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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따지면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가상 부동산 투자에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이유는 뭘까. 가상세계에서 모든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메타버스가 완성되기 전 공간이라도 미리 선점하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바탕에 깔렸다. 이들은 메타버스가 '제2의 비트코인'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10년 전 0.0025달러에서 올해 5만달러를 찍은 비트코인처럼.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또하나의 기회로 본다.
현실세계와 융합한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가 미래 사회를 바꿀 메가트렌드로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포트나이트' 게임 속 가상 콘서트로 실제 공연의 10배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는 등 해외 여러 성공사례가 보태지면서 국내에서도 메타버스 열풍이 한창이다. 가상 아이돌이 현실 아이돌과 합동무대를 펼치고 대학 입학식과 축제도 가상공간에서 펼쳐진다. 기업·기관들도 채용설명회·프레젠테이션·기자간담회까지 가상공간에서 여는 등 메타버스 열기에 편승한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대면 접촉과 모임이 극도로 통제받고 있는 현실 세계의 탈출 욕구가 메타버스 열풍을 더욱 자극한다.
문제는 맹목적 투기다. 얼마 전 메타버스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폭등한 데 스스로 놀라 "우린 메타버스 기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양심선언(?)한 사측이 오히려 소액주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던 알체라 주가 소동은 우리 사회 '묻지마 투자'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새로운 유행처럼 번지는 메타버스판 가상자산 투자는 더하다. 가상 부동산에 이어 메타버스 코인·아이템으로 투기 대상이 넓어졌다. 혹자는 "머리로 이해하지 말고 그냥 사서 묻어두면 큰돈이 된다"고 유혹한다. 언젠가 이를 비싼 값에 사줄 더 큰 바보가 나타날 거라고. 코인시장이 그런 것처럼.
글쎄다. 단기 수익은 낼 수 있을 지 몰라도 메타버스가 제2의 비트코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가상세계의 속성상 얼마든지 가상세계를 복제·확장할 수 있으니까. 실제 '어스2'가 출시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더 진화한 모델이라며 새로운 경쟁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았나. 메타버스를 투전판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실감 미디어 기술과 라이프로깅(lifelogging) 등 메타버스 요소기술은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유망기술이다. 엔터테인먼트·게임·커뮤니티 서비스에 유독 강한 우리 산업 경쟁력을 십분 활용한다면 글로벌 시장을 얼마든지 호령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바보'를 기다리는 투기가 아니라 이들 기술과 산업에 대한 애정 어린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