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빅히트뮤직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BTS 동생그룹’이라는 타이틀은 축복임과 동시에 TXT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시련이기도 했다. ‘BTS 동생그룹’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분명 신인그룹으로서는 이룰 수 없는 커다란 관심과 화제성을 얻은 건 사실이지만, 그와 함께 BTS와의 비교 역시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집안에 너무나도 뛰어난 형이 있어서 동생 역시 좋든 싫든 간에 비교를 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17일 진행된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혼돈의 장: 파이트 올 에스케이프(FIGHT OR ESCAPE)' 쇼케이스에서 연준이 “회사와 BTS 덕분에 성공했다는 시선이 가장 부담이 되지만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기준을 더 엄격하게 잡고 노력하고 있고 좋은 무대와 음악으로 노력을 증명하겠다. 더디지만 느리게 싸우는 게 우리 방식”라고 답한 것은 이런 맥락일 것이다.
사진제공=빅히트뮤직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점은 ‘TXT가 싸우는 방식’이다. 결국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TXT가 BTS와는 전혀 다른 독립적인 그룹으로 우뚝 설 수도, 그저 ‘BTS 동생그룹’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지금까지 TXT가 보여준 음악과 컨셉트를 종합해보면 ‘BTS와 비슷하지만 다르다’로 정리된다. 특정 키워드나 주제를 정해두고 이를 연작 앨범으로 풀어내는 마케팅 방식은 BTS와 유사하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꽤나 많은 차이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음악적으로 BTS는 힙합이라는 확실한 근간이 있는 반면에 TXT는 신스팝, 디스코팝, 얼터너티브록 등 각 앨범의 주제에 맞춰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며 장르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물론 같은 소속사의 선후배 사이기에 일부 비슷한 성향의 사운드가 있을 수도 있지만, 디스코그래피가 쌓여갈수록 자연스럽게 BTS와는 또 다른 음악적 노선이 만들어지는 행보다.
스토리텔링의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BTS는 K팝 신에 연작 앨범을 유행시킨 주인공으로, 성공한 롤모델이 바로 옆에 있는 TXT는 당연하게 데뷔 이래 쭉 연작 앨범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TXT가 연작 앨범을 이어가는 스토리텔링 꽤나 독특하다. TXT의 각 앨범 타이틀곡을 쭉 이어보면 한편의 소년만화를 보는 느낌으로, 실제 TXT의 데뷔 앨범 ‘꿈의 장: STAR’부터 정규2집 리패키지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까지 각 타이틀곡을 쭉 이어붙이면 ‘한 소년의 모험담’라고 불러도 어색함이 없다. TXT의 당황스러울 정도로 긴 곡 제목이나 흔히 말하는 중2병스러운 가사들도 만화 혹은 판타지 소설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납득이 간다.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사실 필자는 이런 연작 앨범을 통한 스토리텔링이나 세계관 설정 등을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세계관 설정이 너무 방대해지면 신규 팬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고, 어쨌든 아이돌도 결국 가수인데 음악보다 세계관에 더 신경 쓰는 주객전도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TXT의 스토리텔링에 이런 거부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재미’다. 앞서 말했듯이 TXT의 앨범들은 하나의 소년만화와 같은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 덕분에 뒤늦게 TXT의 앨범을 정주행하더라도 지루하지 않게 보고 들을 수 있다. 우연히 드라마나 만화책의 최신편을 보고 흥미를 느껴 1편부터 다시 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종합해보면 TXT는 음악적으로나 기획적으로나 정교한 계획을 세워두었고, 멤버들 역시 큰 그림의 완성을 위해 차근차근 색칠을 해가고 있는 팀처럼 보인다. 그리고 TXT의 정규 2집 ‘혼돈의 장: FREEZE’와 리패키지는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부터는 그 그림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젠 TXT가 그려낼 소년 만화의 다음 편을 기다리며 그 완결이 어떻게 될지를 쭉 감상하면 된다.
아, 그리고 혹시 중간부터 보신 분들은 꼭 정주행하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꽤 재미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