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다 피운 'LG반도체' 꿈, 구본준이 LX세미콘 품은 이유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1.08.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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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X그룹 회장/사진=머니투데이DB구본준 LX그룹 회장/사진=머니투데이DB


LX세미콘의 실적이 고공행진하면서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못다 이룬 반도체 사업에 대한 꿈이 다시금 주목받고있다. 구 회장은 최근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집무실까지 마련해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내놓은 LX세미콘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이 1조8000억~1조9700억 원, 영업이익은 3354억~3828억 원에 이른다. 지난 2분기에도 매출액 4493억원, 영업이익 95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실적 호전 추세가 이어지면서 증권가의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에 주력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로 국내 1위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초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집콕'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수요가 늘어났고, 자연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수요도 늘었다. DDI는 없어서 못파는 지경이다. 품귀현상으로 가격 역시 오르면서 LX세미콘엔 호재가 됐다.

업계에선 LX세미콘의 폭발적 성장 배경이 구 회장의 반도체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본다. 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LG그룹 계열 분리 당시 LG그룹의 유일한 반도체 회사인 실리콘웍스(LX세미콘 과거 사명)를 포함시켰다. 올해 5월부터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때문에 LX그룹이 LX세미콘을 주력으로 키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LX세미콘 대전캠퍼스 전경/사진제공=LX세미콘LX세미콘 대전캠퍼스 전경/사진제공=LX세미콘
구 회장과 반도체사업 인연은 20년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 회장은 LG그룹의 소문난 전략통으로 신사업을 일찌감치 발굴하기로 유명했는데, 반도체 사업 역시 그 중 하나였다. 관련 전문 지식까지 상세히 공부해 전문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1998년 LG반도체 대표이사를 지냈는데 외환위기(IMF)이후인 1999년 정부의 '빅딜'로 인해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LG반도체를 넘기게 된다. 구 회장의 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이 당시 이를 격렬히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부와 전경련의 압박에 울며겨자먹기로 LG는 반도체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사업을 접게 되면서 구 회장의 상심이 컸다고 전해진다. 반도체는 구 회장에겐 이른바 '애증'의 사업인 셈인데, LX세미콘을 통해 못다 이룬 꿈을 이룰 두번째 기회를 얻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과감한 투자를 통한 몸 LX세미콘 몸집 불리기에 나설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LX세미콘은 현재 주력 사업인 DDI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파워칩,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등 사업 범위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LX세미콘의 실적 호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OLED TV패널 수요뿐만 아니라 중국기업들의 LCD TV패널 수요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많은 LG그룹이 든든한 우군인 것도 LX세미콘의 사업 다각화에 긍정적 요소다.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시설에 향후 3년간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증권업계가 수혜업체로 LX세미콘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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