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키움 1차 주승우 "롤모델 박찬호, 제구 되는 150㎞ 보여드릴게요"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1.08.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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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우.  /사진=본인 제공주승우. /사진=본인 제공


주승우(21·성균관대)가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2022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을 받았다. 그동안 고졸 선수를 선호했던 키움은 올해를 끝으로 사라지는 1차 지명에서 처음으로 대졸 선수를 골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3일 오후 2022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자 10명을 공식 발표했다. 서울 지역 3순위권을 가진 키움은 예상대로 우완투수 주승우를 지목했다.



주승우는 서울고 3학년에 재학 당시 2018 KBO 신인드래프트 현장에 초대받았으나 지명되지 못한 아픔이 있다. 드래프트에 초청받을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은 만큼 육성 선수 제의도 받았지만, 주승우는 성균관대로 진학하는 것을 선택했다.

주승우는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그 때 시련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육성 선수 제의도 있었고, 이연수 성균관대 감독님도 나를 원하셨다. 육성 선수보다 명문인 성균관대로 진학해 드래프트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4년간 절치부심하며 기량을 갈고 닦았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성균관대 진학은 주승우에게 최고의 선택이었다. 주승우는 "성균관대 운동장이 캠퍼스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운동할 시간도 많았고 기량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 대학교는 (상대적으로) 자율적으로 훈련하는 분위기였다. 고등학교 때는 키가 안 클까 봐 웨이트 트레이닝을 자제했는데 대학교 와서 형들을 따라 많이 하게 됐고 도움이 됐다"고 지난 4년을 돌아봤다.

내야수로 서울고에 진학했던 주승우는 3학년 무렵부터 투수에 도전했다. 포지션 전환에는 당시 서울고의 탄탄한 내야진도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있었고 선수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다만 170㎝대 초반의 작은 키가 문제였다. 서울고 유정민 감독은 "키 175㎝가 넘으면 투수를 시켜주겠다"고 조건을 내걸었고 1년 새 키가 15㎝ 이상 자라면서 투수를 할 수 있게 됐다.

주승우는 "키는 작지만 공을 잘 던지는 편이어서 감독님께 투수가 하고 싶다고 직접 말씀드렸다. 키가 작을 때는 사이드암이었는데 크면서 오버스로로 던지게 됐다. 키가 급격히 자라며 생긴 투구 밸런스 문제는 다행히 조태수 서울고 코치(현 우신고 야구부 감독)님이 현역 시절 오버스로 투수이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주승우./사진제공=성균관대 야구부주승우./사진제공=성균관대 야구부
현재 키 186㎝ 몸무게 85㎏의 주승우는 성균관대 재학 시절 주로 마무리로 활약했다. 아마야구 관계자들이 꼽는 주승우의 전성기는 대학 2학년 시절인 2019년이다. 당시 뛰어난 활약으로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우수투수상, 대학야구 U-리그 왕중왕전 우수투수상 등을 수상하면서 1차 지명 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의 주승우와 지금의 주승우는 또 다르다. 2년 전 주승우는 빠른 공만 믿고 윽박지르는 투수였다면 이젠 상대에 따라 구속을 조절하는 등 노련함도 갖췄다. 주승우는 자신의 투구 스타일을 "1학년 때만 해도 투수 경험이 적어 힘으로만 타자를 압도하려 했는데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힘들이지 않고 상황에 맞게 맞춰 잡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자평했다.

최고 시속 153㎞의 포심 패스트볼과 최고 140㎞까지 나오는 슬라이더, 그리고 체인지업과 커브를 던질 줄 안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투심 패스트볼과 스플리터도 장착했다. 주승우는 "투심과 스플리터도 던질 줄 안다. 올해부터 던지기 시작했다. 많이 쓰진 않지만, 포수가 요구할 때 던지면 결과가 좋았다.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체인지업은 특히 올해 들어 좋아졌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전에서 6개의 구종을 던질 줄 안다면 향후 선발 자원으로도 분류될 수 있다. 주승우 본인도 "대학에서는 마무리할 사람이 없어서 했을 뿐 고등학교 때는 선발이었다. 대학 시절 연장전 때문이긴 했지만 한 경기 8이닝도 소화한 적이 있다. 스스로 선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욕심만 내는 것은 아니었다. 목표를 높게 잡고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미 주승우는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구력이 평균 이상으로 평가받는 선수다.

하지만 주승우는 "프로에서 선발로 정착하기 위해선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과 변화구 제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구를 중점적으로 연마 중이다. 제구가 나쁜 편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류현진(34·LA 다저스) 선수처럼 좀 더 정교하게 던지는 것이 목표이고 그러려면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열의를 나타냈다.

주승우./사진=본인 제공주승우./사진=본인 제공
류현진처럼 정교한 피칭을 추구하면서도 롤모델로는 강한 구위로 상대를 압도했던 박찬호를 꼽았다. 주승우는 "롤모델은 박찬호 선배님이다. 박찬호 선배님 말고는 워커 뷸러(27·LA 다저스)와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를 좋아한다. 모두 파워풀한 피칭이 정말 멋있고, 안정적인 폼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들이라 누구나 좋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견해를 내보였다.

먼 길을 돌아 주승우는 당당히 1차 지명자로 프로에 입성하게 됐다. 프로에는 같은 팀의 최원태(24), 주효상(24)을 비롯해 강백호(22·KT 위즈), 정우영(22·LG 트윈스), 이재원(22·LG 트윈스) 등 서울고 동문들이 수두룩하다. 올해 2차 드래프트 대상 좌완투수인 친동생 주승빈(18·서울고)도 지명을 기대하고 있다.

주승우는 "(주)승빈이도 지명되면 가문의 경사다. 같이 지명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희망하면서 "서울고 출신 중에서는 (이)재원이랑 가장 친하다. LG로 왔으면 좋겠다는 농담도 하더라. 친구들과 프로 무대에서 만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어릴 적 어린이날 매치에서 두산 베어스가 이겼다는 이유로 팬이 된 '두린이' 출신이지만, 이젠 키움만 바라본다. 조상우(27), 안우진(22), 장재영(19) 등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한 팀 상황에도 주승우는 스스로 "구속이 빠른데 제구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 생각한다. 제구가 되는 150km를 던지는 투수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뜻을 전했다.

키움 팬을 향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주승우는 "1차 지명 선수답게 모범을 보이고 싶고, 성적과 실력으로 증명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프로 무대에서 상대하고 싶은 타자는 딱히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목표는 신인왕이다. 아직 키움이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데 첫 우승의 영광을 함께 누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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