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테슬라 온라인 판매하는데 현대·기아차는 못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1.08.2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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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EUV볼트EUV


한국GM이 국내 완성차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자사 핵심 전기차 라인업 중 하나인 볼트EUV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기로 한 것. 그간 '비대면 판매'에 곤혹을 겪었던 타 브랜드와 달리 이같은 혁신이 가능했던 점은 '판매 사원 노조'가 없다는 점이 컸다.



1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자사 주력 전기차 '볼트EUV'를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한다. 지난 18일부터 쉐보레 온라인 샵에서 사전계약을 시작했고 견적부터 결제, 탁송까지 전시장 방문 없이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국내 제조사가 직접 온라인 샵을 오픈하고 신차 출시에 맞춰 고객 인도까지 100%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한 건 쉐보레가 처음이다. 볼트EUV와 함께 출시된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된 볼트EV는 기존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된다.



볼트EUV는 GM의 탄소배출 제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 모델이다. 150kW(킬로와트)급 고성능 싱글 모터 전동 드라이브 유닛을 탑재해 최고출력 204마력(ps), 최대토크 36.7kgf.m(킬로그램포스·미터)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1회 충전 시 403㎞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최적의 열 관리 시스템을 통해 효율과 배터리 수명을 극대화했으며 급속충전 시 1시간만에 전체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차량 하부에 LG에너지솔루션의 66kWh(킬로와트아워) 대용량 배터리 패키지를 수평으로 배치해 무게 중심을 낮추면서 주행 안정성을 확보하고 조종 성능을 최적화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제외한 볼트EUV의 가격은 4490만원(프리미어)이다. 보조금을 수령할 경우 3000만원대에서도 구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겐 車 온라인 판매는 '그림의 떡'
테슬라 모델Y 온라인 구매 장면./사진=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캡처테슬라 모델Y 온라인 구매 장면./사진=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이미 테슬라는 '완전 온라인 판매' 체계를 갖췄고, 한국GM이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그림의 떡'이다. 차량 판매를 전담하는 '딜러 노조(판매 노조)'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가 확대될 경우 오프라인 딜러 매출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현대차 (231,500원 ▲500 +0.22%)·기아 (109,700원 ▼2,500 -2.23%)는 노조 반발로 온라인 판매를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현대차가 경형 SUV '캐스퍼(프로젝트명 AX1)'를 노조와 협의 후 온라인 고객직접판매(D2C) 방식을 채택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캐스퍼는 '광주형 일자리'로 알려진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위탁생산해 '차량 판매 방식을 노조와 협의한다'는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 조항과는 별개 사안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 브랜드도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려는 추세지만 테슬라·한국GM처럼 완전 온라인 판매는 아직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에 올리기만 하면 '완판' 사례가 쏟아지는 BMW 스페셜 에디션 차량들의 경우, 차량 선택과 계약금 납부까지만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최종 계약은 오프라인 딜러를 거쳐야 가능하다.

'판매 노조'가 없어 온라인 판매가 가능했던 한국GM…"이제는 국내 업계도 변화해야"
볼트EV와 볼트EUV 정면볼트EV와 볼트EUV 정면
테슬라와 한국GM이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다른 방향을 갈 수 있는 이유는 '판매 노조'가 없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자동차 판매를 시작할 때부터 100% 온라인 판매였고, 한국GM은 판매 직원을 따로 고용하고 있지 않아 '차량 판매 전략'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차량 오프라인 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대리점과 한국GM 본사의 계약 방식도 다른 국내 완성차 브랜드와는 완전히 다르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판매 직원을 '직고용'하는 타 브랜드와 달리 한국GM은 대리점 대표와 '판매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프랜차이즈 식당들처럼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인 것이다. 한국GM 대리점의 판매 사원(카매니저)도 본사가 아닌 대리점 대표가 직접 면접 등을 통해 선발한다. 기초적인 브랜드·제품 교육 정도만 본사가 담당한다. 200여개 대리점이 모인 '전국대리점발전연합회'가 있지만 판매 노조와는 지위가 다르다.

이번 볼트EUV 판매가 호실적을 거둘 경우 업계 내에서 온라인 판매에 대한 논의가 다시 재점화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미 온라인 판매를 여러차례 시도하다가 노조의 반대로 현재까지 차일피일 미뤄진 형국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동차는 오프라인 딜러가 있어야만 잘 팔린다'는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지만 테슬라의 등장으로 완전히 깨졌다"며 "글로벌 경쟁 시대인만큼 이제는 국내 완성차 업계도 변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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