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겨눈 11.8조 CDMO 시장, K-바이오 '핵심 먹거리' 된다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1.08.2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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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화 통한 경제성+효율성에 가치 부각
삼바, 세포·유전자 치료제까지 진출 영역 확대
녹십자셀·SK바사·에스티팜 등도 존재감

삼성이 겨눈 11.8조 CDMO 시장, K-바이오 '핵심 먹거리' 된다


3년간 240조원을 쏟아부어 전략 사업(반도체, 차세대 통신·IT, 바이오)을 육성하겠다는 삼성그룹의 대규모 투자 전략에 바이오 사업이 중심축으로 자리했다. 일찌감치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바이오사업의 추가 경쟁력 제고를 통해 '제2의 반도체'로 키워낸다는 포부다. 특히 2023년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세운 위탁생산개발(CDMO) 분야는 영역 확대를 선언하며 해당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26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CDMO 영역 확대를 선언한 삼성은 물론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셀, 에스티팜 등도 CDMO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

CDMO는 위탁개발(CDO)와 위탁생산(CMO)를 포괄한 개념으로 특정 품목의 개발·제조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항체 바이오의약품을 예로 들면 위탁업체로부터 세포주(생체 밖에서 대량 증식해 원하는 항체 의약품을 만들어주는 세포)를 받아 생산만 하면 CMO, 자체 세포주를 개발하면 CDO로 구분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자체 개발 세포주 '에스초이스(S-CHOice)'를 활용한 위탁생산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CDMO사다.



고객사는 의약품 개발과 생산을 위탁해 비용 절감과 생산효율성 확보를 꾀할 수 있어 그 외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고, CDMO 업체는 개발·생산 분야 전문화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타 산업 대비 상품 개발 성공이 낮은 산업 특성상 파트너사 간 위험 부담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제약산업이 소수의 빅파마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부터 생산, 마케팅까지 총망라했다면, 최근에는 개발속도와 비용의 최적화가 중요한 가치로 부각됨에 따라 신약 개발이 점차 분업화되고 있다"며 "CDO와 CMO, CRO(위탁개발) 등 각 개발 단계마다 다양한 주체들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관련 기업들의 가치는 큰 폭의 상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 삼성바이오로직스 (833,000원 ▼3,000 -0.36%)는 그룹의 이번 투자를 통해 CDMO 경쟁력을 좌우하는 생산시설 증대 차원의 5·6공장 증설에 나선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능력(25만6000리터)을 보유한 4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전체 생산능력 역시 62만리터에 달해 세계 1위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또 기존 바이오의약품을 넘어 세포 및 유전자 등 차세대 치료제 영역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시장은 지난 2019년 15억2000만달러(약 1조7750억원)에서 오는 2026년 101억1000만달러(약 11조8000억원)로 연평균 31%의 성장이 전망된다.

CDMO 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비교적 영세한 규모를 보이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과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개발 초기부터 판매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기간을 전부 감당하지 않고 영역 특화를 통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 치료제와 백신 개발 및 생산 흐름 속 효율적 공급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며 CDMO 사업 가치는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CDMO 선두 주자 론자에 이어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르면 이번주터 생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외 국내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 역시 CDMO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7년 간암 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주' 국내 허가를 시작으로 2020년 GMP 허가를 완료한 첨단 세포 치료제 생산시설 셀센터를 통해 CDMO사업으로 본격화 한 GC녹십자셀 (38,550원 ▼450 -1.15%)은 합병을 앞둔 녹십자랩셀, 아티바(녹십자랩셀 미국법인) 등과의 계약을 통해 관련 매출을 늘려나가는 중이다.

특히 세포를 생산·배양하는 클린룸 10개를 보유한 연면적 2만820m² 규모의 셀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세포치료제 생산시설이다. 글로벌 1·2위 기업인 론자와 우시바이오로직스의 클린룸 11개, 12개씩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이밖에 녹십자셀의 축적된 세포치료제 개발 기술과 생산시설에 녹십자랩셀의 공정기술 및 대규모 세포배양기 간 시너지로 인한 향후 성장이 주목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61,700원 ▼300 -0.48%)는 최근 글로벌 주요 백신 개발사들의 코로나19 백신 국내 위탁생산을 연달아 맡으며 CDMO 분야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원액 및 완제 CMO, 올해 초 노바백스 백신 후보물질의 CDMO 계약을 잇따라 체결한 상태다. 이미 환자들에게 사용 중인 백신 생산을 담당하며 노하우 축적이 가능한 만큼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 'GBP510' 성공에도 긍정적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경쟁력에 투영된 기대감은 지난 3월 국내 증시 상장 당시 '따상(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마감)'을 기록하는 배경이 됐다. 지난해 매출액 2256억원, 영업이익 377억원에 불과했던 실적은 올 상반기에만 매출액 2573억원, 영업이익 1199억원으로 껑충 뛴 상태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원료의약품 계역사 에스티팜 (90,400원 ▲2,200 +2.49%)은 올리고핵산치료제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준공 반월 전용공장 준공을 통해 글로벌 3위 수준의 올리고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올리고핵산치료제 개발 확대에 따른 올리고 원료 수요 급증으로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설비투자 지원을 받는 등 두 차례나 설비 증설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내년 설비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 기준 세계 1위에 해당하는 올리고핵산치료제 CDMO로 도약할 전망이다. 이미 GSK와 길리어드, 노바티스, 머크, 얀센, 로슈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을 고객사로 보유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유전자치료제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양주성 박사 영입과 화이자와 모더나 코로나 백신을 통해 주목받은 mRNA 사업실 신설을 통해 CDMO 영역 확대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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