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2학기 개강 시즌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수업이 결정되면서 대학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 기숙사에서 짐을 뺀 대학생들은 대학가를 떠나 학원이나 고시촌 등으로 향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가 인근 상권은 비대면 수업으로 대부분이 문을 닫았거나 휴업에 돌입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교정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교정 곳곳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 '밀접접촉자 연락을 받으면 학교에 꼭 알려달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10~15분에 한 번씩 점심식사를 위해 학교 밖 식당을 찾는 학생·교직원들을 제외하면 거의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평소 학교 측 근무자들이 서서 출입 차량을 관리하는 곳에는 사람 대신 '아래 번호로 전화 달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학교에 머무르는 인원이 줄다 보니 대학 측은 스쿨버스·대학 기숙사 등 학생을 위한 서비스를 축소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현재 기숙사에 머무르던 학생의 대부분이 퇴소했다"며 "학교 측에서 별도로 퇴소 요구를 하지는 않았지만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면서 자발적으로 기숙사를 떠나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은 대학가를 떠나 노량진·신림동 등 고시촌에서 취업·자격증 준비에 나서고 있다.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강모씨(26·남)는 "그동안은 혹시 대면수업이 재개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대학 근처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자취방 계약을 해지하고 노량진 인근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코로나19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 자체를 포기하고 쉬겠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415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졸업생의 예상 취업률은 평균 44.5%다. 졸업을 앞둔 성균관대 재학생 이모씨(27)는 "어차피 취업이 안 되는데 수업도 자격증 준비도 할 생각이 없다"며 "그냥 쉬고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10m 걸을 때마다 '임대·폐업' 1곳씩…대학가 상권 망하기까지는 '앞으로 한 걸음'
31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앞 상가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대학가 인근 상권 중 문을 닫는 업소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 서울시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종로구의 개업 업소 수는 164곳으로 전년 동기(182곳) 대비 18곳 감소했으며 서대문구도 157곳에서 140곳으로 줄었다. 광진구는 220곳에서 196곳으로 줄었으며 1평( 3.3㎡)당 평균임대료도 10만1953원에서 9만8927원으로 내렸다.
특히 복사가게나 서점, 분식집 등 대학생들을 주 고객층으로 하는 업종은 비대면 수업의 타격이 크다. 연세대 맞은편에서 복사가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강의 자료나 서적 등을 복사하려는 학생들이 사라지니 손님이 아예 '0'이다"라며 "다른 업종의 경우 학생이 아닌 손님도 받는데 복사가게는 대학생들이 없으면 손님이 아예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