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01cm 오차도 걸러내"…토종 초정밀 광학기술로 日잡는다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21.09.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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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박철우 아이코어 대표, "조명제어 기술 세계적 수준"…포스텍 등 잇단 투자·지원

박철우 아이코어 대표 /사진제공=아이코어박철우 아이코어 대표 /사진제공=아이코어


"머리카락의 500분의1로 가느다란 지름 0.00001㎝ 수준의 오차도 걸러냅니다."

박철우 아이코어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자사 초정밀 검사장비용 부품의 성능을 이같이 설명했다. 아이코어는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초정밀 검사장비에 들어가는 고성능 광학 관련 부품을 개발·제조하는 스타트업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정밀 전자제품의 제조과정에는 대당 수억 원에 달하는 불량검사 자동화 대형장비가 반드시 들어간다. 이 장비를 제조하기 위해선 렌즈나 센서 등의 카메라 부품부터 조명·초점모듈 등 수많은 부품이 사용된다.

아이코어는 여기에 사용되는 광학계 부품을 전문적으로 개발한다. 특히 카메라 검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스트로브 컨트롤러(조명제어), 오토포커스 모듈(정밀도 조절), 리피터(이미지전송) 등을 개발·제조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



업계에 따르면 광학계 부품시장은 키옌스 등 일본과 유럽 관련기업들이 꽉 잡고 있다. 박 대표는 "기술 난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지만 우리 기술력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0.1μm(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오토포커스 모듈, 0.5㎲(마이크로초) 이하의 스트로브 컨트롤러 등은 글로벌 기업들보다 한 수 위"라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이 기술로 반도체·디스플레이는 물론 2차전지까지 고도화되면서 더 정밀한 검사를 요구하는 최고 사양의 부품시장까지 섭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신기업서 이어진 기술력·네트워크로 시장 승부수…정부·대기업 잇단 투자
"0.00001cm 오차도 걸러내"…토종 초정밀 광학기술로 日잡는다
창업 2년밖에 안되는 아이코어가 이런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박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 창업동료가 이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기술고수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산업용 카메라를 만드는 중견기업 뷰웍스에서 R&D(연구·개발)와 전략기획 등을 주도해온 숨은 실력자다.



특히 뷰웍스에서 쌓은 고객 네트워크가 아이코어에서도 도움이 됐다. 박 대표는 "장비·부품시장은 한번 거래하면 대량으로 물량주문·납품이 이뤄지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어지간해선 새로 뚫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아이코어 창업멤버들이 지닌 기술력과 네트워크가 이 시장을 돌파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를 활용해 창업 초창기 10여개 장비업체와 거래를 트는데 성공했다. 나아가 중국·대만 등 해외 부품 전문대리점 3곳과 계약하며 수출시장을 늘려나가고 있다. 그간의 경영성적표를 보면 매출규모가 지난해 6억2000만원이고 올해는 10억원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코어의 활약상은 일찍이 투자자들의 눈에 띄었다. 포스텍홀딩스 등이 지난해 8월 7억원의 투자를 진행했고, 올해는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지원사업 팁스(TIPS)도 아이코어를 선정, 7억원 규모의 R&D자금을 지원한다.

박철우 아이코어 대표(윗줄 왼쪽 네 번째)와 임직원들과 아이코어가 개발·생산하는 제품들/사진제공=아이코어박철우 아이코어 대표(윗줄 왼쪽 네 번째)와 임직원들과 아이코어가 개발·생산하는 제품들/사진제공=아이코어
기술격차 크지만…"외산 독점 시장에 균열 만들 것"
잘나가는 회사를 왜 그만뒀을까. 박 대표는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당장 수입이 줄어도 도전해보겠다는 각오로 창업에 나섰다"며 "그만큼 자신있는 기술이었고 시도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사실 기술격차가 많게는 30~40년 되는 해외 부품 전문기업들이 견고하게 쌓아둔 진입장벽을 넘어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실제로 2년 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해 정부와 대기업이 엄청난 재원을 쏟아부어 기술개발에 전력을 쏟았지만 키옌스의 시장 지배력은 여전히 단단하다. 박 대표 역시 "완전히 따라잡기엔 아직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군가는 우리의 도전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볼 수 있겠지만 계란도 단단히 코팅하면 바위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모든 영역을 다하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만의 영역을 차근차근 구축하면서 일본 등 해외 거대기업이 독차지한 시장에 균열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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