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일' 채운 마지막 '19시간'..HMM 노사 극적타결 막전막후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이강준 기자, 정한결 기자 2021.09.03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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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HMM 노사가 2일 오전 2021년 임금 및 단체 협약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이번 합의로 육·해상직원의 임금은 각각 7.9%씩 인상되고, 격려금 및 생산성 장려금도 650% 올려 받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HMM 본사 로비의 모습. 2021.9.2/뉴스1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HMM 노사가 2일 오전 2021년 임금 및 단체 협약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이번 합의로 육·해상직원의 임금은 각각 7.9%씩 인상되고, 격려금 및 생산성 장려금도 650% 올려 받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HMM 본사 로비의 모습. 2021.9.2/뉴스1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까지 몰렸던 HMM 노사가 77일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고 2일 최종 합의안에 서명했다. 유난히 길었던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의 시작은 지난 6월18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HMM 내 2개 노동조합(노조) 중 사무직이 주축이 된 육상노조와의 첫 상견례가 진행된 시점이다. 노사 모두 해운업 호황으로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협상장으로 나온 터라 초반부터 교섭이 순탄치 않았다. 과거 실적 악화가 이어지며 2019년까지 8년간 임금 동결에 묶였던 노조 입장에선 물러설 데가 없었다.



삐걱거리기 시작한 건 지난달 4일 해원(선원)노조와의 임단협 4차 교섭이 결렬되면서다. 해원노조는 엿새전(7월30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육상노조와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양 노조는 통상 2주가 걸리는 중노위 조정 실패시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했다.

갈등의 핵심은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규모였다. 노조는 급여 정상화를 내걸고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인상률 5.5%와 성과급 200% 지급을 고수하면서 맞섰다. 여전히 채권단 관리 하인 상황에서 높은 임금 인상은 수용하기 어렵고 그간 공적자금으로 3조원 이상이 들어간 상황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기도 부담스럽다는게 사측의 논리였다. 여기에 사실상 협상 관련 전권을 쥐고 있는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사간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는 마지막 임단협 교섭(8월11일)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협상 타결은 불발로 끝났다.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건 일주일 뒤인 지난 18일이었다. HMM 사측은 이날 노조측에 임금 8% 인상안과 성과급 500% 지급하는 최종안을 제시했다. 이 안엔 교통비 월 10만원 인상과 복지카드 포인트 전직원 연간 50만원 인상 등이 포함돼 실질적인 임금 인상률은 10%를 넘었다. 성과급도 임금 협상 타결시 지급되는 격려금 300%에 생산성 장려금 200%(올해 실적 가결산 후 내년 2월 지급 예정)가 반영됐다. HMM 안팎에선 협상 타결의 돌파구가 마련됐다며 기대했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육상노조와 해원노조 모두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사측 최종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때부터 노사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며 파국으로 치달았다. 중노위 조정이 실패하자 합법적 쟁의권 확보를 바탕으로 즉각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결의했다. 해원노조의 경우 현행법상 모항(부산항) 외에 타지역에서 파업이 제한되는 점을 감안해 해외선사 단체이직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파업에 따른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은 막아야 한다"는 사측 호소에도 두 노조 모두 전향적인 절충안을 요구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하지만 사측을 비롯해 정부와 산은 등의 물밑 중재가 이뤄지며 파업보단 재협상 쪽으로 무게 추가 옮겨졌다.

그렇게 HMM 노사 대표는 지난 1일 오후2시에 협상장에 다시 나왔다. 밤샘 협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성과급 부문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배재훈 HMM 사장, 김진만 육상노조위원장과 함께 교섭에 나섰던 전정근 해원노조위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한때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협상은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며 "(최대 주주이자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나 사측이나 너무하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결국 결렬·재협상이 반복되며 하루를 꼬박새워 19시간여를 보낸 2일 오전 노사 대표들은 △임금인상 7.9%(2021년 1월 1일부로 소급 적용) △격려금 및 생산성 장려금 650%(연내지급) △복지 개선 평균 약 2.7% 등을 골자로 한 임단협 최종 합의안에 서명했다. 노조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HMM이 파업으로 멈춰설 경우 국내 경제가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도 "현재 선복 부족, 운임급 등으로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며 "임금 협상 장기화로 화주들에게 불안감을 야기시킨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리며, 수출화물이 차질없이 운송될 수 있도록 노사가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HMM (14,660원 ▼40 -0.27%)은 앞으로 임금 경쟁력을 제고하고 합리적 성과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사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성과급 제도 및 3년간의 임금조정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또 TF에서 도출한 방안에 노사가 합의할 경우 3년간의 임단협을 대체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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