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스카이-현대HCN 인수는 순항…딜라이브·CMB는 찬밥신세?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1.08.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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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M&A 신속 심사 방침
유료방송 구조개편 위한 규제완화 방안 추진

KT스카이-현대HCN 인수는 순항…딜라이브·CMB는 찬밥신세?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인수가 9부능선을 넘은 가운데 유료방송 시장의 인수합병(M&A)이 가속화할지 주목된다. 이제 케이블TV업계의 남은 M&A 이슈는 딜라이브와 CMB의 행보인데, 업계에서는 신속한 유료방송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의 기업결합을 승인함에 따라 최종 인수까지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허가 절차만 남은 상태다. 과기정통부도 유료방송 활로 모색을 위해 M&A에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내달 안에는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KT스카이-현대HCN 인수는 순항…딜라이브·CMB는 찬밥신세?
인수가 최종 이뤄지면 KT계열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기존 31.72%에서 35.46%로 오른다. 33% 점유율 족쇄였던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2018년 이후 일몰된 덕분에 가능해졌다. 특히 서울 관악구·동작구, 부산 동래구·연제구 등 8개 방송구역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에서 이들의 점유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T그룹은 현대HCN을 통해 유료방송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동시에 가입자 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KT는 그룹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투자를 공언하는 등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에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을, KT스튜디오지니가 현대HCN 자회사 현대미디어를 인수하며 미디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OTT엔 없는데 유료방송엔 무더기 규제…"M&A 규제 완화하자"
정부 역시 유료방송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활발한 M&A가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공정위와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 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방송통신사업자들의 신속한 M&A 심사를 약속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시장의 규제 완화가 담긴 제도개선방안을 추진 중이다. 급성장중인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는 규제 무풍지대인 반면 유료방송사는 낡은 규제가 수두룩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M&A 규제 개선을 위해 방송사업 계열 회사 간 합병의 경우 신고제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령 KT계열사인 KT스튜디오지니가 KT스카이라이프 자회사인 스카이TV를 합병할 경우 신고만 하면 된다. 이밖에도 지상파와 SO, 위성방송 사업자 간 지분소유 제한을 없애고, 정부 승인이 필요한 방송 변경 사항을 신고제로 바꾸거나 승인을 생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유료방송 구조개편의 시급성에 대해 공감한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대규모 자본을 가진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진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성장이 정체된 유료방송 시장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활발한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M리포트를 통해 "합병과 차별화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수의 경우 현행보다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사업자에게는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고 시장에서 버틸 여력이 없는 사업자에게는 이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남은 딜라이브와 CMB가 빠른 시일 내에 매각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LG유플러스(CJ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등 타사 역시 M&A를 이미 마무리했기 때문에 남은 매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OTT가 급성장하니 유료방송보다는 차라리 콘텐츠 투자에 돈을 쓰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이에 딜라이브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으며 매각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CMB 역시 매각을 추진했으나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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