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꿈꾸며 출범한 경기관광공사, 수난시대 접어든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21.08.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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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경기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 숙제 안고 출범, 음식평론가 황교익씨 사장 내정에 정치권에서도 논란

'바르셀로나' 꿈꾸며 출범한 경기관광공사, 수난시대 접어든 이유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음식평론가 황교익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하면서 경기관광공사가 사상 초유의 수난을 겪고 있다.

경기관광공사는 2002년 5월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주5일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경기도에도 내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한다는 필요에 따라 출범했다. 출범 당시 경기관광공사는 스페인 카탈루냐 주정부 바르셀로나 관광재단을 롤 모델로 삼았다. 당시 타당성 검토자료를 보면 경기관광공사가 바르셀로나의 홍보와 마케팅 등 각종 업무수행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담겨 있다. 당시 바르셀로나 관광재단은 쇼핑시티와 버스투어 사업 등을 통해 스페인을 제2의 관광대국으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범 이후 한국관광공사의 경영평가는 한 마디로 무난한 편이다. 최근 5개년간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경영실적평가에서 한국관광공사는 2015~2018년 실적까지 '다' 등급을 받았고 가장 최근인 2019년 실적은 '나' 등급을 받았다. 행안부의 경영실적평가는 '가'가 가장 높은 등급이고, '마'가 가장 낮은 등 등급이다. 코로나19가 번지기 전인 2018년 기준 전체 1534만여명의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14.9%인 228만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경기도를 방문했다.



공기업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방관광공사는 다른 지방공기업에 비해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이 사건이 그만큼 낯설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역대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중앙정부 관료출신들이 많다. 경기관광공사 초대 김종민 전 사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문화체육부 차관을 거쳤다. 황준기 전 사장 역시 행정고시를 합격한 여성부 차관 출신이었고, 임병수 전 사장은 문화관광부 차관보 출신이다. 2대 신현태 전 사장은 관료는 아니지만 국회의원 출신이었으며, 홍승표 전 사장은 경기도 비서실장으로 경기도 광주군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지역 전문가로 꼽힌다.

이외엔 민간에선 김문수 전 사장이 에버랜드 부사장 출신, 이선명 전 사장은 기자 출신으로 SBS뉴스텍 대표이사를 거쳐 임명됐다. 다만 민선6기 남경필 도지사 시절 임명된 이 전 사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반년 만에 사퇴했고, 이재명 도지사 이후 최근까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사장 자리에 앉았다. 어쨌든 이번 사장 내정 전까진 별다른 논란이 없이 임명된 자리였다.



특히 경기관광공사는 이번에 사장 공개 모집을 진행하면서 응시요건(응모자격)을 크게 완화해 뒷말이 나온다. 지난 7월 19일 공사는 공사 홈페이지 입찰·채용 게시판에 사장 공개모집 공고를 올리고 지난 3일까지 지원서류를 접수했다. 공고 내 응모자격은 △관광 마케팅·개발 또는 공기업 분야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분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품성을 갖춘 분 △추진력, 소통, 공익성을 조화시킬 능력을 갖춘 분 △대외적 교섭능력이 탁월하신 분 △변화·개혁지향의 사업능력을 갖춘 분 중 하나의 요건을 갖추면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는 현재 국실장급 공무원을 모집할 때와 마찬가지로 2018년 에는 공무원 또는 민간 근무경력 15년 이상이나 관련분야 경력 8년 이상 학위에 따라 관련 경력을 완화해주는 식이었다.

다만 지자체장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는 지방공기업 사장 임명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어려운 과제이다. 이상철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는 "절차적으로 보면 지방공기업의 특성상 시장이나 도지사의 권한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지방공기업은 지자체와 협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장 자리에 아무나 뽑을 수도 없지만 너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기도 쉽지 않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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