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2020.12.8/뉴스1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 그간 증권업계 CEO(최고경영자) 등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금융당국의 입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1월 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회사가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들어 경영진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손 회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 조치를 내렸다.
우리은행이 내부적으로 내부통제규범을 마련하는 데 있어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제재하려면 명확한 규정을 둬서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금감원은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판단기준 등 세부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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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이날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판결문 내용을 자세히 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지,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 "결과 유추 꿰맞춰 문제책임 사후 이용…법치 근간 흔드는 일"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흐린 날씨 속 여의도 증권가. 2021.1.26/뉴스1
이날 재판부는 "결과를 유추하고 꿰맞춰서 문제 책임을 사후적으로 이용하는 건 법치 근간을 흔든다"며 "이에 따라 입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 감독기관 모두의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문구가 금감원에게 가장 타격을 줄 만한 부분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확정 판결은 아니지만 선례가 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장 동일한 소송을 진행중인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에게도 유리하게 판세가 돌아갈 수 있다.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향후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징계안도 뒤집어질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혐의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등 3명에게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내린 상태다.
올 3월 금감원은 옵티머스 사태 관련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도 내부통제를 못했단 이유로 '문책경고'를 내렸다. 이 역시 금융위에서 제재 수위가 확정되길 기다리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 결론도 달라질 수 있다. 하나은행 라임·독일 헤리티지·디스커버리·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달 15일 첫 번째 제재심 이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초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하나은행 행장)은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