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공포' 겁먹은 코스피…4개월 만에 3100선 무너졌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08.1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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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약 4개월 만에 코스피 3100선이 무너졌다. 미국의 테이퍼링 우려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루 만에 2% 가까이 하락했다. 코스닥도 1000선 아래로 밀리면서 두 시장 모두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61.10포인트(1.93%) 내린 3097.83으로 마감했다. 장 초반 약보합권에서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키우면서 3100선 아래로 밀렸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31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4월 1일(3087.40) 이후 처음이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연내 테이퍼링을 시사한 게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이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위원이 경제가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개선된다면 올해 테이퍼링을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준이 9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하고 올해 내로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실제 시행 시기는 빠르면 10월에서 12월까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물가 목표는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고용 지표 결과에 따라 실제 시행 시점이 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 (24,000원 ▼50 -0.21%)(8.88%), SK바이오사이언스 (60,100원 ▲200 +0.33%)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주가 대체로 부진했다. 삼성전자 (77,800원 ▼1,400 -1.77%)(-1.08%), SK하이닉스 (182,000원 ▲2,100 +1.17%)(-1.44%), NAVER (184,300원 ▼4,300 -2.28%) 등 코스피 1~3위 종목이 모두 1%대 하락했다.

현대차 (243,000원 ▲1,500 +0.62%)(-2.82%), 기아 (113,600원 ▼500 -0.44%)(-3.37%), 현대모비스 (226,000원 ▼1,000 -0.44%)(-3.56%) 등 자동차 종목들도 일제히 빠졌다. 업종별로는 기계(-5.09%), 건설업(-4.45%), 철강·금속(-4.40%) 등이 특히 하락했다.


테이퍼링 우려가 불거지면서 외국인은 이날 역시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날 개인이 8011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293억원, 4159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9일 이후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순매도 금액은 모두 8조원이 넘는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되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도 다시 반등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2 원 오른 1176.2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미국발 테이퍼링 우려가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 의사록에서 조기 테이퍼링 논의가 확인되면서 유동성 환경이 변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며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전반에서 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긴축 성향이 짙어지고 테이퍼링 시점과 규모, 속도가 확정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이달 들어 거래량, 거래대금 등이 줄었다는 기술적인 요인도 시장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테이퍼링 이슈는 이미 상당히 선반영된 만큼 하락 폭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지영 연구원은 "지금의 악재는 예상치 못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악재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이 감소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금 레벨에서는 매도보다 관망이 적절하며, 그동안 못 담았던 업종이나 종목의 밸류에이션을 체크하면서 진입 준비를 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코스닥은 29.93p(2.93%) 내린 991.15로 마감했다. 6월 16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1000선 밑에서 마감했다. 17일(-2.86%)에 이어 이날 역시 3% 가까이 급락하는 등 낙폭이 가파르다.

개인이 2655억원 순매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91억원, 1021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2.89%), 셀트리온제약 (96,500원 ▼1,600 -1.63%)(-3.41%), SK머티리얼즈 (402,900원 ▼10,100 -2.45%)(-5.66%), CJ ENM (85,300원 ▼3,300 -3.72%)(4.61%) 등이 하락했다. 펄어비스 (38,900원 ▲1,600 +4.29%)는 7.66% 상승하면서 코스닥 5위로 올랐다.

전날 뉴욕 3대 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07% 내린 4400.27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08%, 0.89%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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