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조 "韓 경제 위해 대승적 결단…임금 정상화 없으면 파업"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1.09.0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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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HMM 육상, 해상노조 공동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정근 해원노조(선원노조) 위원장, 김진만 육상노조(사무직 노조) 위원장, 이재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위원장, 김두영 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 의장 (공동취재사진) 2021.09.02.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HMM 육상, 해상노조 공동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정근 해원노조(선원노조) 위원장, 김진만 육상노조(사무직 노조) 위원장, 이재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위원장, 김두영 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 의장 (공동취재사진) 2021.09.02.


파업 직전까지 갔다가 극적 합의에 이른 국내 최대 국적 선사 HMM (14,850원 ▼100 -0.67%) 노조가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결단을 내렸지만 납득할만한 성과급 제도가 도입되지 않으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2일 오전10시30분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HMM 육상·해상 노조 공동 긴급 기자회견'에서 HMM 노조가 속한 사무금융노조의 이재진 위원장은 "노조는 HMM이 갖는 한국 경제에서의 엄청난 위치에 있다보니 오히려 회사보다, KDB산업은행(산은)보다, 정부보다 더 국가 경제를 걱정하는 심정으로 타결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8시 배재훈 HMM 대표이사를 비롯해 김진만 육상노조위원장, 전정근 해원(선원)노조위원장은 임금협상 최종 합의안에 서명했다. 지난 6월 18일 육상노조를 시작으로 진행된 임금협상은 이날 최종 서명으로 77일만에 마무리됐다. 전날 오후 2시 협상을 시작한지 19시간만이다.

노조가 밝힌 노사합의안에 따르면 양측은 △임금인상(7.9%)에 교통비 복지포인트 등 인상으로 총액 기준 10.6% 인상 △보너스 650% 올해 지급(9월 중 350%, 12월 중 300%) △임금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사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하고 성과급 제도 및 향후 3년간 임금 조정 방안 마련 등을 합의했다.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성과급 부문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배 사장과 김 육상노조위원장과 함께 협상장에 들어갔던 전 해원노조위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한때 협상이 결렬됐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전날 오후 10시 40분쯤 기자들에게 "이날 협상은 결론 없이 마무리 됐다"며 "(최대 주주이자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나 사측이나 너무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조 "국가 경제를 위해 대승적 결단…임금 '인상'아닌 '정상화' 과정"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진만 HMM 육상노조 위원장이 2일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HMM 육상, 해상노조 공동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교섭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 (공동취재사진) 2021.09.02.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진만 HMM 육상노조 위원장이 2일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HMM 육상, 해상노조 공동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교섭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 (공동취재사진) 2021.09.02.

노조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HMM이 파업으로 멈춰설 경우 국내 경제가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해원노조에 따르면 전체 수출입 물량의 99.7%를 HMM이 담당하고 있다. 선원법 등으로 HMM 같은 해운사 직원들의 파업에 많은 제약을 걸어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HMM이 파업을 고려했던 이유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COVID-19) 기저효과로 회사가 고성장해온 것에 반해 직원들의 급여는 10년간 사실상 동결됐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감봉과 마찬가지다. HMM 영업이익은 지난해 98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는 2조4000억원, 2021년 전체로서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육상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이 발생했는데 1.8% 임금 인상과 100만원의 위로금이 전부였다"며 "HMM의 2020년도 인건비 비중이 2%가 채 안된다. 올해 임금인상 안되면 1%가 안될 텐데 그정도 수준이 비용을 뭘 얼마나 아끼려고 했던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HMM의 임금 수준이 100이라고 한다면, 다른 규모가 훨씬 작은 중소해운사 임금은 120, 130 수준"이라며 "많이 양보해서 임금 인상률 25%를 요구했지만 사실상 '인상'이 아니라 '정상화'라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HMM 노사, 고정비 지출 부담스러워 임금 대폭 인상에서 '성과급 제도' 마련으로 선회…"빠른 시일내에 공적자금 환수"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HMM 본사에서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이날 HMM은 오후 2시부터 배재훈 HMM 사장과 김진만 육상노조 위원장, 전정근 해상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가 모두 참석해 사실상 마지막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는 협상할 예정이다. 2021.09.01.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HMM 본사에서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이날 HMM은 오후 2시부터 배재훈 HMM 사장과 김진만 육상노조 위원장, 전정근 해상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가 모두 참석해 사실상 마지막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는 협상할 예정이다. 2021.09.01.
그러나 7조2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HMM의 사정상, 고정비(임금) 지출을 늘리는 건 부담스럽다는 게 물밑 협상을 담당했던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정부부처들과 산은의 중론이었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여 '성과급 제도'를 마련하자고 사측에 역제안을 내놨다. 9시간여 협상 끝에 성과급 제도 마련을 위한 TF를 구성하겠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이 위원장은 "수조원 단위로 이익이 실현되는 회사에서 노동자에게 합당한 보상이 따라야한다는 건 정부를 비롯해 대부분 인정했다"며 "최초 1200%로 제안했던 성과급 수준도 650%로 낮춘 이유는 향후 TF 구성에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임금 정상화와 궁극적으로 'HMM의 정상화'가 최종 목표라고 했다. 아직 공적자금을 환수하지 못해 노사간의 일인데도 외부 채권단의 개입이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 위원장은 "HMM 사장이 최고결정권자인데도 산은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입장"이라며 "행정관료의 개입으로 원만한 노사관계 정립도 어려워지고 있다. 빠른 시일내에 정상적인 회사로 회복시켜 놓는게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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