카카오뱅크 (23,750원 ▼300 -1.25%)는 지난달 나란히 연기금 순매수 1·2위에 올랐다. 순매수 규모는 각각 5752억원, 5546억원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의 ETF(상장지수펀드)와 인덱스펀드, 이를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주요 기관투자자 자금을 모두 더하면 약 40조원 수준이다. 이중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으로 약 2800억~3500억원이 추가 유입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이 불투명해진 점도 호재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일진하이솔루스 (21,300원 ▼850 -3.84%)의 선전, 크래프톤 (254,000원 ▼6,000 -2.31%)의 반등 등으로 IPO 시장이 다시금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연기설이 제기되면서 다른 대어급 공모주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③조선업 호황기 다시 올까...'지지부진'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리스크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LNG선/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LNG선/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조선업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업종이다. 최근 회복세 들어선 경기 사이클은 현대중공업 IPO에 있어 호재로 평가된다.

나 연구원은 "조선업은 전통적으로 경기 회복 국면에서 강세를 보였던 산업재 업종"이라며 "최근 경기 개선세를 고려한다면 현대중공업 상장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가온 선박 교체 사이클도 긍정적이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전성기에 만들어진 선박들이 노후선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며 "그간 해운업 침체 등으로 선박 교체가 충분치 못하면서 상선들의 평균 선령이 높아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5년간 조선업 수주 환경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지지부진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아픈 손가락이다. 2019년 초 인수후보로 확정된 지 2년이 넘었지만, 해외 조선사들의 거센 반발로 아직도 기업결합 승인이 나지 않았다.

한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이)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합병되는 것에 대한 해외 조선사들의 부담감이 큰 것으로 안다"며 "인수가 이뤄지더라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민수 기자



대조양 인수 '암초'만난 현대중공업…'좌초' 피할수있을까

'IPO 출항' 현대중공업…대조양 '암초'에도 순항할까
잔칫집에 골칫거리가 있다. 오는 16일 기업공개(IPO)를 앞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32,700원 ▼600 -1.80%) 인수 얘기다. 현대중공업 그룹이 대조양 인수후보로 확정된 게 2019년 1월인데, 1년 9개월이 지나도록 기업결합승인이 나지 않았다. 불확실성은 피해야 할 암초다.

심할 경우 딜이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합병에 따른 실익이 떨어지고 견뎌내야할 리스크가 커진다면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두 기업의 결합이 완성되기 위해선 총 6개 심사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카자흐스탄·중국·싱가포르 등이 승인했지만 한국·유럽연합(EU)·일본의 승인이 나지 않았다.

인수가 완료될 경우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며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다. 이때문에 유럽 조선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달중 EU 공정위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먹구름이 짙어진다. 결합심사는 선정된 심사국들의 만장일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EU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부문 독점을 경계한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발주된 LNG선 152만9412CGT(표준선 환산 톤수) 중 143만352CGT를 국내 3사(삼성중공업 포함)가 수주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조양이 합병하면 점유율은 절대적 숫자가 된다. EU에 LNG선을 주문할 선주들이 밀집했다는 점에서 EU 집행위원회는 두 회사의 합병이 불공정 시장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공정위도 두 회사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 지난 5월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다"고 밝혔지만 연내 승인 여부가 미지수라는 시각이 있다. 양사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센데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고려 얘기도 나온다.

경남지역에서도 인수합병을 달갑게 보지 않는다. 변광용 거제시장과 강석주 통영시장, 허성무 창원시장은 지난 6월 거제 옥포 대우조선해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 매각 철회를 요구했다.

그사이에 대조양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조양은 지난 2분기 영업손실 1조74억원(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상반기 총 영업손실은 1조2203억원에 달한다. 연말이면 대조양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등 현대중공업의 인수 실익이 떨어진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시너지보다 짊어지게 해야 할 '책임'만 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방향에 따라 현대중공업 주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까지 싱가포르와 카자흐스탄, 중국 정부가 기업결합 승인을 내렸다는 것은 한줄기 희망이다. 특히 경쟁국으로 여겨지는 중국에서의 승인은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EU와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심사가 늦춰진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건 아니라는 시각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업결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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