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조 "파업 가결 땐 해외선사 단체이직"…물류대란 '빨간불'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1.08.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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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훈남/사진=김훈남


HMM 해상노조가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노조가 파업 투표 가결시 파업에 돌입하는 대신 단체 이직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물류대란 우려가 커졌다.



HMM 해상노조는 22일 정오부터 오는 23일 정오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결과는 오는 23일 오후에 나올 예정이다.

해상노조는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면 선원법상 제한된 파업 대신 단체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 위원장은 "지금 남은 선원들이 가정을 잃어가면서 한국해운물류를 틀어막았다"며 "투표 결과가 파업 찬성으로 나온다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로 이직을 위한 단체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또 "1년 넘게 배에 갇혀 가정도 못지키면서 아이들이 '아빠 없는 아이'라고 놀림 받고 배우자는 과부라고 손가락질 받다 이혼했다"며 "부모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인내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선원들은 배에 오르면 4개월 정도 각국을 순회한 뒤 한국에 복귀한다. 이후 2개월 가량의 휴가를 갖는데 최근 HMM 직원들이 이탈하면서 새 배에 오를 인력이 부족해지자 남은 선원들이 쉴 틈 없이 1년 내내 배에 올랐다.


노조는 그동안 인력 충원을 위해 임금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금 불만으로 신규·경력 채용이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HMM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지만 직원 평균 연봉이 6900만원 수준으로 현대글로비스나 팬오션 등 다른 해운사보다 2000만원가량 낮다. HMM 육상직원이 8년, 선원 직원은 6년 동안 임금 동결을 겪었지만 지난해 임금 인상률은 2.8%에 그쳤다.

사측은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에도 임금 8% 인상안과 성과급 500%를 지급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노조가 요구했던 임금 25% 인상, 성과급 1200% 지급안과 차이가 크다.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이 HMM 이외에 관리하는 다른 기업의 동반 임금인상 요구를 우려하면서 임금 인상안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대형 해운사인 MSC가 지난달 초대형 컨테이너선 탑승 경력이 있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채용에 나서자 노조가 단체 이직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내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해운사는 HMM뿐이다. MSC가 사실상 노사 임금 갈등을 겪는 HMM을 노골적으로 노린 셈이다. MSC는 HMM 연봉의 약 2.5배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위원장은 "파업도 못하게 막아놓을 정도로 중요한 직업이면서 처우 개선도 못해준다는데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운항 중이거나 외국 항구에 있는 선박에서는 쟁의가 금지된다.

파업 찬반투표는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HMM 해상노조와 사측은 지난 20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2차 조정회의에서 진행한 협상에서도 양측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무직 중심의 육상노조도 조만간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한 원양선사인 HMM 노조가 파업이나 대규모 이직에 나설 경우 물류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기준 HMM의 아시아~유럽 노선 시장점유율은 7%, 아시아~북미 노선 시장점유율은 6.8%을 기록했다. 이마저도 선박이 부족해 HMM이 지난달부터 미주 노선의 임시선박을 최소 월 2회에서 4회로 늘리는 등 총 39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HMM의 배가 멈추고 운임비가 폭등하면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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