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딱 110명만 뽑는다"...'소수정예' 초엘리트 공대의 탄생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2021.09.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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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한국판 칼텍(Caltech)의 꿈, '한국에너지공대'①

편집자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은 핵심인재 양성 여부에 달렸다. 미래 에너지 확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할 인력의 육성이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에너지공대', 즉 켄텍(KENTECH)의 설립을 약속한 이유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Caltech)처럼 소수정예 초엘리트 공대를 지향하며 내년 3월 문을 여는 켄텍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 마션영화 마션


#"예전에 캘리포니아공대(칼텍·Caltech) 학생 다섯명이 로켓 연료를 만들려다 기숙사를 날릴 뻔했어요. 그런데 퇴학시키긴 커녕 학교 측이 근처 농장에서 계속 연구하게 해줬대요. 덕분에 우주 탐사가 가능해졌죠."



리들리 스콧 감독의 2015년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로켓의 수소연료로 물을 만들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위치한 NASA(미 항공우주국)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의 기원을 이렇게 설명한다.

JPL은 1930년대 칼텍의 대학원생 프랭크 맬리너가 만든 로켓 동아리를 모태로 한다. 지금도 편제상 JPL은 NASA의 산하 연구소지만 실제 운영은 칼텍이 담당한다. 인류가 로켓의 수소연료를 활용해 달에 간 건 사실상 칼텍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달 1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 KENTECH)는 수시모집 원서접수 기간을 맞아 수험생 응원 온라인 드론쇼를 개최했다. 한여름 밤하늘에 군집한 드론들은 일사분란 하게 불빛들을 뿜어내며 수소 전주기 기술과 신소재 개발을 통한 전기차 상용화로 탄소배출 제로로 살아가는 미래의 깨끗한 지구를 형상화했다. / 사진제공=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이달 1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 KENTECH)는 수시모집 원서접수 기간을 맞아 수험생 응원 온라인 드론쇼를 개최했다. 한여름 밤하늘에 군집한 드론들은 일사분란 하게 불빛들을 뿜어내며 수소 전주기 기술과 신소재 개발을 통한 전기차 상용화로 탄소배출 제로로 살아가는 미래의 깨끗한 지구를 형상화했다. / 사진제공=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세운 대한민국에도 칼텍과 같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고급 인재 양성소가 요구된다.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이하 켄텍)에 대한 기대가 높은 이유다.

켄텍이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을만한 칼텍은 세계 대학 랭킹에서 2020년 기준 세계 2위, 2021 QS 세계 대학 랭킹에서 세계 4위를 차지할 정도의 세계 최정상급 교육기관이다. 소수정예를 지향하며 매년 딱 200명의 신입생만 받는다. 괴짜 천재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국 인기 드라마 '빅뱅이론'의 무대도 칼텍이다.

개교 이후 칼텍은 미국은 물론 인류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제트(분사 추진식) 비행기의 원리를 처음으로 찾아냈으며, 지진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지구의 나이를 처음으로 밝혀냈고 반물질을 발견했다. 좌우 뇌의 기능이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곳도 칼텍이다.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으로 설립되는 켄텍 역시 에너지 과학과 기술개발로 국가 에너지 산업에 기여하고 인류 에너지 난제 해결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칼텍과 비슷하게 소수정예를 지향한다. 매년 110명의 신입생만 뽑는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기를 맞아 세상을 바꿀 초엘리트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조감도. 한전공대는 나주혁신도시 부영CC 인근에 오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미지=나주시 제공)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조감도. 한전공대는 나주혁신도시 부영CC 인근에 오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미지=나주시 제공)
켄텍은 기존 지식 위주의 주어진 문제를 풀어내는 수동적 교육을 탈피하고, 학생들이 협업을 통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끊임없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창의적 방향을 제시하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켄텍은 전통적 공대의 전공·학과 체계에서 벗어나 에너지공학 단일학부를 운영한다. 미국의 신흥 명문인 보스턴 올린공대, 뉴욕 코넬공대를 벤치마킹했다. 학생들은 전공선택 없이 에너지 중점 연구분야 5개 가운데 원하는 전공분야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설계할 수 있다.

수업의 목표, 활동, 산출물, 평가방법도 학생이 교수와 함께 결정한다. 학생들은 개인의 적성과 관심에 따라 설계된 유연한 교육과정을 통해 자유롭게 지식과 경험을 쌓아간다.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은 1 대 7 수준이 될 전망이다.

지난 6월14일 대성여자고등학교에서 진행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 입학설명회 모습./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지난 6월14일 대성여자고등학교에서 진행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 입학설명회 모습./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
켄텍은 세계적에서 가장 입학하기 힘든 대학이라는 명성을 가진 미네르바 스쿨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습컨텐츠와 학습플랫폼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미네르바 프로젝트 온라인 학습 플래폼 '포럼'은 학습과학에 근거해 교수와 학습자간 완전한 능동적 학습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 참여도 실시간 분석, 팀별 온라인 협업도구 제공, 수업 전과정 녹화 및 개인별 정확한 피드백 등 철저히 학생 중심의 학습 체계를 구축해 모든 학생이 맨 앞줄에 앉아 있는 것처럼 학습몰입이 가능토록 한다.

미네르바 스쿨 졸업생은 뛰어난 학습 성과를 바탕으로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창업과 대학원 진학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켄텍은 미네르바 학습 플랫폼을 현재 자체 설계중인 현장형 '탐구프로젝트 기반'(Inquiry Based Learning) 공학 교과와 연계할 계획이다.

윤의준 켄텍 총장은 "신기후 체제 하에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혁신이 필요한 시대에 켄텍은 잠재력 높은 인재를 선발하고 새로운 교육과 교원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려고 한다"며 "다가오는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고난도 기술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갈 첫 행보가 켄텍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켄텍은 오는 10일 수시모집을 시작으로 1기 학부생을 뽑는다. 수시 100명, 정시 10명 등 총 110명이다. 수시는 최저학력 기준이 없다.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뽑는데, 수험생 개인의 창의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창의성 면접'을 도입했다. 면접에 정해진 답은 없다. 제시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을 통해 과학적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수학적 사고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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