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 폭증', 그런데 '출루율'은 그대로... 리그에 무슨 일이?

스타뉴스 잠실=김동영 기자 2021.09.0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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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전경. 올 시즌 44경기가 열렸고, 415개의 볼넷이 나왔다. 경기당 9.43볼넷으로 전국 9개 구장 가운데 가장 많은 볼넷이 나왔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전경. 올 시즌 44경기가 열렸고, 415개의 볼넷이 나왔다. 경기당 9.43볼넷으로 전국 9개 구장 가운데 가장 많은 볼넷이 나왔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2021시즌 KBO 리그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볼넷'의 증가다. 이상할 정도로 볼넷이 많다. 볼넷과 직결되는 지표를 꼽자면 대표적으로 출루율이 있다. 볼넷이 늘면 출루율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 리그 전체 출루율은 지난해와 거의 동일하다. 리그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1일까지 올 시즌 총 471경기가 열렸다. 리그 전체 볼넷은 4017개다. 지난해 720경기에서 5314개의 볼넷이 나왔다. 65.4% 정도 리그가 진행됐는데 이미 지난해 75.6%에 해당하는 볼넷이 나왔다. 이 추세면 올 시즌 최종 볼넷 개수는 6140개가 된다. 전년 대비 15.6%가 늘어난다.



지난해 5314볼넷도 역대 2위였다. 2016년 5373개가 역대 최다. 지금 상황이면 2021년 역대 최다 볼넷 신기록을 쓴다. 사상 최초로 6000개를 넘기게 된다.

많아진 볼넷의 이유로 꼽히는 것이 몇 개 있다. 일단 스트라이크 존이다. 여기저기서 '좁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사령탑들은 이구동성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속으로는 불만이 있다.



투구추적시스템(PTS)를 통해 매 경기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리포트가 나온다. 핵심은 일관성이다. 들쑥날쑥하면 고과가 깎인다. 심판들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으로 판정하는 이유다. 그 결과 존이 좁아졌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존 때문에 애를 먹은 것도 국내 존과 달랐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각 구단별로 투수들의 나이가 젊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독 취소 경기가 많았고, 이로 인해 더블헤더가 늘었다. 각 팀 주축투수들의 부상도 잦았다. 당연히 다른 투수를 많이 쓰게 되고, 젊은 선수들을 활용할 여지가 생겼다.

1일 기준으로 리그 최다 볼넷 허용 투수 SSG 오원석(왼쪽)과 9이닝당 볼넷 최다 1위인 한화 김민우. /사진=SSG,한화 제공1일 기준으로 리그 최다 볼넷 허용 투수 SSG 오원석(왼쪽)과 9이닝당 볼넷 최다 1위인 한화 김민우. /사진=SSG,한화 제공
KIA나 한화 등은 젊은 투수들을 대거 활용하고 있다. 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고, 리빌딩을 위해 세대교체를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부분도 있다. 아직 덜 '영글어진' 투수들이 1군에 올라오면서 제구가 흔들리고, 볼넷이 많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인데 리그 출루율은 또 그대로다. 최근 4년을 보면, 2017년 0.353-2018년 0.353-2019년 0.337-2020년 0.349였다. 공인구 교체 첫 시즌인 2019년을 빼면 대체로 비슷했다. 올 시즌은 0.350이다. 지난해와 거의 똑같다. 2020년 대비 볼넷이 급증했는데 출루율이 변화가 없다.

이유는 다른 쪽에 있다. 작년과 비교해 안타가 줄었다. 올 시즌 현재 리그 전체 안타 개수는 8250개다. 풀 시즌으로 계산하면 12611개가 된다. 2020년 13547안타와 비교해 6.9% 정도 빠진다.

선수별로 봐도 차이가 있다. 2019년 3할 타자가 18명이었다. 2020년은 23명이나 나왔다. 올해는 현재까지 딱 10명이다. 0.280 이상으로 범위를 넓혀야 24명이 된다. 리그 평균 타율은 2020년 0.273에서 2021년 0.260으로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비교할 부분이 또 있겠으나 큰 틀에서 봤을 때 볼넷으로 많이 나가는 만큼 범타로 아웃되는 횟수도 늘어난 모양새다. 리그 출루율이 변화가 없는 이유다. 젊은 투수만큼이나 젊은 타자들이 대거 올라온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일 기준 리그 타율 1위 KT 강백호(왼쪽)와 10위 롯데 안치홍. 강백호부터 안치홍까지 올 시즌 리그 3할 타자는 딱 10명이다. /사진=KT,롯데 제공1일 기준 리그 타율 1위 KT 강백호(왼쪽)와 10위 롯데 안치홍. 강백호부터 안치홍까지 올 시즌 리그 3할 타자는 딱 10명이다. /사진=KT,롯데 제공
현대에 들어 타율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 세이버매트릭스의 발달로 타율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해진 지표가 출루율이다. 안타와 볼넷, 몸에 맞는 공을 한꺼번에 포함하고 있는 스탯이기 때문이다. 루상에 많이 나가는 것은 득점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이게 된다.

2021시즌은 예년과 차이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볼넷의 증가만으로도 좋지 않은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공격 지표 상승으로 딱히 이어지지는 않는다. 타고투저 같은데 투고타저인 것 같기도 한 상황이다.

1일 잠실에서 만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존도 좁아지고 그래서 초반에는 감독들끼리도 이야기를 하곤 했다. 투수들이 힘들다고 봤다. 그런데 올해는 또 생각보다 점수가 많이 나고 그러지는 않더라. 그렇다고 투수들의 공이 썩 좋아졌다는 느낌 또한 없다. 기록으로 보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의 경우 "구체적으로 설명이 좀 어렵다. 젊은 투수들이 많이 올라온 부분도 있다. 날씨도 들쑥날쑥하다. 몇 주째 그렇다. 감이나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타자들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올해만 '특이'한 것일 수도 있다.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내년은 다시 양상이 바뀔 수도 있다. 아직 2021시즌은 35% 정도 남았다. 잔여 경기에서 다른 흐름이 나올 수 있을까. 시즌이 끝난 후 2021년이 어떻게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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