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버즈 라이트이어의 외침

머니투데이 박천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2021.08.3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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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일 원장박천일 원장


옛사람들은 반짝이는 행성들을 보면서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을 붙였다. 부피가 지구의 1320배나 되는 크고 아름다운 목성을 신들의 왕 '주피터'라고 부르는 식이었다. 동경하지만 범접할 수 없는 우주를 신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화성의 바람소리를 듣는 게 먼 미래가 아닌 세상에 살고 있다.

우주산업은 오랜 기간 일부 강대국의 전유물이었다.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초속 7.9㎞의 발사체와 같은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다.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은 한번 사용하면 버려지는 로켓의 발사비용이었다.



2016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우주발사에 사용한 로켓 1단을 회수하는 데 성공하면서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로켓 2단과 위성 상단의 덮개(페어링)도 회수에 성공하면 6000만달러에 달하는 로켓 제작비용을 600만달러로 90%가량 낮출 수 있게 된다. 일론 머스크에 따르면 로켓을 1000번 재활용하면 발사비용은 5만~6만달러까지 낮아진다고 한다.

로켓 재활용은 3만6000㎞의 고궤도에 3개 위성을 쏘아올리는 대신 '2000㎞의 저궤도에 6만개 위성을 쏘아올려 지구를 연결하자'는 생각으로 확장됐다. 현재 약 2000개 인공위성이 지구의 궤도에 떠 있다. 저궤도 위성망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10년 안에 6만개 인공위성이 궤도에 오른다고 한다. 우주산업의 시장 크기가 30배나 확대되는 셈이다.



6만개 저궤도 위성은 초고속데이터 통신을 가능케 해 소위 6G(6세대 이동통신) 세상을 탄생시킨다. 지상과 상공을 넘나들며 사람과 사물을 빠르게 연결하면 자율주행과 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전에 없던 시장이 열린다. 저궤도 위성시대가 본격화하면 위성산업 발전에 따른 2차 효과를 포함해 우주경제가 2040년에 1조1000억달러(약 1286조원)를 넘어선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 상황일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발간한 '2020년도 우주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산업 매출액은 3조3000억원, 수출액은 1조3000억원 규모다. 우주산업에 매출의 80% 이상, 수출액의 96% 이상이 위성활용과 장비분야에서 나온다. 이미 우리 기업들은 우수한 제품을 전세계로 수출한다. 소형위성과 발사체에서도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괄목할 성과도 거두고 있다.

'뉴스페이스'(New Space)는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산업을 일컫는 말이다. 혁신으로 무장한 기업들은 시장논리를 기반으로 미래기술을 우주산업에 적용하면서 로켓 부품수를 100분의1, 로켓 제작기간은 60일 이내로 줄이는 생산혁신과 기술 고도화에 매진한다.


"투 인피니티 앤드 비욘드"(To Infinity and Beyond!, 무한의 공간 저 너머로)는 영화 '토이스토리'의 주인공 버즈 라이트이어가 외친 말이다. 버즈는 자신이 날 수 있다고 믿을 때 이 대사를 힘차게 외친다. 인류는 이제 지상의 한계를 넘어 범접할 수 없는 신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한 우주로 향하는 큰 걸음을 시작했다. 우리 기업들도 우주시대를 향한 인류의 담대한 도전에 기꺼이 동참하는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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