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오르는 라면값, 담합했나?…촉각 세우는 공정위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2021.08.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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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2021.8.16/뉴스1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2021.8.16/뉴스1


최근 라면 업체들이 가격을 일제히 올리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라면 물가를 주시하고 있다. 당국은 경쟁사들이 가격을 동시에 올린 만큼 회사들 간 가격 담합이 있었는지 살피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법이 개정돼 규제가 강화되면서 라면 제조사들이 제품 원가 등 정보만 교환해도 담합 행위로 추정이 가능해졌다.

20일 정부 부처·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가 서민 상품을 중심으로 가격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라면 가격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면 제조사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이달부터 제품 가격 인상을 올리고 있다. 오뚜기는 라면제품 가격을 평균 11.9%, 농심은 6.8% 올리기로 했다. 삼양식품은 내달부터 13개 라면 가격을 평균 6.9% 인상한다.

각 사가 대표 상품인 진라면(오뚜기), 신라면(농심), 삼양라면(삼양식품) 가격을 비슷한 시점에 인상하자 일각에서는 가격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GS25, CU 편의점 기준으로 진라면 4100원·신라면 4150원·삼양라면 4000원에 팔리고 있다. 공정위는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회사를 추종해 다른 회사들도 가격을 올리도록 회사들 간의 합의가 있었는지 주목할 가능성이 짙다.

2012년에도 공정위는 농심·오뚜기·삼양식품·한국야쿠르트 등의 담합행위를 제재하면서 회사 간 정보교환 행위를 문제삼았다. 당시 공정위는 "가격 인상 정보를 다른 업체에 알려줘 가격을 동일하거나 유사한 선에서 인상했다"면서 4개사에 총 1354억원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후 2015년 대법원은 1·2심 판단을 뒤집고 정보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농심이 다른 라면 제조사들과 라면 가격 인상 일자·내용 등 정보를 교환한 사실이 있지만 라면 가격을 함께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지난해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정보교환 행위를 담합 등 사업자 공동행위 금지유형으로 포함하면서 이번에는 법원 판단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각 회사가 △상품·용역 원가 △출고량·재고량·판매량 △상품·용역 거래조건 등을 교환하는 것은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정했다. 회사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정보를 경쟁사끼리 공유하는 것을 담합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교환 행위는 대개 은밀하게 진행되는 만큼 담합행위 자진신고 기업에 제재를 면제해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드러난다. 2012년 당시 공정위는 라면 가격 담합을 제재하면서 농심 1077억6500만원·삼양식품 116억1400만원·오뚜기 97억5900만원·한국야쿠르트 62억7600만원 등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삼양식품은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해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정보교환 행위 제재에 대해 재계는 "정보교환 담합 규제와 관련해 일상적인 정보 교환도 담합으로 처벌될 수 있다"며 정보교환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마련해달라고 공정위에 건의했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교환되는 정보가 전략적 정보이고,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일수록 가격 경쟁을 제한한다고 볼 것"이라며 "시장동향 파악을 위한 출고량·판매량 등 정보교환이 실질적 경쟁제한 효과로 이어지면 위법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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