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억 썼는데 "공부해서 뭐해요"…이재용 움직인 한마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9.02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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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6년 1월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드림클래스 겨울 캠프를 방문해 캠프에 참여한 중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6년 1월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드림클래스 겨울 캠프를 방문해 캠프에 참여한 중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원래 꿈이 없었는데 드림클래스를 하면서 꿈이 생겼어요. 흉악범을 잡는 검사가 되고 싶어요." (허○○, 충남 보령 청라중 1학년 전교생 38명과 드림클래스 참여)

삼성그룹이 청소년들의 교육격차 해소를 넘어 꿈의 격차 해소에 나선다. 삼성그룹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2012년부터 시작한 사회공헌활동 '드림클래스'의 교육방식과 내용, 대상 등을 전면 개편한다고 1일 밝혔다.



최근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교육과 소득의 격차 외에 '꿈과 희망의 격차'가 새로 부상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꿈과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교육계 안팎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정이다.

초점은 학습기회가 부족한 중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와 방학 때 영어·수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던 일차원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진로 설계와 체험을 비롯해 미래역량과 직결되는 독서·코딩 등 다차원적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맞춰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 도입이다. 진로 분야 전문가와 협력해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과 직업 적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진단 도구를 제공하고 다양한 진로에 대한 상담과 학습,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주변에 닮고 싶거나 진로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보니 꿈이나 미래 같은 개념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며 "'공부해서 뭐하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꿈부터 찾아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로상담, 소프트웨어 등 분야별 전문가 50여명은 교과별 질의응답과 피드백 등의 심층적인 멘토링을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그룹 임직원 100여명도 재능기부 형태로 진로 멘토링에 참여한다.


교육 콘텐츠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문해력, 수리력, 글로벌 역량,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오프라인에서 대규모로 이뤄졌던 집합교육은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여건을 반영해 모두 온라인으로 바꾸기로 했다. 주중·주말 교실과 방학캠프로 진행했던 기초학습도 학생별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이 1일 서울 서초동 삼성금융캠퍼스에서 '드림클래스 2.0' 기념 행사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그룹이 1일 서울 서초동 삼성금융캠퍼스에서 '드림클래스 2.0' 기념 행사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그룹은 이를 위해 국내 1700여개 기업에서 사용하는 교육 플랫폼을 중학생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했다. 온라인 교육인 만큼 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5000명 전원에게 '갤럭시탭 A7' 태블릿을 제공할 예정이다.

새로운 형태의 드림클래스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진로탐색 20시간, 미래역량 80시간, 기초학습 80시간 등 연간 180시간의 교육과정을 밟게 된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4월부터 삼성전자, 삼성복지재단, 삼성경제연구소, 인력개발원, 멀티캠퍼스 등 5개사 공동으로 개편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 1년여의 기간 동안 중학생, 교사,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드림클래스 2.0 기념행사에 참석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드림클래스가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 학생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를 바란다"며 "교육부도 학생들이 꿈을 찾고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성인희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은 "개편된 드림클래스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장래 희망을 설계해 나가는 '꿈의 여정'에 중점을 뒀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소년의 성장과 도약을 위해 삼성이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림클래스에는 지난 9년 동안 8만4000명의 중학생과 2만4000명의 대학생 멘토가 참여했다. 이 기간 투입된 비용이 1900억원에 달한다. 드림클래스에 참여했던 중학생이 대학에 진학한 뒤 멘토로 다시 참여하고 멘토 출신 대학생들이 삼성그룹 계열사에 입사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드림클래스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2015년과 2016년 직접 드림클래스 현장을 찾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자"며 "꿈을 갖고 노력하면서 따뜻한 마음과 친구에 대한 배려, 그리고 공부에 대한 열정을 갖자"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지난달 24일 240조원 신규 투자와 4만명 직접 고용을 골자로 '3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동행' 철학이 이번 드림클래스 개편에 반영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 삼성그룹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우리 사회에 더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CSR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과 상생뿐 아니라 '기회 창출'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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