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6.8조 혈세 쓴 HMM, 글로비스와 다르다"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21.08.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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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헬싱키·르아브르 호 르포 /사진=김훈남HMM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헬싱키·르아브르 호 르포 /사진=김훈남


HMM 해상노조 파업이 쟁의행위 투표 가결로 임박했지만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무리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HMM 노조 주장은 실적이 개선됐으니 채권단 관리기간 동안 동결됐던 기본급을 경쟁사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것인데 산은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은과 HMM 사측은 이례적으로 노조에 기본급 8%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25% 인상안을 고집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산은 핵심 관계자는 23일 "(HMM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아직까지 완료된 상황이 아니다"며 "HMM 노조가 단기실적을 명분으로 기본급을 경쟁사인 현대글로비스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게 핵심인데 국민 혈세가 약 7조원이나 들어간 관리회사와 정상기업이 어떻게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냐"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산업은행의 관리규약 지침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실제 노조와 협상주체는 HMM 사측"이라며 "HMM 경영진에 권한 위임해 보고를 받는 것이고 산업은행은 주주로서 입장을 낼 뿐, (경영행위에 대한) 월권을 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산은이 실제 파업이 이뤄지거나 일부 노조원 이탈 및 전직 등의 위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시하고 있다. 노조원 약 450명이 단체로 전직하거나 회사를 이탈할 가능성은 낮지만 핵심인원들을 경쟁사로 뺏길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한다. HMM 해상노조가 파업쟁의를 위한 투표를 노조원 90%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했지만 국가물류대란을 초래할 책임소재 차원에서도 노조가 극단적인 대치상황으로 끌고 가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경계심은 놓지 않고 있다.

산은과 사측은 해상노조의 파업투표 이전에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해 연봉대비 50% 이상을 증액(기본급 8%, 상여금 500%)한 인당 9400만원대 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인당 평균 1억3500만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노조 측은 평균 연봉으로 기본급 6000만원과 6000만원의 상여금(1200%)에 1500만원의 인상분(25%)을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과 노조 사이의 간극이 평균 기준 41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산은은 HMM의 실적이 해운업 호황에 따른 것이지만 업황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이런 실적이 계속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라며 "회사의 누적결손금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4조5000억원에 달해 주주들에게 배당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이 호전됐음에도 불구하고 HMM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447%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2016년 이후 HMM 경영정상화를 위해 약 6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산은 단독으로만 전환사채(CB) 투자 3000억원, 유상증자 1000억원, 선박금융 5000억원, 영구채 1조3000억원 등을 투입했다. 여기에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서도 유상증자 1000억원, 선박금융 2조1000억원, 영구채 1조9000억원, 기타 5000억원 수준의 지원을 했다.

일각에서는 HMM 해상노조와 산은 제시안의 차이가 조합원 수를 고려하더라도 인당 4100만원씩 약 185억원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측이 노력을 더해 조정할 수 있는 간극이 크지 않은데 비해 국가물류대란으로 초래할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노조에 끌려가는 모양새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지만 산은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산은도 기존 대우건설 등 다른 구조조정 관리기업과 형평성을 고려하면서 (HMM) 노조와 주장의 간극을 좁혀가고 있다"며 "원만한 타결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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