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CNN 여기자에게 "얼굴 가려라"…촬영팀에 소총 겨눠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1.08.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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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의 국제뉴스 수석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가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현지에서 생방송을 진행중인 모습 /사진=CNN 화면 갈무리CNN의 국제뉴스 수석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가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현지에서 생방송을 진행중인 모습 /사진=CNN 화면 갈무리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현지를 보도하는 미국 CNN의 여성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가 생방송 도중 탈레반으로부터 "얼굴을 가려라"는 외침을 들었다. 워드가 속한 방송촬영팀의 프로듀서는 아이폰으로 카불 국제공항 주변 영상을 찍다가 2명의 탈레반 조직원으로부터 권총으로 맞을 뻔하기도 했다.

CNN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워드는 까만색 히잡을 쓰고 온몸을 가린 옷을 입은 채 방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생방송 도중 탈레반 조직원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고, 이 중 채찍을 든 한 남자는 워드에게 "얼굴을 가려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과 말하지 않겠다"고 소리쳤다.



이 남자는 자전거 도난방지를 위한 금속줄을 변형해 채찍으로 쓰고 있었고, 길 가다가 걸리는 사람들을 그 채찍으로 때렸다.

워드는 현지 분위기 때문에 히잡을 썼는데,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아프간에서는 과거 통치기 때처럼 부르카를 써야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부르카는 얼굴을 포함(눈 부위는 망사 형태)한 신체 모든 부위를 가리는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이다.



AK-47 소총을 든 탈레반이 CNN팀에 총을 겨누는 바람에 방송팀은 급히 다른 곳으로 대피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총으로 맞는 일은 없었다. 다른 탈레반 일원이 와서 이들이 이곳에서 '취재를 허가받은 언론인'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워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솔직히 더 많은 사람들이 아주 심하게 다치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길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탈레반 조직원이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사진=CNN 화면 갈무리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길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탈레반 조직원이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사진=CNN 화면 갈무리
워드는 이날 "공항 근처에서는 계속 총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공항에는 미국인들 및 아프간 전쟁 중 도움을 준 대가로 특별 비자를 받으려는 아프간인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4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날 기자 주변으로는 생방송 도중 아프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들 가운데는 미국 영주권(그린카드)가 있다며 영주권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었고, 비행기 예약을 했지만 비행기가 없어서 타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워드는 "어떤 사람은 자신이 캠프피닉스(아프간내 미군 기지)에서 통역사로 일했다면서 제발 미국으로 가게 해달라고도 했다"면서 "정말 마음이 찢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피하는 사람들을 처리하는 데 순서도 없고 일관성 있는 시스템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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