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 한샘 너무 비싸게 사나?…롯데 투자 검토에도 주가는 '제자리'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1.09.02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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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가구업계 1위 한샘 (47,600원 ▲2,300 +5.08%) 공동 인수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단독 인수를 추진해왔던 IMM PE가 SI(전략적투자자)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이 이유에 대해서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여러 말이 오갔다. IMM이 너무 비싼 가격에 한샘 인수를 추진하면서 인수금융 조달 작업이 쉽지 않아서란 평가도 나왔다.



롯데쇼핑 (65,400원 ▲400 +0.62%)은 1일 공시를 통해 "IMM PE에서 검토중인 한샘 경영권 인수와 관련해 신설PEF(사모펀드)에 출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전날 롯데가 약 4000억~5000억원을 부담해 IMM PE가 한샘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SPC(특수목적법인) 지분 약 30%를 취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14일 한샘은 IMM PE와 한샘 최대주주인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 외 특수관계인 7인이 보유한 주식 전부에 대한 주식 및 경영권 양도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조 명예회장(15.45%, 363만5180주), 한샘드뷰연구재단(5.52%, 130만주) 등 전체 30.21% 규모다.



신세계, 현대도 접촉?…"검토 안한다"
일부에선 롯데를 비롯 신세계, 현대그룹 등 국내 유통 대기업과들이 한샘 공동 인수에 관심을 드러냈다고 알려졌지만 일단 신세계와 현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현재 현대는 가구업계 2위인 현대리바트를 비롯해 현대L&C를, 신세계는 까사미아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현대의 경우 현대리바트와 현대L&C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한샘과 맞먹는 규모인데 굳이 한샘을 인수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 입장에서 한샘이 매력적인 매물인 건 분명하다. 롯데가 한샘을 공동 인수하게 되면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롯데건설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더구나 한샘은 최근 코로나19 '집콕' 수혜를 톡톡히 보면서 기업 가치가 뛰었다.


한샘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1조 121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9%, 영업이익은 529억원으로 32.9% 증가했다. 2년 연속 연매출 2조원 달성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도 한샘 올해 매출액을 전년대비 11.05% 증가한 2조2960억원, 영업이익은 22.18% 뛴 1138억원으로 예상했다.

IMM PE는 한샘 인수와 관련해 약 1조5000억원(주당 20만원 초반 수준)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직전 한샘 주가가 10~11만원을 오간 것을 감안하면 약 2배를 쳐준 것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포함해 12개월 이동평균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25배로 과거 5년간 밸류에이션,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가구 시장 내 관심 등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1분기 이후 매 분기 20% 이상 증가한 리하우스와 키친바흐 부문 매출 성장이 가구 시장 내 지위, 인력 채용 등을 감안하면 계속될 전망"이라고 봤다.

"IMM, 한샘 너무 비싸게 산다"
하지만 IB업계에선 당초 단독 인수를 추진해왔던 IMM PE가 SI(전략적투자자)를 찾게 된 진짜 이유가 인수금융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IMM PE가 인수가의 절반 수준인 약 8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은행, 증권사 등에서 이 조건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증권사 몇 곳이 검토를 시작하다 중단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가가 현 주가의 2배 이상이다. 매각 발표 이후 주가가 반짝 오르긴 했지만 현재 더 빠지고 있다"며 "만약 8000억원을 빌려준다면 주식 담보인정비율(LTV)이 100%가 되는데 부담스럼다. 어느정도 밸류가 나와야 하는데 그만큼 나오지 않아 검토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통상 인수대상 지분을 담보로 한 LTV는 40~60% 정도다.

롯데가 공동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에도 한샘 주가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날 한샘주가는 전일대비 0.43%(500원) 오른 11만6500원을 기록했다.

지난 7월 14일 IMM PE 인수를 발표한 시점 한샘 주가는 전일대비 24.68% 뛴 14만65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바로 15.36%가 빠지더니 현재는 11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인수를 발표하기 이전인 지난달 13일 11만75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SI로 참여한다고 해도 자금을 얼마만큼 대느냐 등 세부 조건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질 순 있지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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