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휘두른 칼에 세계 경제도 '흔들'…韓 게임·엔터주 괜찮나?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황시영 기자 2021.09.0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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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中의 21세기 '문화대혁명'(下)

편집자주 과격하다 싶은 규제 소식이 중국에서 끊이지 않고 들린다. 규제 대상도 다양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방향은 한 곳이다. 인구 14억의 중국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옥죄는 中에 출렁이는 韓 증시…게임·엔터주는 괜찮을까
(210122) -- BEIJING, Jan. 22, 2021 (Xinhua) -- General Secretary of the Communist Party of China (CPC) Central Committee Xi Jinping, also Chinese president and chairman of the Central Military Commission, addresses the fifth plenary session of the 19th CPC Central Commission for Discipline Inspection (CCDI) in Beijing, capital of China, Jan. 22, 2021. (Xinhua/Shen Hong)(210122) -- BEIJING, Jan. 22, 2021 (Xinhua) -- General Secretary of the Communist Party of China (CPC) Central Committee Xi Jinping, also Chinese president and chairman of the Central Military Commission, addresses the fifth plenary session of the 19th CPC Central Commission for Discipline Inspection (CCDI) in Beijing, capital of China, Jan. 22, 2021. (Xinhua/Shen Hong)


'공동부유'를 내세운 중국의 규제 강화에 국내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매도세를 일관해온 외인의 급작스런 자금 방향 전환에 증시 전문가들의 해석도 엇갈린다.

특히 중국 매출 비중이 컸던 게임·엔터테인먼트·미디어 업종을 향한 우려가 크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게임 규제는 미성년자에 초점을 맞춘 데다 대다수 기업이 매출 보완책을 마련한 만큼 영향이 일부 기업에 국한될 것이라는 평가다.



3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55.08포인트(1.75%) 오른 3199.27에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1조162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이 1조원 넘에 순매수한 것은 6개월만이다.

中떠난 자금 국내로?



급작스런 외국인의 귀환을 두고 최근 거세진 중국 당국의 규제와 중국 경제지표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외인은 그간 매도세를 보여왔던 전기전자 업종을 이날 하루만 62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가 국내 증시에 수혜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전까지는 중국 증시의 향방에 국내 증시가 동조화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 시장의 경험치였다"며 "최근에는 중국 증시 이탈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시장의 해석이) 바뀐듯 하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인위적인 규제로 중국 증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 이머징마켓(신흥시장) 투자자금이 한국으로 몰리며 반사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중국 규제로 인한 반사수혜 현상은 일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 달 전 반도체 대형주로 외국인 자금이 몰릴 때 비슷한 해석이 나왔지만 흐름은 지속되지 않았다"며 "반사 수혜로 인한 자금이 일부 유입될 수 있지만 굉장히 제한적일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中 게임 규제, 게임주 휘청?

엇갈리는 수급 전망 속 게임주는 규제 직격탄 우려가 커진다. 전날 중국 게임 부문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서는 18세 미만 청소년이 평일에 아예 게임을 할 수 없도록 막고 금토일 또는 공휴일 하루 1시간만 게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 3일 중국 관영 매체는 "온라인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게임뿐만이 아니다. 교육·기업활동에 있어서도 중국 당국의 옥죄기는 심화되는 추세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사교육을 근절 방안을 발표했고 지난해 11월부터 반독점, 반(反)부정경쟁, 금융 안정, 개인정보 보호, 국가 안보 등 다양한 명분을 앞세워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를 강하게 압박해왔다.

증시 전문가들은 규제 이슈가 선반영됐다면서도 중국 사업부 매출 비중에 따라 충격 정도가 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규제 이슈 자체가 2~3주 전부터 계속 되어 왔던 상황인 만큼 국내 게임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 사업 매출 비중이 큰 업체와 적은 업체 사이 영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중국 사업을 계획 중인 펄어비스 (30,750원 ▲150 +0.49%), 위메이드 (46,050원 ▲100 +0.22%) 등은 타격이 있겠지만 중국 매출 비중이 없다시피 한 넷마블 (53,300원 ▲200 +0.38%), 엔씨소프트 (171,200원 ▼1,300 -0.75%)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김 연구원은 "특히 중국 판호를 획득한 펄어비스의 경우 실제 출시 일정이 예상대로 진행될 지 및 매출액 영향 등이 없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게임주 업종의 전반적인 투자 심리 악화 역시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의 상당수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이들의 주력 연령대가 19세 이상 성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오히려 중국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 강화는 한국 기업 주가에는 수급적으로 우호적 상황이 나타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의 경쟁 우위가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매출 비중이 컸던 미디어업종이나 엔터테인먼트의 매출 영향도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미디어업종의 경우 중국으로 인한 매출 타격을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선회했다"며 "엔터사들도 중국 및 코로나19(COVID-19)로 줄어든 오프라인 콘서트 매출을 음반과 디지털 콘서트가 대박 나며 메운 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진핑의 '반 시장'이 中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18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월·화·수·목요일 게임 금지를 발표한 31일(현지시간) 베이징의 상점에서 한 청소년이 컨솔게임 타이틀을 살펴보고 있다./사진=AFP 중국 정부가 18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월·화·수·목요일 게임 금지를 발표한 31일(현지시간) 베이징의 상점에서 한 청소년이 컨솔게임 타이틀을 살펴보고 있다./사진=AFP
중국 정부가 모든 경제·사회 문제를 정부 통제로 해결하려는 '공산당식 홍색 규제'를 연일 쏟아내는 것을 서방 언론은 어떻게 볼까. 외신들은 우선 이를 '반(反)시장주의로의 회귀'로 보면서 중국기업 투자에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마이클 슈먼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는 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무엇이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같다"면서 "(중국을 위대하게 만든 것은) 국가가 아니라 국가의 '부재'였다. 시 주석이 다시 이를 기억해내기 전까지 그는 중국 경제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중국의 경제 기적은 1980~1990년대 덩샤오핑 당시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개혁·개방 조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슈먼은 타임과 월스트리트저널의 특파원을 거치며 20년 가까이 아시아를 지켜본 베테랑 기자 겸 칼럼니스트다.

1989년 톈안먼 시위 무력 진압 등으로 중국 지도부의 개혁·개방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덩은 상하이와 선전 등을 순시하며 개혁·개방 확대를 주문했다. 덩의 이 '남순강화'를 계기로 중국은 남동부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개혁·개방 조치가 줄을 이었고 창업바람이 일었다. 중국 유명 부동산업체 소호차이나를 세운 판스이와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푸싱궈지의 궈광창 회장도 이때 창업했다. 1992년 창업한 세대를 일컫는 '92파'라는 말까지 훗날 생겨났다.

슈먼은 "중국 경제는 확실히 더 똑똑하고 일관된 규제가 필요하다"면서도 "데이터 보안, 교육 등에 새로 도입된 규제들은 반자본주의적인 색채를 띠고 있으며, 모호하고 위협적인 선언과 공격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규제들은 특정 업체에 대한 자의적인 처벌의 냄새를 풍긴다"고 썼다.

그는 "중국 국영 언론들은 정부가 '부자 강탈'을 시작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달래려 애쓴다고 하지만, 부자들은 이미 앞다퉈 아첨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온라인 소매업체 핀듀오듀오가 최근 상장 기업으로서의 첫 수익을 농촌 발전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아마도 자사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창업은 이미 '위험한 시도'가 됐다. 시 주석으로부터 언제 된서리를 맞을지 모르는데 왜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 빅테크들은 중국 정부에 온갖 형태로 '아부'하는 중이다. 텐센트가 500억위안(약 9조원),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가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의 추가 기부를 최근 밝힌 것을 비롯해 지난 1년간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샤오미 등 6대 빅테크가 기부한 금액은 총 30조원에 달한다.

월가는 중국 당국의 빅테크 등에 대한 규제가 잇따라 나오자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주의를 경고하고 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중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정치적이고 갑작스런 규제로 인해 투자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들의 리스크를 제대로 인지할 때까지 상장을 계속 중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최근 몇 달간 중국 당국의 잇따른 규제로 기술 기업 시가총액은 수십억달러가 증발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27일 기준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지수에 편입된 중국 기업 98곳의 시가총액은 지난 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비교해 무려 7650억달러(약 894조원)가 줄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래 가장 큰 추락이다.

피해는 일반 투자자들만 본 게 아니다. 디디추싱, 알리바바 등에 투자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39% 폭락한 순이익을 기록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이에 지난 10일 "중국 당국의 규제가 예측할 수 없어 당분간 (중국) IT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중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와 단속으로 중국 기술기업(빅테크)의 기업공개(IPO) 시장 규모가 쪼그라드는 사이 한국,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증시가 IPO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홍색 규제로 한국과 인도·인도네시아가 IPO 호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세 나라에서는 기술기업의 신규 상장이 활발하다.

한국에선 지난 6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흥행에 성공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31일 종가 기준 8만3900원으로 거래 첫날 공모가(3만9000원)의 2배 이상으로 올랐다. 시가총액(39조8609억원)으로는 기존 은행업계 1위인 KB금융(21조9962억원)을 가볍게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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