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일감 몰아주기' 4년만에 내달 결론...'시간끌기 소송' 지적도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1.08.2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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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공동취재사진) 2021.08.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공동취재사진) 2021.08.12. [email protected]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받는 하림에 대한 제재 여부를 다음 달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하림 조사에 착수한 것은 이미 만 4년이 넘었다. 심의에서 위법 판단이 나올 경우 대규모 과징금 부과, 김홍국 하림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림 계열사들, '올품' 부당지원했나
하림 '일감 몰아주기' 4년만에 내달 결론...'시간끌기 소송' 지적도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 달 중 하림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심의(전원회의)를 열기로 잠정 계획을 세웠다. 전원회의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9월 15일 또는 29일 개최가 유력하다.



공정위는 하림이 계열사를 동원해 하림 총수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올품'을 부당 지원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회장이 2012년 김준영씨에게 올품 지분 100%를 물려줬는데, 이후 하림 계열사들이 정상적인 수준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해 올품이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하림은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이었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첫 대기업 타깃'이었다. 공정위는 2017년 중순 하림 조사에 착수해 1년여 기간 동안 수차례 현장조사를 했고, 2018년 말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하림 총수인 김홍국 회장에 대한 고발 조치 의견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내달 전원회의를 열고 하림의 위법성을 가리면 조사 착수 후 4년여 만에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다만 공정위는 9월 심의 일정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상가격 자료 보여달라"...2년 반 걸린 열람 소송
하림 CI/사진=하림 홈페이지하림 CI/사진=하림 홈페이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사건은 조사 착수 후 심사보고서 발송까지만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하림 사건은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지 약 1년 반 만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림이 심사보고서를 받은 이후 잇달아 '자료 열람·복사 거부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결국 마무리까지 총 4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됐다.

하림은 2018년 말 공정위로부터 심사보고서를 받은 이후 '정상가격'을 산정하는 데 활용한 자료를 보여달라며 공정위에 자료 열람·복사를 요청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 간 '상당히 유리한 조건' 거래가 이뤄졌을 때 사익편취로 제재할 수 있는데, 이 요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일종의 시장가격이 정상가격이다.


공정위는 하림이 요청한 자료에 타기업 영업비밀이 포함됐다는 이유 등을 들어 열람·복사 요청을 거부했다. 이후 하림의 소송과 법원의 판결, 이에 따른 공정위의 경정 심사보고서 발송과 하림의 두 번째 소송 제기 등이 이뤄졌다. 올해 초 서울고등법원이 공정위에 "일부 자료를 하림에 공개하라"고 판결하면서 소송전은 겨우 막을 내렸다.

사익편취 여부 판단 시 정상가격 산정이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기업의 열람 소송을 '정당한 방어권 행사'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시간 끌기용'으로 열람 소송을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심의가 늦어지면 자료를 검토·보완해 공정위 주장에 반박할 논리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며 "정부가 재벌개혁에 드라이브를 거는 시기에는 '소송을 이용해서라도 당장의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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