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갓리온'...오리온은 왜 가격을 동결했을까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1.08.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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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좌막우]'막상막하'의 순위 다툼을 하고 있는 소비기업들의 '막전막후'를 좌우 살펴가며 들여다 보겠습니다.

오리온 사옥 전경오리온 사옥 전경


식품소비재의 가격 인상은 아주 민감한 이슈입니다. 다른 재화에 비해 저렴하고 매일 구매하는 품목이다보니 소비자 체감도가 큰 편입니다. 때문에 과거엔 언론에 알리지 않는 '도둑 인상'을 하기도 했는데요.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대부분 인상 계획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부터 식품소비재의 가격인상이 연일 이어집니다. CJ제일제당, 동원F&B, 롯데제과, 해태제과, 풀무원, SPC,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사조산업 등 대다수 식품기업들이 다양한 품목에서 한자릿수에서 50% 넘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서민 먹거리라는 이미지로 가격 인상에 민감한 라면조차 오뚜기를 시작으로 농심, 삼양식품, 팔도 등이 줄줄이 가격을 올렸습니다. 사실상 안오른 품목, 안올린 기업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주류처럼 세금인상분을 반영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식품제조기업들은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점을 가격 인상 이유로 꼽습니다. 실제로 대두를 비롯해 옥수수, 소맥, 팜유 등 식재료 가격은 전년 대비 두자릿수 비율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는 합당한 이유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오뚜기가 13년만에 라면가격을 올리자 한 소비자 단체는 가격인상을 반대하고 나섰는데요. 원재료의 가격 하락 시엔 제품 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서 원료 가격 인상시에만 가격을 올린다는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인건비 역시 자동화 설비 등으로 부담이 줄었다고 강조합니다.

어쨌거나 가격 인상은 현실화됐습니다. 코로나19(COVID-19)로 얇아진 서민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오리온이 '갓리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착한기업에 붙이는 신종 접두사 '갓(God)'이 오리온과 결합한 이유는 이번 가격 인상 바람 속에서 '가격 동결'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오리온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은 2013년이 마지막입니다. 8년째 가격을 동결하고 있는데 여기엔 사연이 있습니다. 2014년 제과업계에 과대포장의 대명사인 '질소 과자' 이슈가 불어닥치자 오리온은 그해 11월 착한포장 프로젝트를 선언합니다. 요지는 △포장을 줄이고 △용량을 늘리고 △가격을 동결한다는게 핵심입니다. "제품 외적인 요소보다 좋은 품질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는 '제과업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대표이사의 발언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오리온이 가격을 동결하면서 제품 중량을 3~20% 늘리자 소비자들은 요즘말로 '돈쭐'을 냈습니다. 3개월동안 평균 매출이 15%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이 때부터 오리온은 더이상 가격 정책을 고려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합니다. 원가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나타나더라도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참석하는 임원회의에서도 '가격 인상'은 거론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는 전언입니다. 대신 포장, 영업, 마케팅, 홍보비용을 대폭 줄였습니다. 오리온이 기업규모에 비해 광고가 별로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오리온은 국내에서 부족한 수익성을 해외에서 찾기로 했습니다. 중국법인의 주력 제품인 초코파이 등 4종의 가격을 최대 10%, 러시아법인의 파이 등 전품목을 7% 인상한다는 방침입니다.

증권업계에선 오리온의 해외법인 가격인상 만으로도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특히 중국 쪽 가격인상이 국내 가격인상보다 더 의미있다는 판단으로 해석합니다. 실제 오리온은 상반기 16.8%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렸지만, 중국법인의 2분기 영업이익이 69% 급감해 전망이 어두웠습니다. 7분기만에 제과업계 매출 1위를 롯데제과에 내주기도 했습니다.

'국내 동결, 해외 인상'이라는 가격 정책이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려면 국내 소비가 밑바탕에 깔려야 합니다. '갓리온' 바람이 얼마나 이어질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담철곤 회장과 오리온 초코파이담철곤 회장과 오리온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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