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협회, 쌍둥이에 끝까지 단호한 이유 "진심어린 사과만 했어도..."

스타뉴스 심혜진 기자 2021.08.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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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영(왼쪽)과 이재영./사진=KOVO이다영(왼쪽)과 이재영./사진=KOVO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이상 25)의 그리스 진출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배구협회의 입장은 항상 똑같다. "해외 이적 불가"이다. 이렇듯 협회가 끝까지 단호하고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구협회는 최근 이재영과 이다영이 이미 그리스 PAOK 구단과 이미 계약을 마쳤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쌍둥이 측은 물론 그리스 구단이나 그리스 영사관 쪽으로부터 확인서 요청이 오지 않았다. 오더라도 우리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원칙적으로 국내 선수가 해외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절차를 거쳐야 한다. 원소속 구단과 원소속 협회, 이적 대상 구단과 해당 국가 협회 등 4자가 모두 이적 절차에 동의하면 국제배구연맹(FIVB)의 승인에 따라 ITC가 발급되는 방식이다. 쌍둥이 자매의 경우에는 원소속 구단이던 흥국생명이 선수 등록을 포기하면서 3자의 동의만 얻으면 이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협회는 규정에 따라 이적을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것도 확고하게 말이다.



일단 협회는 쌍둥이 자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016년 만들어진 '선수 국제 이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의 경우 해외 이적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2020~2021 V리그 도중 과거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비난 여론은 뜨거웠고, 흥국생명이 선수 등록을 하지 않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협회는 국가대표 영구박탈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의) 해외 이적 불가 방침은 확고하다. 거듭 강조하는 부분이다. 해외 이적에 있어서는 국가간 배구 질서가 중요하다. 두 선수 모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협회의 징계를 받고 있는 만큼 협회 규정에 의거해 ITC가 발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팬들의 거센 분노와 국내 여자배구에 미친 악영향이다. 여자배구는 긴 암흑기를 거쳐 2012 런던올림픽부터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귀하게 얻은 인기인데, 쌍둥이 자매의 옳지 않은 행동으로 팬들에게 큰 배신감과 상처를 안기고 말았다.

더군다나 쌍둥이 자매의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다. 학교 폭력이 드러났을 당시에 게재했던 사과문은 어느 순간 사라졌고, 폭로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공개된 방송 인터뷰를 통해 분노를 더욱 들끓게 한 뒤에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 수습은 그 다음이다. 진심 어린 사과만 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불상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지도 들어 있다. 규정은 정해놨지만 선례는 없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한 본보기를 만들어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일을 막고자 하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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