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 판사 '해외연수 특혜' 논란…'윗선' 개입 있었나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1.08.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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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원행정처. 인천지검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A 부장판사의 짝퉁 골프채 등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징계 관련 자료를 확보해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2021.8.27/뉴스1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원행정처. 인천지검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A 부장판사의 짝퉁 골프채 등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징계 관련 자료를 확보해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2021.8.27/뉴스1


한 판사의 해외 연수 특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 내부에서 '윗선'의 개입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이례적인 특혜라 법원 고위직의 개입 없이는 애초에 불가능한 해외연수였다는 이유에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진상 설명을 요구하고 나서 이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넘어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관련기사 : [단독]선발명단에도 없던 판사가 갑자기 하버드 공대로 연수?…판사들 뿔났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23일 법원행정처의 A판사의 해외 연수 관련해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공문에는 A판사의 지원 단계부터 여러 결정까지의 전체적인 경과, A판사가 다른 판사와 다른 경로로 연수를 신청할 수 있었던 근거 등을 설명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법관대표회의는 법원행정처에 이달 말까지 서면으로 답변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법관들은 이번 사태가 법원 고위직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A판사가 연수를 떠나게 된 시기나 연수 신청 과정 자체가 기존과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A판사는 올해 미국 하버드대로 연수를 신청해 선발됐다. 예외적으로 올해 선발돼 올해 출국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통상적으로 판사들은 연수 선발 발표가 나더라도 그해 출발하지 못한다. 선발 발표가 난 후에야 행정처의 허가를 받아 해외 대학과 연수와 관련한 협의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판사를 제외하면 올해 해외연수 출국자들은 2019년과 지난해 연수 선발자들이다.



여기에 A판사는 선발 발표 이전에 미국 하버드대와 연수와 관련한 협의를 마쳤고, 대법원은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심지어 대법원은 다른 판사들에게 연수 선발 사실을 알리기도 전에 A판사에 대해서만 연수 선발을 먼저 통보해줬다. A판사의 연수 과정은 모두 법원에서 특혜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것들 뿐이다.

서초동의 한 판사는 "일선 판사가 행정처에 '내가 하버드와 연수 관련 협의가 됐으니 그쪽으로 해외연수를 보내달라'고 요청한다면 행정처에서 코웃음을 칠 것"이라며 "그런데 A판사는 선발 과정 내내 잡음이 일지도 않은 채 선발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선발 공지 전에 A판사만 선발 사실을 알았고, 올해 곧바로 출발을 했는데 이같은 일은 일선 법원장 개입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법원 최고위직이 A판사의 연수에 편의를 봐줬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 역시 "하버드 공대로 연수를 간 것도 상식적으로는 행정처에서 허가가 나올 수 없는 일"이라며 "행정처는 전자소송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보내줬다고 하는데 이는 만들어낸 핑계같다"고 꼬집었다.

행정처는 A판사의 연수 과정이 문제가 되자 "인사를 포함한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형평의 중요성, 해외연수가 가지는 의미를 고려해 가급적 예외적인 사례가 생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과 이번 사례로 제기된 우려를 참조해 향후 해외연수선발위원회가 운영될 예정"이라고 했다. 사실상 A판사와 같은 사례는 다시 만들지 않겠다는 얘기다.

한 판사는 "행정처의 해명도 궁색하기 짝이없다"며 "이런 궁색한 해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법원 고위직의 개입 때문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 내부에서는 A판사의 부모가 누구인지 궁금하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 연수는 판사들 사이에서도 얻기 어려운 기회여서 경쟁이 치열하다. 3000명 내외 전국 판사 중 해외 연수 기회를 얻는 판사는 1년에 150명 정도다. A판사와 함께 연수에 선발된 다른 판사들은 내년 연수 출발을 위해 준비 중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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