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해결사' 자처한 이재용, '삼성맨' 4만명 뽑는다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심재현 기자, 한지연 기자, 김도윤 기자 2021.08.2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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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3년 플랜 버전Ⅱ]<하>

일자리 챙기는 삼성…직접 채용 4만명·고용유발 56만명
'일자리 해결사' 자처한 이재용, '삼성맨' 4만명 뽑는다


삼성그룹이 24일 중장기 투자·고용 방안에서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들고 나온 것은 청년 고용 문제가 국가적인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3년 동안 직접 채용 규모를 4만명으로 늘리고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한편, 중소기업 지원에도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국가적인 일자리 현안 해결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한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양성, 창업 지원, 중소기업 상생 방안 등을 망라했다는 점에서 미래 인재 양성부터 취업·창업·사회안전망 지원 등을 아우르는 패키지 고용 확대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3년까지 4만명 채용…'고용시장 안정성' 위해 공채 유지

특히 통상적인 채용 계획상 삼성그룹의 한 해 고용 규모가 1만명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추가로 매해 3000명 이상을 채용하기로 한 것은 삼성그룹이 적잖은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사회적 책무에서 눈돌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해석이다.



국내 투자 180조원을 포함해 3년 동안 240조원에 투입하기로 한 방안까지 감안하면 고용유발 효과가 56만명에 달한 것으로 삼성그룹은 추산했다.

삼성그룹은 채용시장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위해 5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공개채용(공채) 제도도 유지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부터, LG그룹은 지난해부터, 현대차그룹은 2019년부터 정기 공채를 없애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SK그룹은 올해를 끝으로 공채를 접는다.

향후 3년 동안의 세부적인 채용 계획은 알려지지 않지만 그룹 내부 수요를 최우선으로 반영할 경우 반도체·디스플레이 중심에 채용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고용인원이 총 11만1683면으로 1년 전보다 5609명 늘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서만 올 들어 2400명가량이 순증했다.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핵심 전략 부문에서 인재 확보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대표적인 청년 취업 지원 프로그램인 청년SW아카데미(SSAFY)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사업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SSAFY는 2018년 8월 발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의 일환으로 청년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이다. 매년 취업준비생 1만명 이상을 선발해 소프트웨어를 집중 교육한다.

한국 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삼성그룹이 그동안의 노하우를 활용해 역량 있는 인재를 직접 키워내겠다는 복안이다.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사업도 확대해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C랩 인사이드의 범위를 삼성전자 세트(소비자가전·모바일) 부문 외에 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도 확대 적용하고 외부 스타트업 성장 지원을 위한 C랩 아웃사이드는 초기 스타트업뿐 아니라 예비 창업자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다.

◆중소기업 '상생' 강화…연구개발 지원 늘리고 자동화 구축 돕고

삼성그룹은 이날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강화 방안도 내놨다. 코로나19(COVID-19)로 심화된 기업간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행 비전에 따라 대기업·중소기업과의 상생 체계 구축을 위해 힘써왔다.

우선 미래성장의 기틀이 되는 기초과학 역량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R&D(연구개발) 지원 확대안이 눈에 띈다. 삼성그룹은 2013년부터 기초과학과 소재, ICT(정보통신기술) 등 분야에서 1조5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는 미래기술육성사업을 운영해왔다. 최근 3년 동안 기초과학·원천기술 R&D에 지원한 3000억원을 향후 3년간 35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협력사 안정화 지원을 위한 상생펀드와 물대펀드는 규모를 유지한다. 우수협력사에 대한 안전·생산성 격려금은 3년 동안 2400억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스마트공장 프로그램 등 효과가 입증된 프로젝트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조현장 혁신과 안전개선 등 기초 단계에 머물렀던 지원을 공장운영시스템과 생산·물류 등 자동화 구축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바이오 주권, 국가적 과제…제2 반도체 신화 구축"
'일자리 해결사' 자처한 이재용, '삼성맨' 4만명 뽑는다
삼성그룹이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중요성이 부각된 바이오·제약 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제2의 반도체 신화 구축에 나선다.

바이오의약품뿐 아니라 백신 및 세포, 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불거진 백신 패권 싸움에서 드러난 바이오 주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이 적극적인 투자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가석방 이후 나온 발표라 '이재용 역할론'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그룹은 차세대 치료제 투자 등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세계 시장에서 2023년 점유율 30%를 달성해 1위 기업으로 올라서겠다고 24일 밝혔다.

세계 시장을 석권한 반도체처럼 바이오의약품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과 지배력을 확보하겠단 포부다.

삼성그룹은 코로나19 이후 백신 중요성이 부각된데바 세계적으로 고령화 추세가 심화되며 바이오제약이 한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산업으로 부상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이날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고, 이중 180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바이오제약은 반도체,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와 함께 주력 투자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오제약 산업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과감한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기술 및 시장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특히 CDMO,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필두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룩하겠단 전략이다.

삼성은 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CDMO 공장 3개를 완공했다.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간 생산능력 62만리터로 CDMO 분야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에 올라선다.

바이오시밀러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10번째 제품이 임상에 돌입했고, 이미 5개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앞으로도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CDMO 분야 5공장과 6공장 건설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 거듭나는 동시에 절대적인 시장 우위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 바이오의약품 외에 백신 및 세포, 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 및 고도화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문인력 양성, 원부자재 국산화, 중소 바이오텍 기술 지원 등을 통해 국내 바이오산업 생태계·클러스터 활성화를 추진한다.

삼성그룹 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이오 산업은 '고부가 지식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산업'으로 변모하는 양상"이라며 "마스크 부족 현상, 백신 수출 제한 등 각국이 각자도생 조치에 나서면서 이른바 '바이오 주권' 확보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국 내 바이오 생산시설 존재 여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4공장이 완공되면 CDMO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할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도 바이오 주권 시대에 대비해 바이오제약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 240조 투자' 학계도 환영..."TSMC 추격 이제 본격 시작"
'일자리 해결사' 자처한 이재용, '삼성맨' 4만명 뽑는다
삼성그룹이 앞으로 3년 동안 240조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계획을 내놨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혁신의 막차를 잡았다", "삼성의 추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24일 향후 3년 동안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분야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반도체다. 삼성그룹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절대 우위 지위 유지와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도약을 위한 기반 마련에 150조원 가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지휘 아래 투자 금액이 빠르게 확정된 만큼 삼성이 투자 집행에서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본다. 이 부회장은 이번 투자안을 두고 삼성전자 경영진과 수차례 회동하면서 막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다듬은 것으로 알려진다.

통큰 투자 계획에 업계와 학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이 수감된 동안 반도체 시장에선 대만 TSMC와 인텔이 천문한적인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시장 장악에 속도를 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식화한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파운드리 투자조차 부지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경쟁에서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투자 집행이 늦었지만 이 부회장이 복귀한 이후 빠른 투자 결정이 이뤄져 다행"이라며 "TSMC 추격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의 이날 발표내용에도 이 같은 위기의식이 담겼다. 삼성그룹은 이날 발표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절대우위 리더십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국내외 비상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며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안전판'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산업으로 한번 경쟁력을 잃으면 재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는 사실상 생존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광만 제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반도체를 비롯해 바이오, 배터리 등 한국 주력 산업이 전방위로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시스템반도체 등에서 삼성전자의 선택이 중요한데 적절한 기술개발과 투자, M&A(인수합병)를 과감히 해 나가야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날 발표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등 신기술을 적용해 3나노(㎚,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 제품 양산을 앞당길 것이라는 언급이 나온 데도 주목했다. TSMC와 3나노 공정 개발과 양산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양사는 올해 5나노 공정이 적용된 시스템반도체 양산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3나노 공정이 파운드리 시장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TSMC는 내년 7월 핀펫(FinFET) 기술을 활용해 업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인 반면, 삼성전자는 GAA 기술로 승부를 볼 전략이다. GAA는 기존 핀펫 기술보다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고객사에 기술적 개연성 등을 피력한 것"이라며 "고객사들이 향후 로드맵이나 매출 계획을 세울 때 삼성전자를 먼저 고려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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