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재팬의 승리…'스베스베' 日 DHC, 혐한의 대가 컸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1.09.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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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5일부로 한국 쇼핑몰 종료...2002년 한국 진출 20년 만에 철수 결정

2000년대 중반 한국 뷰티시장을 휩쓸었던 DHC의 화보 이미지2000년대 중반 한국 뷰티시장을 휩쓸었던 DHC의 화보 이미지


#2002년 한국에 진출한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는 '당대 최고 미녀' 김희선을 모델로 발탁하며 대박을 냈다. '스베스베(매끈매끈)'라는 뜻의 일본어 의성어를 사용한 마케팅으로 대표 제품인 딥 클렌징 오일을 메가 히트상품으로 만들며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이어 '탱탱한 피부'를 만들어준다는 DHC 코엔자임 큐텐, 상큼한 체리 이미지가 돋보이는 아세로라 스킨케어 라인을 연달아 히트치면서 인기 행진을 이어갔다.



1983년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DHC는 일본 화장품 통신판매 1위 브랜드로 유명한 곳이다. 온라인 쇼핑이 대중화되기 전 2000년대 한국에서 전화 주문이라는 지금은 생소한 주문방식을 통해 2010년 3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K-뷰티 브랜드의 눈부신 성장과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명품 화장품 브랜드의 약진에 J-뷰티 DHC의 입지는 좁아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2019년 8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DHC의 일본 본사 경영진이 혐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20년 만에 사업 접는 DHC…혐한의 대가 컸다
2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DHC코리아는 1일 공식 홈페이지에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 여러분들을 만족시키고자 노력했으나 아쉽게도 국내 영업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며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를 알렸다.

이로써 2002년 한국 사업을 개시한 DHC코리아는 9월15일자로 쇼핑몰의 문을 닫게 됐다. 한국 사업 개시 20년 만이다.

DHC의 코엔자임 큐텐 모델 김희선 관련 이미지 DHC의 코엔자임 큐텐 모델 김희선 관련 이미지
DHC는 K-뷰티의 약진에 2010년대 들어 매출이 줄고 있었으나 2019년 8월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으로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2019년 당시 한국에서 NO재팬 불매운동이 한창이자 일본 DHC 자회사 DHC 텔레비전은 "한국은 원래 바로 뜨거워지고 바로 식는 나라"라는 혐한(한국혐오) 발언이 담긴 유트브 콘텐츠 '도라노몬 뉴스'을 내보내며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에도 공식 홈페이지에 야마다 아키라 대표이사 명의로 "한국 언론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비난하지만 사실에 근거한 정당한 비평"이라고 밝히며 확고한 혐한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법인 대표인 김무전 DHC코리아 대표는 "DHC텔레비전 출연진의 모든 발언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며 "물의를 일으킨 점은 깊이 사죄한다"고 밝혔지만 논란을 잠재울 수 없었다.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에 DHC는 CJ올리브영을 비롯한 주요 헬스&뷰티스토어에서 퇴출 당했다. 결국 매출 감소를 이기지 못한 DHC는 9월1일부터 15일까지 50% 굿바이 세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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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동생 지유, 슈에무라 이어 DHC까지...줄줄이 한국 철수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패션, 뷰티 브랜드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은 DHC가 세 번째다.

올해 3월 로레알 그룹의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2005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약 16년 만이었다.

로레알코리아 측은 브랜드 포트폴리오 변경 차원의 영업 종료라고 밝혔으나 결국은 한국시장 매출 감소가 원인으로 거론됐다. 슈에무라는 일본 불매이후 백화점 매출이 약 2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색조화장품 시장이 위축되자 이중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로레알코리아는 백화점 35개 매장을 포함한 전국 77개 매장의 영업 종료를 결정했으며 작년 9월 이후 국내에서는 면세 채널에서만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일본계 브랜드 슈에무라는 일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에무라 슈가 1958년 창업한 브랜드로 가부키 배우들의 두꺼운 메이크업을 깔끔하게 지워주는 클렌징 오일로 유명하다.
슈에무라 메이크업 제품 이미지슈에무라 메이크업 제품 이미지
또 지난해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로 알려진 'GU'(지유)도 첫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인지 1년 9개월만에 오프라인 사업을 모두 접었다. 지유는 2018년 9월 한국에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1400㎡ 규모의 대규모 매장을 개점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2019년 일본 불매운동과 지난해 창궐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중고를 겪자 빠른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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