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정국의 보컬, 어디까지 들어봤니?

머니투데이 이여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08.2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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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소년 아닌 감탄자아내는 농익은 실력파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최근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의 프로듀서 슬립 디즈(Sleep Deez)는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비욘세가 방탄소년단 정국의 ‘시차(My Time)’라는 곡을 너무도 좋아한다”고 언급하며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킨 일이 있다. K팝 스타들의 국제적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드높은 이 때, 해외 뮤지션들의 호평이 ‘글로벌 스타’로 인정받는 척도는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나 팀이 아닌 특정 멤버 개인의 솔로곡을 콕 짚어 언급한 것은 꽤 이례적인 일임은 분명하다. 대개는 K팝 그룹의 뛰어난 칼군무나 안무 등 퍼포먼스 요소나 개성 강한 스타일로 관심도를 드러내지만 보컬 자체의 테크닉이나 매력을 언급하는 것도 K팝 마니아들에게는 꽤 반가운 소식.

언급된 ‘시차’를 포함해 정국이 그룹 활동 중에 발표한 몇몇 솔로곡들은 그 수가 많지는 않아도 실제 국내외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멋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차’ 그리고 ‘Begin’ ’Euphoria’까지 단 세 곡만으로 스포티파이에서 5억 스트리밍을 돌파한 최초이자 유일한 국내 아이돌이라는 기록을 썼고 ’Euphoria’는 국내 남자 아이돌 솔로곡 최초로 2억 6000만 스트리밍을 넘어섰다. 빌보드의 ‘월드디지털 송세일즈’ 차트에서는 각 8위, 9위, 16위로 동시에 차트인 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한다. 정국이 쓰고 있는 기록들은 현업 활동 중인 국내 아이돌 개인으로서는 거의 최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정국의 보컬에는 대체 어떤 힘이 있는 걸까. 대개는 무대 위에서 강렬하게 내뿜는 에너지나 파워와 리듬의 균형이 적절히 잡힌 춤실력이 그의 장점으로 꼽히곤 하지만, 정국의 요즘 행보에서는 ‘보컬리스트’로서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진다. 저음의 음색이 독보적인 뷔, 하이톤의 감성을 지닌 진, 날 선 미성이 돋보이는 지민 등 방탄소년단의 다른 보컬 멤버들의 제각각 다른 음색 레인지를 한데 결집시키는 정국의 포용력 있는 보컬은 방탄소년단의 곡의 완성도나 보컬적 균형을 한층 더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장점은 방탄소년단이 다양하게 시도하는 팝이나 힙합, 발라드 등 장르 변화에도 이질감 없이 안정감 있는 보컬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데뷔 초기에는 그의 보컬을 십대의 나이의 걸맞은 감미롭고 청아한 음색으로 특징짓는다면, 월드 투어 대장정을 시작한 2019년 무렵 이후부터는 테크닉적으로도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리스너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최근에는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까지 팝 기반의 영어 가사 곡들의 도입부를 뛰어난 리듬감으로 소화하며 ‘팝’스타로서의 존재감을 공고히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국의 보컬의 ‘찐’ 매력은 곡의 서사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드는 표현력과 특유의 감성에 있다. 이 장점은 특히 솔로곡에서 극대화된다. 정국 솔로곡의 공통점은 본인의 개인적 상황이나 아티스트로의 성장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을 아낌없이 털어놓는 것에 있다. 가사 또한 늘 자기고백적이다. 2016년 발매된 'WINGS' 앨범에 수록된 ‘Begin’은 17세의 어린 나이에 데뷔해 ‘자아’라고 할 만한 것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멤버들 덕분에 또 하나의 삶을 일으킬 수 있었다는 고마운 감정을 노래한 곡. 정국은 이 자전적 가사를 특유의 미성으로 표현해내며 방탄소년단의 성장 서사에 팬덤을 대거 몰입시켰다. 노래하는 자아에 ‘과몰입’시키는 그의 힘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는 건 2018년 발표된 'LOVE YOURSELF 結 ‘Answer’'의 솔로곡 ’Euphoria’다. 지금도 정국의 ‘인생곡’으로 공공연하게 꼽히는 이 곡은 “너도 나처럼 지워진 꿈을 찾아 헤맸을까 운명 같은 흔한 말관 달라 아픈 너의 눈빛이 나와 같은 곳을 보는 걸”이라는 가사에서 느낄 수 있듯, 청춘의 한가운데 놓인 소년의 풋풋한 감정을 더없이 따뜻하게 그려낸다. 일렉트로닉 기반의 사운드 위에 얹힌 청량하고 시원한 목소리는 리스너들을 실제 자신만의 ‘유토피아’에 데려다 놓는다. 세계적인 퓨처베이스 장르의 거장이자 해당 곡의 제작자인 DJ Swivel은 ‘Euphoria’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면서 “정국은 어떠한 악기나 효과음 없이도 완벽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실력을 갖췄다”고 극찬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정국의 보컬의 신비로운 매력은 능수능란함으로 탈바꿈한다. ‘Euphoria’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불리는 'MAP OF THE SOUL : 7'에 수록된 솔로곡 ‘시차(My time)’에서는 약 3년 간의 목소리 변화를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다. 정국에게 여전히 자리한 귀엽고 어린 방탄소년단의 막내라는 이미지를 단숨에 벗겨낼 만큼 성숙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곡. 이 곡 또한 중학생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청년기를 겪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 자신에게만 특별한 존재가 된 듯한 ‘시간’에 관한 생각과 내면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누구보다 더 빨리 어른이 된 것만 같다”거나 “세상이 너무 컸던 그 소년 / 왜 나만 다른 시공간 속인 걸까”와 같은, 스물 초반 나이의 ‘슈퍼스타’의 그림자를 아낌없이 꺼내놓는다. ‘Euphoria’의 청량함은 어느정도 유지하면서도 훨씬 더 유려해진 박자감과 단단한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또 한번 성장한 자신을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또 다시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기분을 팬덤에게 선사한 그는,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발표한 ‘Still With You’라는 자작곡으로 감정적 서사에 정점을 찍는다. 정국이 방탄소년단 데뷔 7주년을 기념하여 팬들을 위해 발표한 곡. 도입부 빗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곡은 마치 드라마 OST를 듣는 듯, 빗속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에 빠져들게 만드는 보컬이 일품이다. 실제 비 오는 날의 온도나 습도마저 전하는 듯한 물기 어린 목소리는 “함께 웃고 함께 울고 이 단순한 감정들이 내겐 전부였나 봐”와 같은보고 싶은 상대를 향한 절절한 마음을 한층 더 풍부한 감정으로 전한다. R&B, 팝, 발라드, 힙합 등 장르 불문한 보컬 테크닉과 유니크한 음색, 섬세한 감성 간의 뛰어난 균형은 모든 리스너 층을 포용할 수 있는 힘이다. 팝스타 제이슨 데룰로와 함께한 곡 ‘Savage Love’나 DJ 스티브 아오키와 협업한 ‘Waste It On Me’ 등 글로벌 아티스트들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차트 강세를 보이는 것 또한 그만의 보컬의 힘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진짜 감정이 담긴 가사들을 100% 이해하고, 그것을 유려한 호흡조절로 내뱉는 능력은 보컬리스트로서의 엄청난 무기다. 특정한 장르나 기교에만 치우치지 않고 곡이 어떤 장르로 변주되든, 그 안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호소하는 그의 노래들은 요즘 리스너인 ‘청춘’들의 마음에 특별하게 소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국의 노래들은 질리지 않고 그의 성장과 발맞추어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 정국은 실제로도 무대 위 작은 실수로도 뒤편에서 눈물짓거나, 스스로 더욱 완벽해지기 위해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 또한 25세인 흔들리는 청춘. 또래 뮤지션에 비해 월드 스타로서의 전례 없는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그는 앞으로 또 어떻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 중일까. 아직은 솔로 가수로서의 모든 역량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RM 제이홉 슈가 등 다른 멤버들이 믹스테잎, 프로듀싱 작업 등을 통해 개인의 음악적 영역에서도 어느정도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지금, 그 또한 더 다양한 음악적 범주에서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치로 드러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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