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이네" 생식기 싹뚝…비운의 물고기 이유 있었다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21.08.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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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⑪] 톡 쏘는 매력의 홍어와 그 친구 가오리

편집자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우리나라 물고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수컷이네" 생식기 싹뚝…비운의 물고기 이유 있었다


"만만하게 홍어 거시기"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 내뱉는 푸념이다. 누군가 자신을 괄시할 때면 "나를 홍어 X으로 아느냐"며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수컷 홍어의 생식기는 아무 짝에도 쓸 데가 없다는 의미다.



톡 쏘는 삭힌 맛으로 유명한 홍어. 호남 지방 음식의 '끝판왕'인 홍어삼합의 주 재료인 홍어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생선이다. 그 중에서도 홍어 수컷은 암컷보다 살도 적고 맛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고통을 받는 비운의 물고기다.

진짜 이름은 '참홍어' 간재미가 사실은 '홍어'
2019년 5월 23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선진포항 물량장에서 주민이 홍어와 간재미를 말리고 있다. /사진=뉴스12019년 5월 23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선진포항 물량장에서 주민이 홍어와 간재미를 말리고 있다. /사진=뉴스1


흔히 홍어라고 부르는 고기는 홍어목(Rajiformes) 가오리과(Rajidae)에 속하는 어류다. 일부 지역에선 가오리와 홍어를 함께 '가오리류'라고 하지만 엄밀히는 다른 종이다. 흔히 어민이나 사람들이 가오리로 여기는 간재미 역시 홍어류에 속한다. 일부 지역에서 강개미나 팔랭이로도 불리는 간재미의 정식 명칭이 '홍어'이며 우리가 아는 홍어의 정식 명칭은 '참홍어'다.

홍어와 비슷한 가오리는 원래 홍어목 색가오리과(Dasyatidae)에 속한다. 최근에는 홍어목에서 분리한 매가오리목(Myliobatiformes)으로 구분해 이에 해당하는 어종 전체를 가오리류로 본다. 우리나라에 6종이 사는데 전남 여수에서 황가오리라고 부르는 노랑가오리가 대표적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최지만 선수가 활동하는 템파베이 레이즈의 전신인 '템파베이 데블레이즈'의 데블레이는 플로리다 연안에서 잡히는 쥐가오리를 뜻한다.

홍어와 가오리 구분하는 방법
(위에서부터)참홍어, 홍어(간재미), 노랑가오리. 가오리류에 속하는 노랑가오리는 꼬리에 있는 독침이 위협적으로 보인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위에서부터)참홍어, 홍어(간재미), 노랑가오리. 가오리류에 속하는 노랑가오리는 꼬리에 있는 독침이 위협적으로 보인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음식으로 이들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보통 삭혀서 먹으면 홍어, 그냥 먹으면 가오리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가오리도 삭혀 먹는 경우가 있고, 홍어도 그냥 먹는 일부 지역이 있다.

외관상으로 볼 때 가오리류는 지느러미에 독침이 있으며 꼬리가 길고 가늘다. 몸의 형태는 오각형에 가까운 편이다. 가오리의 대표 노랑가오리는 몸 등쪽에서 꼬리에 걸쳐 1줄의 작은 가시가 줄지어 있으며 뒤쪽으로 갈수록 날카롭다. 난태생으로 5~8월 연안 또는 내만의 얕은 바다에서 10마리 내외의 새끼를 낳는다.

반면 홍어류는 독침이 없고 꼬리가 짧고 굵다. 몸의 형태는 마름모꼴이다. 참홍어는 체반장(주둥이 앞 끝에서 가슴지느러미 뒤 가장자리까지의 길이)이 1m까지 크며 주둥이는 삼각형 모양에 뾰족하다. 간재미(홍어)는 그보다는 작으며 주둥이가 비교적 짧다. 7~8월에 산란을 하기에 그 전에 영향이 풍부한 겨울부터 봄철까지 즐겨 먹는다. 알집 형태인 '난각'으로 산란을 하는데 참홍어는 4~6개의 알이, 홍어는 1개의 알이 들어있다.

독침을 지닌 가오리, 성기가 거추장스러운 홍어
참홍어 수컷. 꼬리 양 옆으로 '2개의 성기'가 보인다. 성기에 난 가시 때문에 옛 뱃사람들은 잡자마자 이를 칼로 쳐내기 바빴다. /사진=김맹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참홍어 수컷. 꼬리 양 옆으로 '2개의 성기'가 보인다. 성기에 난 가시 때문에 옛 뱃사람들은 잡자마자 이를 칼로 쳐내기 바빴다. /사진=김맹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
가오리의 지느러미 등쪽에 있는 독침에 쏘이면 붓거나 매우 아프다. 그래서 영어로는 쏜다는 뜻의 'sting'을 붙인 'sting ray'라는 이름을 쓴다. 홍어는 영어로 'skate ray'라 부른다. 김맹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는 "가오리 독침의 독은 아미노산 화합물로 알려져있으며 인체에 독성이 강한 독이 들어가면 호흡계, 신경계, 순환계에 영향을 미친다"며 "체내에 독이 들어오면 알레르기와 독성반응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붓고, 붉은색으로 변색되거나 통증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홍어에겐 독침이 없지만 꼬리 양쪽으로 갈라진 수컷의 생식기에는 가시가 붙어있다. 이 때문에 옛날 뱃사람들은 수컷 홍어의 생식기를 그 중요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어획하자마자 배 위에서 칼로 쳐내 없앴다. 조업에 방해가 될뿐만 아니라 손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암컷보다 작고 맛도 떨어지기에 가격도 훨씬 저렴한 수컷 홍어이라 더 탐탁지 않게 생각한 면도 있다.

톡 쏘는 홍어맛이 강할수록 미생물·세균 없는 '깨끗한 상태'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19일 청와대에서 한국노총 지도부와 오찬을 할 당시 식사로 제공된 홍어삼합. /사진=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19일 청와대에서 한국노총 지도부와 오찬을 할 당시 식사로 제공된 홍어삼합. /사진=뉴시스
홍어는 몸의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해 요소 또는 요소가 되기 전의 물질인 트리메틸아민산(TMAO)을 다량 함유한다. 홍어가 죽으면 발효과정에서 요소가 요소분해효소에 의해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으로 분해되면서 자극성의 냄새를 낸다. 이때 암모니아는 pH 8.5 이상으로 높아져 강알칼리성이 된다. 강알칼리성 상태에서는 미생물이나 세균이 증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식용이 가능하다. 먹을 때 톡 쏘는 맛은 바로 이 암모니아 성분 때문이다.

홍어는 톡 쏘는 맛과 함께 소화를 돕는 베타인과 피로를 풀어주는 타우린, 뼈에 좋은 칼슘을 다량 갖고 있다. 삭혀서 먹는 법 외에도 회 또는 탕으로 즐길 수 있다. 간재미 역시 회무침이나 탕, 찜으로 즐길 수 있다. 가오리는 삭혀서 먹는 경우도 있지만 주요 산지인 여수 해역에서는 삭히지 않고 생으로 회나 회무침, 탕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가오리와 홍어의 톡 쏘는 맛은 조상님들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세종실록지리지는 홍어의 분포 산지를 언급하고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도 "나주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으며 막걸리 안주로 곁들여 먹는다"고 기록했다. 홍어와 막걸리를 함께 즐기는 '홍탁'의 역사가 생각보다 오래 됐다는 뜻이다.

양식도 안되는 홍어·가오리…어획량이 줄고 있다
(위)참홍어의 난각. (아래)난각 안에 7개의 알이 들어있다. /사진=김맹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위)참홍어의 난각. (아래)난각 안에 7개의 알이 들어있다. /사진=김맹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
너무 맛있어서 많이 잡아먹은 탓일까. 가오리와 홍어의 어획량은 30여년 전에 비해 대폭 줄었다. 가오리는 1990년 7000여톤의 어획량을 기록한 뒤 최근에는 연간 1000여톤 수준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은 게, 강원·경북 등 동해안에서는 참홍어와 간재미 등 홍어류를 가오리로 통계에 넣는다. 홍어류는 1992년 3387톤이 잡힌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2012년 320톤까지 줄었다. 이후 금어기와 금지체장을 설정하는 등 지속적으로 자원관리를 한 결과 2020년 2054톤까지 어획량이 늘었다.

간재미와 가오리는 양식을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다. 홍어는 과거 시도가 있었으나 알을 적게 낳고 상업성 있는 크기까지 성장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에 양식이 매우 곤란한 어종이다.

김맹진 연구사는 "참홍어의 금지체장은 체반장 42㎝인데 성숙하기 전에 어획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보다 어린 참홍어는 잡지도 먹지도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참홍어의 금어기는 매년 6월1일부터 7월15일까지다.

맛있는 생선이 기다린다 '대한민국 수산대전'
"수컷이네" 생식기 싹뚝…비운의 물고기 이유 있었다
금지체장을 넘겨 잡힌 맛있는 홍어와 가오리, 그 밖에 맛있는 생선들이 1년 내내 저렴한 가격으로 대기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올해 1년 내내 여는 '대한민국 수산대전'이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과 어민들을 위한 수산물 할인행사다. 대한민국 수산대전 홈페이지(www.fsale.kr)에서 현재 진행중인 할인행사와 이벤트, 제철 수산물 정보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GS리테일, 메가마트, 서원유통, 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 쿠팡,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이베이코리아, 수협쇼핑, 위메프, 오아시스, SSG.com, CJ ENM, 더파이러츠, GS홈쇼핑, 롯데온, 인터파크, 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 아이쿱, 두레, 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 삼삼해물, 풍어영어조합법인, 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톡쏘는 홍어 삼합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 곁들이면 늦여름 더위도 순식간에 물러가지 않을까.

감수: 김맹진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목포산 참홍어. /사진=수협쇼핑목포산 참홍어. /사진=수협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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