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석유시설 강타한 허리케인…국내 정유·화학株 영향은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09.01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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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0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아이다가 강타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쓰레기에 덮인 차량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C) AFP=뉴스1  (뉴올리언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0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아이다가 강타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쓰레기에 덮인 차량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C) AFP=뉴스1


미국 남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다'의 영향으로 석유 공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멕시코만의 주요 석유 생산 시설이 작동을 멈춘 가운데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국내 정유·화학 업체의 희비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미국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0.7% 오른 69.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아이다의 영향으로 멕시코만의 해안 석유 생산시설이 가동을 멈춘 영향이다. 아이다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상륙한 뒤 뉴올리언스 등 주요 도시를 강타하며 많은 피해를 입혔다.



허리케인은 규모와 강도에 따라 5등급으로 나뉘는데 아이다는 이중 두번째로 강력한 4등급에 해당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미국 멕시코만 지역 원유생산량의 95.6%의 생산이 중단됐다. 지난해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15.4%가 줄어든 셈이다. 천연가스 생산 역시 93.8%가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해 멕시코만 지역의 공급 차질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이 영향으로 정제 마진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이다의 영향으로 원유 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유가 상승 폭은 다소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8월 발생한 허리케인 로라와 비교했을 때 설비 타격 시점의 풍속이 절반 수준이고, 주요 설비가 밀집된 지역을 직접 강타하지는 않아서다.

또 이미 미국 내 셰일 생산량이 적어 허리케인이 글로벌 원유 수급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증권은 올 하반기 WTI 가격이 현 수준과 비슷한 65~75달러 선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석유 공급 부족에 따른 정제마진 상승 기대감에 올랐던 국내 정유주도 이날은 소강 상태에 머무는 모습이다. 전날 4.2% 올랐던 S-Oil (74,000원 ▼2,000 -2.63%)은 이날 0.85% 올랐고 같은 정유 업종인 GS (43,950원 ▲450 +1.03%) 역시 0.83% 상승 마감했다.


대신 원유 시장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앞서 7월 OPEC+는 이달부터 매달 하루 평균 40만배럴씩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위정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글로벌 원유 수급의 키는 OPEC+가 쥐고 있어 다음 달 1일 회의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예정대로 증산이 이뤄질 경우 3분기 글로벌 원유 생산은 전 분기 대비 3.3%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미국 내 화학 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생겼다. 올해 초 한파 이후 생산 시설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악재를 맞이한 것이다.

주요 기업들이 한파에 이어 또 한번의 타격을 입으면서 화학 제품 가격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따라 국내 화학 업체가 반사 수혜를 볼 수 있을지를 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이다의 이동경로를 보면 작년 로라 대비 아시아 업체의 반사 수혜는 중립적이지만 당시보다 미국의 정유·석유화학 수급이 훨씬 타이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립 이상의 긍정적 요소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가격 상승의 영향이 국내 기업의 수혜로 이어질지는 우선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정원 연구원은 "여전히 해상 운임이 높아 화학제품 해상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 수혜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선(SCFI) 복합운임지수는 하반기 이후 21% 이상 상승한 상태다.

유안타증권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리타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이번 아이다의 영향이 약 10일 정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해상 원유생산설비와 육상정유설비 가동이 중단되면서 약 10일 동안 WTI 유가가 9.4% 상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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