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 제한에도 늘어난 대출... 빅3 저축은행, 상반기 최대 순익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2021.08.3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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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량 제한에도 늘어난 대출... 빅3 저축은행, 상반기 최대 순익


대형 저축은행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역대 최고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어려움을 겪는 개인뿐 아니라 자영업자, 중소기업들도 저축은행의 문을 두드려 대출 잔액이 급증한 덕분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상,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상반기만큼 높은 순이익 성장률을 이뤄내기엔 어렵다는 설명이다.



31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순이익이 193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분기에만 1071억원을 기록해 저축은행 업계 최초 분기 순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전체 대출잔액은 9조7631억원으로 지난해 말(9조975억원)보다 7% 늘었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11조2552억원에서 11조8539억원으로 5% 성장했다. 건전성 지표를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BIS)은 14.6%로 지난해 말(13.46%)보다 나아졌다. 감독 규정상 저축은행은 BIS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 신용대출에서도 중금리 대출 비중이 80%에 달할 정도로 중·저신용자들이 대출을 많이 찾았다"며 "앱 강화 정책으로 오프라인 영업 비용을 줄인 점도 실적 상승에 한 몫했다"고 분석했다.

OK저축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483억원으로 전년 동기(964억원)보다 53% 늘었다. 총 대출잔액은 7조8973억원으로 지난해 말(7조3645억원)보다 7% 증가했다. 총 자산은 9조8351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말(9조162억원)보다 9% 성장했다. BIS비율도 12.18%로 지난해 말(11.39%)보다 개선됐다.

웰컴저축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706억원으로 전년 동기(598억원)보다 18% 증가했다. 전체 대출잔액은 4조1912억원으로 지난해 말(3조2282억원)보다 29.8% 늘었다. 이를 통해 총 자산은 5조2225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자산 5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BIS비율은 지난해 말(13.6%)보다 떨어진 12.53%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업계는 이 같은 호실적이 하반기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먼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한도 제한 조치로 대출 영업을 올 상반기만큼 공격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봉 이내로 제한하라고 저축은행들에 주문했다. 업계는 자연스레 영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도 더 들 수 밖에 없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자금조달 방편이 고객의 예금으로 제한돼 있다. 그런데 한은이 8월 26일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해 시중은행들도 곧바로 0.2~3% 가량 예금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당장 저축은행들은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 없지만, 시중은행 예금으로 이탈이 가속화하면 추후에 예금 금리를 올려서라도 고객 예금을 잡아야 한다.



아울러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24%에서 20%로 인하됐는데 저축은행들이 이를 소급적용한 만큼 기존 20%가 넘었던 대출에서 발생했던 수익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는 적극적인 대출 영업을 통해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면서도 "3분기 이후부터는 대출 영업이 제한되고, 조달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상반기 만큼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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