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이 오전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1.8.19/뉴스1
취업제한 관련 논란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 부회장 가석방을 허가한 9일부터 불붙었다. 박 장관이 이 부회장 가석방 이유를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이라고 설명했으니, 취업 제한 해제 여부로 관심이 몰린 것이다.
박 장관은 가석방 초기에 취업제한 해제에 관해 "고려해본 적 없다"며 말을 아끼더니 최근 취업 승인 없이도 이 부회장 경영 활동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았다. 이 부회장이 2019년부터 무보수·비상임·미등기 임원임을 강조했다. 취업했다는 게 전제돼야 취업 제한 위반 여부를 논할 수 있는데, 이 부회장은 취업 자체를 안 한 것이니 따지기 힘들다는 의미다.
시민단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례를 주목했다. 박 회장은 2018년 11월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취업 제한 위반 혐의로 5월 이 부회장을 고발하기도 한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법원이 "(취업 제한은) 범죄 행위와 관련된 기업체에서 일정 기간 회사 법령에 따른 영향력이나 집행력을 행사·향유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박 회장이 등기이사여서 이 미등기 임원인 이 부회장의 경우와 다르다며 반박했다.
재계 인사나 경영 전문가는 이 부회장이 중요 사안을 보고 받고 중장기적 계획에 의견을 내는 등 경영 현안을 계속 챙길 것이라고 대체로 내다본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이므로 취업 승인 없이도 경영 활동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가석방 전부터 펴왔다. 과거 가석방 된 미등기 임원이 경영에 참여한 사례도 있는 만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또 박 장관이 취업 제한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만큼 이 부회장 측에서 먼저 취업 승인 신청을 하기도 힘든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괜히 신청했다가 승인 나지 않을 경우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 재계 사정에 밝은 전문가는 "이 부회장이 당분간 조용히 경영 현안을 챙길 것"이라며 "차근차근 성과를 보인 뒤 점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와 법조계 인사들은 물밑의 '사법 리스크' 해소를 위해 이 부회장으로서는 취업 제한 해제가 필요하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 부회장이 취업 제한을 위반했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수사, 사법 기관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 부회장이 취업 제한 조항을 위반했다며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수사 기관이 이 부회장 취업 여부를 박 장관과 다르게 해석할 경우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특경가법상 취업제한 위반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불법승계' 재판을 신경써야 하는 이 부회장에게 부담이 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국가 경제 기여'라는 목적을 안고 가석방됐지만 고발될 가능성을 안고 경영을 해나가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돌발 변수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중장기적으로 취업 승인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