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세탁 전쟁 불붙었다…동네세탁소도 모바일로 반격[빅트렌드]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21.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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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요즘 누가 나가요? 동네 점령한 '비대면 세탁'

비대면 세탁 전쟁 불붙었다…동네세탁소도 모바일로 반격[빅트렌드]


비대면 세탁 전쟁 불붙었다…동네세탁소도 모바일로 반격[빅트렌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세탁물을 수거·배송 서비스하는 비대면 세탁서비스 스타트업들이 서비스지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해당지역의 초기선점이 충성고객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경쟁적으로 서비스지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탁특공대를 운영하는 워시스왓는 이달부터 인천광역시 7개구와 경기도 시흥·안산·화성(동탄)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달 남양주, 의정부, 양주 등 서울생활권인 경기도 지역에 서비스를 확장한 지 두 달만이다. 워시스왓 관계자는 "직영 스마트팩토리를 빠르게 두 곳으로 늘리고 물류관리 시스템이 완성되면서 서비스지역 확장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세탁특공대는 연내 세 번째 팩토리 설립과 프리랜서 드라이버 고용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도 이르면 이달 중 경기도 하남, 용인, 부천, 인천 부평 등으로 서비스지역을 넓힌다. 서울 성수동에 두 번째 세탁 스마트팩토리가 완공을 앞두고 있어서다. 의식주컴퍼니 관계자는 "성수동 공장이 가동하면 동남부지역 도시인 하남, 용인 등까지 서비스지역을 늘릴 수 있고 기존 강서공장의 처리물량에도 여유가 생겨 서부지역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집콕이 불러온 '편리미엄' 타고 급성장
세탁특공대(왼쪽)과 런드리고의 서비스 가능 지역세탁특공대(왼쪽)과 런드리고의 서비스 가능 지역
2015년 설립된 워시스왓과 2018년 설립된 의식주컴퍼니는 O2O(온오프라인 연결)서비스에 익숙한 1인·맞벌이 가구 증가에 맞춰 창업 초기부터 견조하게 성장해왔다. 코로나19(COVID-19)는 성장세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비대면 선호가 커진 데다 길어진 '집콕'생활에 가사노동 부담을 줄이려는 수요까지 겹치면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드라이클리닝 등 전문세탁 외에 단순 물세탁까지 서비스를 활용하려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비대면 세탁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새벽수거·배송, 정기 구독서비스를 선보이며 이같은 수요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워시스왓에 따르면 올해 월평균 세탁물량은 30만여점으로 전년대비 91% 성장했다. 정기구독 서비스에 방점을 찍는 의식주컴퍼니도 "월평균 4만8000가구가 이용했다"며 "매월 10~20%씩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도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워시스왓과 의식주컴퍼니는 이달까지 각각 277억원, 235억원 이상의 벤처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시장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세탁업체도 비대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세탁 프랜차이즈 크린토피아는 지난해 앱을 통한 수거·배송 서비스를 출범해 두 스타트업을 뒤쫓고 있다. 크린토피아 측은 1000여개가 넘는 전국 가맹점들을 활용해 전국에서 수거·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가맹점주 측이 직접 수거·배달해야해 서비스 속도 등은 두 스타트업들보다 느리다.


심지어 일부 지역 동네세탁소들도 자체적으로 앱을 개발해 수거배달에 나섰다. 서울 은평구의 '세탁왕', 대전 '원크린세탁소', 천안 '세탁대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세탁소지만 앱을 통해 세탁물을 직접 수거·배송하거나 택배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불만·배송관리 문제 풀어야 추가성장"
다만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소비자들의 품질불만은 넘어야 할 산이다. 시장이 일정수준 성장한 이후에는 서비스 재이용율이 성장세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비대면 세탁서비스 스타트업 관련 소비자 불만상담은 월평균 39건으로 전년(18.3건)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서비스 이용자가 늘고있지만 고객센터 확충 등 사후관리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비스지역을 급격하게 확장하면서 배송차질, 인력부족 등 문제도 풀어야할 사안으로 거론된다. 세탁특공대의 경우 지난 5월 봄철세탁물량이 폭증하면서 기존 물류담당인력들의 노동에 과부하가 걸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세탁특공대 관계자는 "제2 스마트팩토리 가동과 봄성수기가 맞물리며 일부 문제가 있었으나 현재는 쿠팡플렉스 같은 프리랜서드라이버 '세특 인피니티' 풀을 늘리고 배송인원을 늘려 문제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혁신은 스타트업 전유물?....동네세탁소의 '반격' 시작됐다

세탁 스타트업 공세에 직접 앱 출시해 대응…"동네세탁소라고 못 할 이유 없다"

서울 은평구에서 2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는 도현숙 크린세탁 대표(왼쪽)와 남편이 최근 비대면 수거·배송 애플리케이션 '세탁왕'을 출시했다 /사진=고석용 기자서울 은평구에서 2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는 도현숙 크린세탁 대표(왼쪽)와 남편이 최근 비대면 수거·배송 애플리케이션 '세탁왕'을 출시했다 /사진=고석용 기자
서울 은평구 한 골목에서 2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도현숙 크린세탁 대표는 최근 애플리케이션 '세탁왕'을 출시했다. '모바일 기반', '비대면 수거·배송'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세탁특공대(워시스왓)와 런드리고(의식주컴퍼니) 등 스타트업과 정면 경쟁하는 앱이다. 도 대표는 "동네 세탁소라고 모바일·비대면을 못 할 이유가 없다"며 "한평생 세탁을 해온 만큼 자신있는 품질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탁 스타트업들이 시장을 넓혀가면서 기존 동네 세탁소가 반격을 시작했다. 은평구 크린세탁, 대전의 원크린세탁소, 천안의 세탁대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동네 세탁소를 기반으로 모바일 앱으로 주문을 받고 스타트업들과 동일하게 비대면 수거·배송 서비스 진행한다.

비대면 플랫폼 경험 후 "세탁도 변화 없이는 생존불가"
크린세탁이 출시한 앱서비스 세탁왕크린세탁이 출시한 앱서비스 세탁왕
은평구 크린세탁에서 만난 도 대표는 "세탁도 변화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크린세탁은 2002년 개업해 한 때 월매출 1000만원 이상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4~5년 전부터 매출이 급감했다. 대형 프렌차이즈 세탁소에 이어 모바일 기반 스타트업까지 세탁시장에 뛰어들면서다.

속수무책으로 매출이 줄던 크린세탁은 2018년 한 모바일 세탁 중개플랫폼에 가입한다. 고객에게 주문을 받으면 인근 세탁소에 수거·배송만 해주는 중개 전문 플랫폼이었다. 도 대표는 "수수료가 있었지만 매출은 두 배로 늘었다"며 "코로나19(COVID-19)로 모바일을 이용하는 고객은 더더욱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플랫폼이 올해 초 경영난으로 폐업하면서 매출은 다시 곤두박질치게 된다.

도 대표는 "1인·맞벌이 가구 성향에 맞는 모바일, 비대면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줘 숨통이 트였는데 플랫폼이 폐업하면서 우리도 당황했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더 지불해서라도 플랫폼이 유지될 수 있게 해야 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서 직접 앱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출시한 것이 '세탁왕'이다.

월매출 두 배 껑충…"가맹점 늘려 동네세탁소 살릴 것"
세탁왕은 서울 서북부가 기반이지만 전국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 은평·마포·서대문구와 고양시 덕은·향동은 도 대표와 남편이 직접 발로 뛰며 수거·배송하고 기타지역은 택배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요즘 세탁스타트업 서비스처럼 '새벽배송', '당일배송'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도 대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도 대표는 "대부분 고객들은 배송이 좀 늦더라도 소중한 옷이 손상없이 세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탁왕 출시 6개월 만에 크린세탁의 매출은 월평균 800만원에서 1600만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늘어난 주문 중 20~30% 가량은 부산, 광주 등에서 택배로 배송된 주문들이다. 도 대표는 "인공지능(AI)으로 운영되는 대형 세탁공장이 놓치고 있는 세탁품질에 집중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올해 중으로 다른 영세 세탁소들을 세탁왕 앱에 참여시키는 게 목표다. 세탁왕 거점세탁소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영세 세탁소들에게도 판로확대 기회를 주겠다는 것. 도 대표는 "수십년간 세탁만 해오던 세탁소 사장님들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꿈"이라며 "힘닿는 데까지 서비스를 확장해 동네 세탁소들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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