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에 온 시련, 박미희 감독은 채찍 아닌 당근을 들었다

스타뉴스 의정부=심혜진 기자 2021.08.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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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사진=KOVO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사진=KOVO


흥국생명 박미희(58) 감독이 이 상황을 예견한 듯 기자회견 내내 침착한 모습이었다. 반강제적인 세대 교체에 인내심을 이야기했던 사령탑이다.



흥국생명은 새 시즌을 앞두고 전력이 대거 약화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33)의 상하이 이적과 이재영-다영(이상 25)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논란 등 지난 시즌과 비교해 5명이나 이탈했다. 이 때문에 흥국생명은 강제로 세대교체를 진행하는 상황이 됐다.

2014년부터 7년째 흥국생명을 지도하고 있는 박미희 감독에게도 가장 힘든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기 전 박미희 감독은 "위기지만 기회다. 처음 팀을 맡았을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지만, 다시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준비할 것"이라며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뚜껑을 열어보니 흥국생명은 마냥 나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주축 선수 5명이나 빠진 상황이라 아직 선수들 간의 호흡이 맞지 않긴 했다. 그동안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경직된 모습도 보였다. 1993년생 주장 김미연을 제외하면 대부분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난 어린 선수들로 스타팅이 꾸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의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B조 첫 경기에서 1세트 승리를 가져와 희망을 갖게 했다.이주아가 개인 한 경기 최다득점 타이인 14득점, 최윤이가 12득점을 기록했다.

이후 내리 3세트를 내준 것보다는 1세트를 따낸 것에 더 칭찬했다. 박미희 감독은 "결과나 안 됐던 것보다 잘됐던 것에 포커스 맞춰서 얘기하려 한다. 박혜진은 부담도 많았을 텐데 무난히 첫 경기를 한 것 같다"고 했다.

잘한 부분에 대해서도 짚었다. 박 감독은 "플레이를 하다 실수가 나온 것은 상관없다. 계속 시도하는 것이 발전을 위해 좋다고 했다"며 "다른 때보다 실수에 개의치 않고 우리 플레이를 같이 하자는 분위기는 좋았다. 중간 중간 업 다운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줄여가면서 해야 한다"고 보완점도 지적했다.


팀이 처한 상황에 맞게 앞으로도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갈 예정이다. 비시즌 동안 자유계약선수인 센터 변지수와 레프트 최윤이를 영입하며 전력 누수를 최소화하려 했다. 박 감독은 "FA 영입은 톱 클래스를 해야 하지만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변지수, 최윤이가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한다. 역부족일 수 있지만 우리는 부족한 점을 메워가야 한다"면서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나, 어린 선수들은 실전 경기를 조금이라도 많이 하면서 편해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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