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다시 담는 외국인…삼성전자는 왜 계속 던질까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정인지 기자 2021.08.24 04:27
글자크기

외국인 12거래일 연속 순매도, 7.5조 상회… 반도체 우려 완화에도 신흥국 이탈 이슈 여전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코스피 지수가 29.7포인트(0.97%) 오른 3090.21로 거래를 마감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25.28p(2.61%) 오른993.18, 원달러 환율은 5.9원 내린 1173.7원을 기록했다. 2021.8.23/뉴스1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코스피 지수가 29.7포인트(0.97%) 오른 3090.21로 거래를 마감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25.28p(2.61%) 오른993.18, 원달러 환율은 5.9원 내린 1173.7원을 기록했다. 2021.8.23/뉴스1


삼성전자 (81,500원 ▼100 -0.12%)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12거래일째 이어졌다. 이달 한 때 삼성전자와 함께 외국인 매물 포화가 집중됐던 SK하이닉스 (236,500원 0.00%)에 대한 매물압박이 최근 들어 완전히 해소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만 여전히 매도압박이 지속되는 이유로 한국증시를 비롯한 신흥국 증시 전반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 글로벌 유동성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는 데다 원화약세 심화로 인한 한국증시에 대한 매력이 감소한 상황에서 국내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수급 상황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23일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0.83% 오른 7만33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5일 이후 이어진 약세 흐름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한 때 7만4000원(전일 종가 대비 +1.79%)까지 올랐다가 상승폭을 다소 줄인 채 마감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정규장 종료 시점까지 기관(+1889억원)과 개인(+830억원)이 삼성전자 저가 매수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외국인은 이날도 271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난 5일 이후 12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 규모는 7조5229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 전체 외국인 순매도 규모(8조1603억원)의 92%가 삼성전자 단 한 종목에서만 나왔다는 얘기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이달 초중순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에 대한 매물출회는 반도체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증시 시가총액 1,2위를 차지하는 대장주이자 글로벌 반도체 업종의 선두주자였던 두 종목이 이달 들어 외국인 매물 폭탄에 힘을 쓰지 못하고 큰 폭의 조정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지난 4일 월 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 13일까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조정폭은 각각 10.25%, 16.12%에 달했다. 이 기간 두 종목 모두 외국인 순매도 상위 1,2위를 기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달 초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투자은행)에서 반도체 업황의 부진을 예상하는 분석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들 두 종목의 조정도 지속됐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 17일부터였는데 이 때부터 오늘(23일)까지 5거래일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204억원 순매수한 반면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1조8321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물 출회를 더 이상은 반도체 업황부진으로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얘기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스팟(현물) 가격 하락세가 멈추는 등 반도체 업황 우려가 월초 대비 완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는 더 이상 반도체를 이슈로 한 게 아니라 한국증시에 대한 매도로 풀이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우선주 시가총액 합계가 약 494조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약 2231조원)의 22%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도는 단지 반도체 업종에 대한 '숏'(Shot, 매도포지션)이 아니라 한국증시로부터의 외국인 이탈 지속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코로나19(COVID-19) 2년째를 지나면서 가시화되고 있는 미국 테이퍼링 등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및 이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감소가 우선적으로 지목된다. 김 센터장은 "이번 주 잭슨홀 미팅, 내달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등을 통해 테이퍼링 관련 불안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한국증시 등 신흥시장으로부터의 외국인 이탈 우려가 여전할 것"이라며 "한국시장에 대한 매도 기조가 그 대표주인 삼성전자에 집중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더나 백신 101만회분이 23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옮겨지고 있다. 그동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 사의 코로나19 예방 백신 701만회분이 9월 첫째 주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온다. 앞서 지난 6일 모더나는 제조사 실험실 문제로 공급 차질이 발생, 당초 계획한 8월 850만회분의 절반 이하 물량을 한국에 공급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2021.8.23/뉴스1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더나 백신 101만회분이 23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옮겨지고 있다. 그동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 사의 코로나19 예방 백신 701만회분이 9월 첫째 주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온다. 앞서 지난 6일 모더나는 제조사 실험실 문제로 공급 차질이 발생, 당초 계획한 8월 850만회분의 절반 이하 물량을 한국에 공급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2021.8.23/뉴스1
환율 역시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086.30원에서 이달 6일 1142.10원으로 5% 가량 올랐다. 그만큼 원화가치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삼성전자 등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이달 초부터 본격화되며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1179.60으로 불과 9거래일만에 3.3%나 뛰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을 팔아 해외로 송금하게 되면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리는(원화 약세) 효과를 낸다. 원화 약세가 추세적으로 진행되면 환손실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다시 국내 주식을 파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반도체 업종 분석보고서에서 환율문제를 다뤘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반도체 대형주 주가에 영향을 주는 중요 변수는 원/달러 환율"이라며 "원화강세였던 2019년 1~2월, 2020년 12월~2021년 1월 주가 상승이 이를 보여준다"고 했다. 또 "최근 원/달러 환율의 약세는 주가 부진을 유발했다"며 "추가로 환율이 약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국 메모리 반도체 대형주의 반등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했다.

중국 변수에도 발목이 잡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에서 주요 지표가 안좋게 나오는 데다 중국 당국의 대(對) 기업규제 강화 등 영향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중국증시와 상관관계가 높은 한국증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또 "삼성전자에 대한 매물출회가 잦아들기 위해서는 국내 코로나 상황 안정, 중국 쪽 상황 호전 등 변수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