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현대중공업 IPO, 순항 OR 난항?…체크포인트 3가지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김평화 기자 2021.09.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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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앞둔 현대중공업, 태풍 피해갈까]②

'묵직한' 현대중공업 IPO, 순항 OR 난항?…체크포인트 3가지


글로벌 1등 조선사 현대중공업이 증시 출사표를 던졌다. 플랫폼·바이오 일색이던 IPO(기업공개) 시장에 나타난 조선주의 등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3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2001년 대우조선해양 (34,750원 ▲2,550 +7.92%) 이후 20년 만의 조선주의 증시 상장이다. 2017년 4월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레트릭 3개사 주식을 현물출자 받아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64,700원 ▲2,300 +3.69%)가 된 것을 제외하고는 국내 증시 상장에 나선 조선주는 없었다.

공모 금액만 최대 1조800억원, 예상 시가총액은 5조3264억원에 달하는 대어다. 글로벌 1등 조선사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현대중공업은 1972년 조선소 건설 이래 지난해까지 세계 52개국 323개 선주사에 2069척을 인도해왔다.



세계 1등 현대중공업은 IPO(기업공개) 시장에서도 순항할 수 있을까. 눈여겨볼 투자 포인트를 세가지로 추려봤다.

①'양날의 검' 조선업…"시장 관심 먼 장치산업" VS "밸류에이션 매력 강조"
'묵직한' 현대중공업 IPO, 순항 OR 난항?…체크포인트 3가지
국내 증시에서 굵직한 조선주의 상장은 1980~1990년대에 이뤄졌다. 현대미포조선 (73,100원 ▼100 -0.14%)(1983년), 삼성중공업 (9,630원 ▲150 +1.58%)(1994년), 한국조선해양 (125,300원 ▲6,000 +5.03%)(1994년) 등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비교 기업을 찾기도 드물다. 국내에 상장된 조선주의 희소성은 '양날의 검'이다.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주목받는 바이오·플랫폼 등과 거리가 먼 장치산업이라는 점은 마이너스 요소일 수도 있다. 조선업 특성상 이들 산업처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거나 확장성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확실히 시장에서 '큰 재미 볼 종목'이라는 인식은 적은 편"이라며 "최대 시총 5조원에 달하는 대어치고는 관심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오히려 상대적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가 6조원 수준으로 거론됐으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최대 5조원대로 책정됐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각각 1.33배, 1.10배"라며 "현대중공업의 공모 PBR 밴드는 0.77~0.87배로 경쟁회사 대비 낮은 가격"이라고 분석했다.

②패시브 자금 유입 기대…"LG에너지솔루션 반사 수혜?"
최대 시가총액 5조원이 넘는 대형주인 점은 패시브 자금 유입 기대감을 키운다. 코스피200의 경우 상장 이후 15영업일 일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보통주 시가총액 순위 50위 이내에 포함되면 신규 상장 종목 특례편입이 가능하다.

현재 코스피 시총 50위인 한화솔루션 (24,550원 ▼550 -2.19%)의 시가총액은 7조원대 중반이다. 신한금융투자에서 제시한 현대중공업의 목표가는 9만원으로, 시총으로 따지면 약 8조원 수준이다.

최근 상장한 대형 공모주의 사례를 살펴보면 수혜 규모를 엿볼 수 있다. 코스피200 조기 편입이 확정된 크래프톤 (238,000원 ▼21,000 -8.11%)카카오뱅크 (24,500원 ▼200 -0.81%)는 지난달 나란히 연기금 순매수 1·2위에 올랐다. 순매수 규모는 각각 5752억원, 5546억원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의 ETF(상장지수펀드)와 인덱스펀드, 이를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주요 기관투자자 자금을 모두 더하면 약 40조원 수준이다. 이중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으로 약 2800억~3500억원이 추가 유입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이 불투명해진 점도 호재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일진하이솔루스 (22,050원 ▲150 +0.68%)의 선전, 크래프톤 (238,000원 ▼21,000 -8.11%)의 반등 등으로 IPO 시장이 다시금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연기설이 제기되면서 다른 대어급 공모주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③조선업 호황기 다시 올까...'지지부진'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리스크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LNG선/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LNG선/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조선업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업종이다. 최근 회복세 들어선 경기 사이클은 현대중공업 IPO에 있어 호재로 평가된다.

나 연구원은 "조선업은 전통적으로 경기 회복 국면에서 강세를 보였던 산업재 업종"이라며 "최근 경기 개선세를 고려한다면 현대중공업 상장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가온 선박 교체 사이클도 긍정적이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전성기에 만들어진 선박들이 노후선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며 "그간 해운업 침체 등으로 선박 교체가 충분치 못하면서 상선들의 평균 선령이 높아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5년간 조선업 수주 환경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지지부진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아픈 손가락이다. 2019년 초 인수후보로 확정된 지 2년이 넘었지만, 해외 조선사들의 거센 반발로 아직도 기업결합 승인이 나지 않았다.

한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이)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합병되는 것에 대한 해외 조선사들의 부담감이 큰 것으로 안다"며 "인수가 이뤄지더라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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