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컵 대회 우승→리그 정상까지?... 적장도 경계심 드러냈다

스타뉴스 의정부=심혜진 기자 2021.08.30 07:00
글자크기
현대건설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KOVO현대건설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KOVO


현대건설이 디펜딩 챔피언 GS칼텍스를 꺾고 2019년 순천 대회 이후 2년 만에 컵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컵대회 초대 우승팀인 현대건설은 4번째 우승을 거머쥐며 GS칼텍스의 역대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적장도 인정한 우승팀이었다. 강성형(51) 감독은 이 기세를 이어 리그 우승을 바라본다.

현대건설은 29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에서 GS칼텍스를 3-0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최우수선수(MVP)로 꼽힌 정지윤이 17득점으로 맹활약했고 양효진(12점), 황민경(11점) 등이 힘을 보탰다. 이다현(7점)은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GS칼텍스가 기록 면에서 높았던 서브와 리시브가 결승전에서는 현대건설이 앞서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리시브 효율이 GS칼텍스는 37.93%, 현대건설이 23.34%에 불과했다. 막상 결승전 뚜껑을 열어보자 현대건설이 43.33%로 GS칼텍스의 26.87%에 크게 앞섰다.

서브에 강점이 있던 GS칼텍스는 서브에이스를 하나도 성공하지 못한 반면 현대건설은 서브에이스 5개를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블로킹도 6개를 기록하며 GS칼텍스의 4개를 앞섰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0~2021시즌 V리그 정규리그에서 여자부 최하위에 그친 팀이다. 그러나 지난 3월 현대건설의 새 사령탑에 오른 강성형 신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현대건설은 2019년 이후 2년 만에 컵대회 정상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다.

적장인 차상현(47) 감독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차 감독은 "현대건설 멤버는 절대 꼴찌를 할 수 없는 구성이라 봤다. 이제 조금씩 힘을 발휘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성형 감독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고비마다 중요한 상황이 있었는데 그걸 버티면서 팀이 단단해진 것 같고 선수들 열정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감독은 "선수들은 어디에 견줘도 나쁘지 않다. 선수들도 그 부분을 잘 인지하고 있다"며 "최하위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부족한 훈련과 준비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고 잘 따라왔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강 감독이 여자 프로팀 감독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1992년 현대자동차써비스(현 현대캐피탈) 배구단에 입단해 2003년 은퇴한 강 감독은 2013년까지는 현대캐피탈 코치로 뛰었다. 이후 2014년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전신) 코치로 옮겼고, 2014~2015시즌 감독대행을 거쳐 2015년 4월부터 2017년 4월까지 KB손보 감독을 지냈다.

여자팀은 대표팀 수석코치로서 경험하기는 했지만 프로팀 지휘봉을 잡기는 처음이다. 강 감독은 "컵대회 우승은 2008년 현대캐피탈 코치 시절 이후 처음"이라며 "선수, 코치로서 했으니 감독으로도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며 털어놨다.

컵대회 우승은 했다. 이제 정규시즌 우승을 바라본다. 강성형 감독은 "이번 우승도 큰 상이지만, 더 큰 목표가 있다. 시즌에 다시 한번 도전해서 정상에 가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번 대회 MVP를 수상한 정지윤은 역시 우승을 바라본다. 그는 입단 이후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다. 팀 사정상 센터와 날개 공격수를 오갔던 정지윤은 '라바리니호'에서는 라이트로 뛰었다. 그리고 다시 현대건설에 복귀한 뒤로 레프트를 소화해야 했다.

180㎝로 신체조건이 좋은 정지윤이다. 당연히 높이와 힘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리시브 쪽에서 안정감이 떨어져 주로 전위에 있을 때 공격에만 집중했다. 이제는 변화를 가져가야 할 때다. 정지윤도 자신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알고 있다.

경기 후 만난 정지윤은 "지난 시즌 전부터 레프트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리시브와 수비를 내가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든다. 하루 아침에 리시브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계속 많이 받고 연습하고, 많이 울어야 할 것 같다"고 다짐을 전했다.

정지윤은 도쿄 올림픽을 통해 한 층 성장했다. 특히 주장 김연경과 함께하며 쌓은 경험은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 그는 "대표팀에서 연경 언니를 보며 공격적으로 많이 배웠다"며 "높은 블로킹이 있을 때는 앞에서 어떻게 때려야 하고, 영리한 플레이를 하는지 배웠다. 언니도 좋은 신체 조건과 타점이 있기 때문에 좀 더 공부하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 이야기 해줬다"고 전했다.

분명한 것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래서 정지윤은 큰 목표보다는 한 가지 목표를 잡았다. 정지윤은"다음 시즌 레프트로 포지션을 바꿔서 나가는 데 바로 잘할 순 없겠지만 큰 욕심 없이 내가 리시브로 버티는 경기를 많았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OVO컵 MVP를 차지한 현대건설 정지윤./사진=KOVOKOVO컵 MVP를 차지한 현대건설 정지윤./사진=KOVO
현대건설 정지윤./사진=KOVO현대건설 정지윤./사진=KOV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