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하림 손 들었지만..물류센터 '용적률 800%'는 여전한 불씨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21.08.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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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하림 손 들었지만..물류센터 '용적률 800%'는 여전한 불씨


서울시가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 인허가를 부당하게 지연했다는 하림그룹의 문제제기에 따라 진행된 감사 결과, 감사원이 '절차 상 문제'를 지적하며 하림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는 하림 측이 추진해 온 사업개발 계획 내용에 정당성을 주는 것은 아니어서, '용적률 800%' 적용 등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상태다.

감사원 결과로 하림의 사업계획까지 정당화?…'인허가'는 별개 사항
감사원은 지난 18일 서울시에 "앞으로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 인허가 업무를 처리하면서 정책방향을 정한 경우에는 합리적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는 등 정책추진에 혼선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해달라"며 기관주의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는 감사원의 지적은 본격적인 인허가 절차를 밟기 전 사전검토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절차가 시작되면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 주무부서인 서울시 물류정책과는 "하림에서 사전 심의 성격으로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것 외에 본격적인 절차는 아직 시작도 안 됐다"며 "앞으로 산단절차간소법 등 관련 법에 규정된 절차에 맞게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절차를 지키는 것과 하림 측이 추진해온 사업계획 인허가는 별개의 사항이다. 감사원은 행정 절차를 지키라는 것이지, 하림의 사업계획 내용이 정당하다고 인정해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단간소화절차법은 산업단지 개발 절차를 간소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특례법으로, 도시계획·교통영향평가심의 등 각종 심의를 통합함으로써 절차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 법을 적용받아 하림 소유의 서초구 양재동 부지는 도시첨단물류단지시범단지로 선정됐다.

절차대로 해도 서울시 심의 거쳐야…원안 고수 시 갈등 반복 가능성
하림그룹이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모습. /사진=뉴스1하림그룹이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모습. /사진=뉴스1
절차와 기간은 대폭 줄어들지만, 서울시에서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은 그대로다. 인허가권 역시 서울시에 있다. 시범단지로 선정됐다는 것 자체만으로 용적률이나 높이 등이 확정되는 것 아니다. 따라서 개발계획 수립 과정에서 서울시의 입장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림이 서울시와 의견 차이를 보였던 사업계획 원안을 고수한다면 심의에서 같은 갈등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고 해서 그동안 유지해 온 입장을 180도 바꿀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앞서 하림은 해당 부지의 용도가 상업지역인 만큼 상한 용적률인 800%를 적용해 최고 70층 높이의 건물을 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R&D(연구·개발) 공간을 비롯해 물류, 판매, 주택, 호텔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당시 서울시는 용적률 800% 적용이 어렵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이곳을 상업지역으로 지정한 목적은 화물차를 위한 유통업무설비를 짓기 위해서이지 용적률 800%를 적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주변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최대 용적률 400% 이하로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의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갈등을 벌써부터 우려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 본다"며 "절차를 밟아가며 하림 측과 원만하게 합의를 이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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