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문은상, '검찰 구형 징역 20년→ 법원 선고 징역5년'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2021.08.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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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이사가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스1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이사가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스1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19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된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에게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문 전 대표가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되긴 했지만 이같은 형량은 징역 20년과 추징금855억원이라는 검찰의 구형량에는 크게 못미친다.

재판부는 문 전 대표가 신라젠과 자본시장에 심각한 피해와 혼란을 야기했다고 봤지만, 검찰이 기소한 혐의 가운데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 등 경영진이 신라젠에 끼친 손해액도 1900억원이 아닌 350억원으로 제한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김동현)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 등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350억원을 선고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월 보석 석방됐으나 이날 법정에서 재수감됐다.

재판부는 문 전 대표에 대해 "피고인은 신라젠 대표이사 및 예비 대주주로 신라젠과 자본시장에 심각한 피해와 혼란을 야기했다"며 "신주인수권 행사로 막대한 이득을 취했고 회사 발전을 위해 기여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스톡옵션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썼다"고 했다. 또 "신라젠의 실패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등 잘못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없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문 전 대표에 대해 징역 20년, 벌금 2000억원, 추징금 약 855억원을 구형했다. 형량과 벌금이 대폭 줄었고 추징금은 아예 없어졌다.

검찰은 문 전 대표 등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DB금융투자에서 350억원을 빌려 신라젠의 BW를 인수한 후 신라젠에 들어온 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는 '자금 돌리기'를 통해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당이득으로 인정되는 금액은 BW 인수 당시 가액인 350억원뿐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은 신주인수권행사 가액과 그 당시 시가차익으로 계산해 19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이 발생했다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문 전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배임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주가 되기 위해 발행했던 당시 가액인 350억원으로 평가하는게 맞다"고 했다.


또 문 전 대표 등이 2013년 한 대학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신약개발 관련 특허권을 매수할 때 A회사를 끼워넣어 매수대금을 7000만원에서 30억원으로 부풀려 지급, 신라젠에 29억3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은 신라젠이 A회사를 후에 인수했기 때문에 신라젠의 소유로 보고 29억3000만원을 지급할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면서 "그러나 A회사는 초반에 신라젠이 개발하던 펙사백(항암바이러스 물질)과 별도로 항암물질을 만들려고 한 부분 등이 있기 때문에 A회사가 전부 신라젠의 소유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문 전 대표에 대해 "당시 신라젠이 진행 중이었던 '펙사백' 임상시험의 성공을 위해 노력했고, 상장 이후 주가조작이나 불법행위 등이 없었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도 밝혔다.

한편 이날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곽병학 전 감사는 징역 3년과 벌금 175억원을 선고받았고 문 전 대표와 함께 다시 구속됐다. 페이퍼컴퍼니 실사주 조모씨는 징역 2년6월과 벌금 175억원을 선고받았고 이용한 전 대표에겐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곽 전 감사는 신라젠 이사이자 주주로서 문 전 대표와 이 사건 BW 발행에 관여했고 신주인수권 행사로 취득한 주식 일부를 처분해 상당한 이익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조씨에 대해서는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신라젠 운영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면서도 "금융권 인맥과 정보를 내세워 이 사건 BW 발행 과정에 매우 깊이 관여하고 50억원 상당의 BW를 인수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BW 발행 승인의 책임은 인정되지만 설립 초기부터 신라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했고 이 사건 BW 발행은 다른 경영진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며 "BW 발행으로 취득한 주식 중 개인적인 이익 실현을 위해 처분한 주식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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