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문 알링크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그래서 2016년 한국재료연구원이 개발한 '알루미늄 코팅' 기술은 재료 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간단히 말해 알루미늄을 액체 잉크로 만들어 각종 소재에 덧입힐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를 주도한 이혜문 분말세라믹연구본부 책임연구원(現 알링크 대표)은 이 기술 하나로 최고의 연금술사라는 칭호를 얻었다. "알루미늄 코팅 기술 개발은 2009년부터 시작해 본격적인 사업화까지 거의 10년이 걸렸습니다."
이 대표는 먼저 섬유에 알루미늄 코팅을 입혀봤다. 손끝에 닿는 촉감은 말랑말랑한데 속은 꽉 찬 것처럼 단단한 전도성(전기가 통하는 성질) 섬유가 완성됐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찾아온 기업은 스마트폰 제조사였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간판 제품인 '갤럭시노트'의 아성을 흔들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몹시 애를 태울 때다. 요구는 단 하나였다. "그 기술로 진짜 볼펜을 쓰는 듯한 감촉의 터치펜 촉을 만들어주시오."
그는 "사실 알루미늄 코팅 기술은 활용도가 다양하다"며 "스마트폰용 펜촉 뿐만 아니라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용 섬유소재에서부터 초미세먼지를 효율적으로 걸러내는 알루미늄 코팅 필터 등 후속 제품을 미리부터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그땐 속상했지만 돌아보면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조기용 전도성 필터모듈/사진=알링크
이 대표에 따르면 현재 백화점, 도서관, 오피스텔 등 대형빌딩 내 공조기나 환기구에 설치된 필터 소재는 환풍·송풍이 가능한 정도로 미세먼지나 공기 중의 세균·바이러스 등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한다. 또 기존 필터는 재사용이 불가능해 또 다른 폐기물을 만들어 낸다. 이를 환산하면 연간 약 3000톤(t)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맞먹는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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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도성 필터모듈은 에어·물 청소를 통해 6회 이상 재사용 할 수 있다. 이러면 폐필터 탄소 배출량을 기존 대비 33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알링크는 작년 8월, 상암동 U+사옥에 시제품을 적용한 실증시험을 수행했고, 올 8월엔 역삼동 신한금융센터에 양산품을 설치한 뒤 실증시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1분 이내 미세먼지를 99.9% 이상 제거하고, 바이오 유해물질에 대해서도 99% 항균 특성을 나타낸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는 "필터모듈을 공조기에 설치하면 개별 공간에 별도로 공기청정기를 구매해 설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청정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알링크는 올 상반기 부산 강서구 테크노파크 내 전도성 필터 소재 생산시설을 완공했다. 전도성 필터 원재료 생산부터 부품 조달, 조립 라인 구축, 품질 확인체계까지 전도성 필터모듈 제조를 위한 안정적인 양산체계를 갖춘 것이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작년 전 세계 에어필터 시장은 약 11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되며 계속 성장중이다. 이 대표는 "국내외 특수산업용 에어필터 분야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가 돼 보이겠다"고 말했다.
신한긍윰센터 실증시험 현장/사진=알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