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시계 재가동 시작됐다…삼성 "3년간 240조 투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한지연 기자, 오문영 기자 2021.08.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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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3년 플랜 버전 Ⅱ]①

이재용 경영시계 재가동 시작됐다…삼성 "3년간 240조 투자"


삼성그룹이 앞으로 3년 동안 반도체·바이오 등에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는 포스트 코로나 투자·고용 계획을 24일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시장구도가 급변하면서 앞으로 3년이 대변혁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글로벌 선두기업의 지위를 지켜야 한다는 내부 위기감과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반영된 결단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으로 복귀한 지 11일만에 2018년 8월 발표한 '3년 플랜'의 두번째 버전을 꺼내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체 투자 규모는 2018년 당시 180조원보다 60조원 많은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의 최근 3년 영업이익 122조원도 넘어선다. 벌어들인 돈 이상을 재투자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자산(2분기 말 기준 111조원)보다도 많다.



연간 평균 투자액(약 83조원)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연간 투자액(170조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연평균 투자액은 평택 반도체 1라인 건설 때문에 역대 최대였던 2017년 60조2000억원을 넘어선다. 지난해 투자액 38조5000억원의 2배 이상이다.

총 투자액의 75%인 180조원을 국내에 투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가운데 30조원가량을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당 당시 발표한 미국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증설을 포함해 중국·인도·베트남 등 해외 생산기지에 투자하고 M&A(인수합병)에도 30조원 안팎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재용 경영시계 재가동 시작됐다…삼성 "3년간 240조 투자"
핵심 투자 분야는 반도체다.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육성에만 3년 동안 150조원가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반도체'로 키우는 백신·유전자 치료제 위탁생산(CDMO) 등 바이오를 비롯해 차세대 통신신(5G·6G), AI(인공지능)·로봇·슈퍼컴퓨터 등 신성장 IT 분야에도 2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직접 채용 인원도 당초 계획(3만명)보다 1만명가량 늘리기로 했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삼성전자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첨단·자동화로 신규 채용 여력이 줄고 있지만 '국난'으로까지 불리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4만명 직접 채용 외에도 18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가 이뤄지면서 고용유발 효과가 56만명에 달할 전망"이라며 "사회안전망 구축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투자·고용 방안 발표를 두고 지난 13일 이 부회장 가석방 출소 이후 삼성그룹의 경영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이후 삼성전자의 새로운 먹거리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투자 계획은 규모나 시점에서 그동안의 우려를 해소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의혹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의혹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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