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코인원 '명줄'쥔 농협, 코인 입출금차단 요구…업비트 몰아주기?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1.08.2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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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투자운용 대표가 궁지에 몰리자 결국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를 팔아 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비트코인은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 소폭 하락했지만, 수 시간 만에 다시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19일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대비 소폭 오르며 5200만~5300만원대를 오가고 있다. 사진은 19일 서울 용산구 코인원 시세전광판. 2021.8.19/뉴스1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투자운용 대표가 궁지에 몰리자 결국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를 팔아 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비트코인은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 소폭 하락했지만, 수 시간 만에 다시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19일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대비 소폭 오르며 5200만~5300만원대를 오가고 있다. 사진은 19일 서울 용산구 코인원 시세전광판. 2021.8.19/뉴스1


업비트에 이은 국내 2·3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이 코너에 몰렸다. 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NH농협은행이 코인 입출금 차단조치를 요구하면서다.

금융당국의 '트래블룰(Travel Rule)' 규제 적용시기를 농협은행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월권'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2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 20일 금융당국에 사업자신고서를 제출했다. 마감일을 1개월정도 앞둔 시점에 '첫' 제출 사례다.

빗썸과 코인원은 아직 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확인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거래소가 제휴중인 농협은행이 발급을 머뭇거리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달 초 빗썸과 코인원 측에 트래블룰 체계 구축 전까지 가상자산 계좌 입·출금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쉽게 말해, 거래소 간 가상자산 이동을 막겠다는 것이다.

트래블룰은 거래소가 가상자산을 전송할 때 전송자와 수신자의 정보를 파악할 것을 요구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규정이다. 국내에서는 내년 3월 의무적용된다. 농협은행은 확인서 발급을 위해 트래블룰 체계구축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빗썸과 코인원이 트래블 룰 구축 요구를 받아들이면 당장 투자자들이 불편해지고 '가두리 펌핑' 가능성도 커진다. 입출금이 멈춘 동안 특정 가상자산 시세조정 작업이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임의적으로 고객의 자산인 코인 입출금을 막을 경우 재산권 침해 등 법적 소송 문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트래블 룰 적용 시기를 내년 3월25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이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유예 기한이 끝나는 다음달 25일부터 당장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비트와 제휴한 케이뱅크는 농협은행과 다른 해석을 내려 업비트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확인서를 내줬다. 업비트가 한발 앞서 지난 20일 '1호'로 금융당국에 사업자 신고서를 낼 수 있던 이유다.

빗썸, 코인원, 업비트, 코빗 등 4대 거래소가 함께 추진키로 지난 6월 약속한 트래블룰 관련 조인트벤처 추진작업도 삐걱이고 있다. 업비트가 참여 양해각서(MOU)를 맺은뒤 갑자기 탈퇴하면서다.

업비트는 지난달 말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담합 이슈가 생길 수 있다며 발을 뺐다. 그러면서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시스템으로 트래블룰 체계를 자체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협은행의 '몽니'에 업계 2위, 3위 업체들이 당장 운영을 멈추게 될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그렇게 되면 업계 1위 업비트의 사실상 독점 구조가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4위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9월25일부터 거래소들이 트래블 룰을 지켜야 하는 게 맞다'는 작위적 해석을 통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빗썸과 코인원이 농협은행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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