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정상국가 발버둥…'수업받는 여학생들' 영상 올렸다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1.08.2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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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 탈레반 계정 100여개 개설…'정상 국가' 인정받으려 발버둥

탈레반 대변인 모하마드 나임이 19일(현지시간) 본인 트위터 계정에 올린 동영상.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 지역에 사는 여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사진=트위터 캡처탈레반 대변인 모하마드 나임이 19일(현지시간) 본인 트위터 계정에 올린 동영상.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 지역에 사는 여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사진=트위터 캡처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각종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상 국가'를 표방하고 나섰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 모하마드 나임은 자신의 트위터에 아프간 서부 헤라트 지역의 여학생들이 까만 옷을 입고 흰색 베일로 얼굴을 가린 채 학교에 등교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은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다같이 하교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는 탈레반이 과거 1996~2001년 5년의 아프간 통치 기간 동안 여학생의 등교를 중지시키고, 여성은 직장에 못 나오게 하는 등 여성 인권을 짓밟은 전례와 이에 따른 비판을 의식, 이를 부인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탈레반은 외교적인 면에서도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아직 기존 아프간 정부로부터 정권이양 작업을 완료하지는 못했지만, 탈레반이 소셜미디어에서 표방하고 나선 새 아프간 정부의 이름은 '이슬람 에미레이트 오브 아프가니스탄(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이다.

자비훌라 무자헤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모든 나라와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슬람 에미리트'는 모든 국가들과 좋은 외교 및 무역 관계를 원한다"면서 "우리가 어떤 나라와도 무역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고, 이같은 루머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9일 이후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에서 새로 생긴 탈레반의 공식 계정이나 친탈레반 계정이 100개가 넘는다.

이 계정들은 탈레반 통치에 관한 동영상, 이미지, 슬로건 등을 올리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 모하마드 나임이 19일(현지시간) 본인 트위터 계정에 올린 동영상.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 지역에 사는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사진=트위터 캡처탈레반 대변인 모하마드 나임이 19일(현지시간) 본인 트위터 계정에 올린 동영상.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 지역에 사는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사진=트위터 캡처
이밖에 탈레반은 각 집을 방문하며 경제활동 재개를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라트에서는 무장한 탈레반 조직원이 시민의 집을 찾아 직업과 월급 등을 물은 뒤 출근 재개를 지시하고 있다.



현재 아프간은 미국·유럽연합(EU) 주둔군 철수 뒤 소비지출 감소, 자국 통화 가치 하락, 외화 부족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해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8일 아프간에 예정된 특별인출권(SDR) 배정을 보류하며 금융지원도 중단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 인사들과 정권 이양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탈레반 간부 아나스 하카니는 지난 18일 카불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 등 정부 측 인사들과 회동했다.



하지만 아프간 국기를 든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발포하는 등 극단주의 테러 집단의 본색은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독립기념일을 맞은 이날 전국 여러 곳에서 국기를 든 시민이 시위를 벌였고 탈레반은 이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동부 아사다바드에 사는 주민 모함메드 살림은 "시위 도중 여러 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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