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진단키트 상반기 수천억 흑자 냈지만…깊어지는 미래 먹거리 고민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1.08.19 15:11
글자크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속 수요 감소 변수로
사업 영역 확장·제품군 확대 통해 중장기 경쟁력 제고

K-진단키트 상반기 수천억 흑자 냈지만…깊어지는 미래 먹거리 고민


국내 주요 진단키트 업체들이 2년 연속 상반기 최대 실적 경신에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속 주춤해진 성장세에 중장기 경쟁력 제고 필요성이 높아진 탓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진단키트 업체인 씨젠 (21,900원 0.00%)에스디바이오센서 (10,090원 ▲80 +0.80%) 등은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연간 실적 경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씨젠은 상반기 매출액 6555억원, 영업이익 33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3.8%, 61.9% 증가한 수치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상반기 매출액 1조9595억원을 기록하며 2조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9667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증권업계는 두 기업의 올해 매출 전망치를 1조2440억원, 3조4300억원로 보고 있다. 양사 모두 사상 최대치다.

하지만 양사 내부 고민은 적지 않은 상태다. 폭발적 매출 성장 기반이 된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 등의 백신 접종률 증가에 따라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매출액 4417억원, 영업이익 257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씨젠의 실적은 올 1분기 매출액 3518억원, 영업이익 1939억원으로 꺾인 뒤, 2분기 매출액 3037억원, 영업이익 1442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만 1조179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에스디바이오센서 역시 2분기 매출액 7804억원을 기록하며 30% 이상의 매출 감소를 보였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에 따른 진단키트의 수요 감소로 풀이된다. 양사 모두 코로나 진단키트를 통해 폭발적 외형 성장에 성공한 만큼,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하락세 역시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백신 접종률 상승에 의한 진단수요감소에 따라 내년 코로나 (진단)키트 매출 감소 추세 예상은 합리적"이라며 "코로나 키트 매출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전략 가시화에 달린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양사는 향후 사업영역 확장과 제품군 확대 등으로 경쟁력을 제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델타와 람다 변이 바이러스를 비롯한 변수에 진단키트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향후 불가피 할 추가 수요감소에 적극 대응하기 위함이다.


씨젠은 '분자진단 대중화'를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혈액과 소변 등을 통한 유전자 정보 분석으로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분자진단이 현재 일부 대형 대학병원과 연구소 등에서만 가능하다는 한계를 넘어 로컬병원에서도 가능하도록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 진단할 수 있는 진단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단기적인 수요 대응 역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씨젠 관계자는 "(백신 접종 확산에 따라)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줄어들 수 있지만 150여개에 달하는 그외 제품들의 매출 규모 역시 코로나 확산 이전 대비 2~3배 이상 성장한 만큼, 단순히 코로나 진단키트를 대체할 방안이라기 보다는 궁극적 목표인 분자진단 대중화 차원에서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신속 항원진단방식과 높은 정확도의 PCR(유전자증폭) 방식을 결합한 현장분자진단기기 'M-10'을 3분기 내 출시할 계획이다. 8월 해외 시장에 우선적으로 선보인 뒤, 10월 국내 출시가 목표다. 기존 진단키트 대비 수치화 된 객관적 진단으로 정확도를 높여 확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기기를 통해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B·C형 간염 바이러스(HBV, HCV),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1), 결핵 등의 진단도 가능하다. 이미 개발을 완료한 각 질병별 전용 시약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M-10 출시에 따른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TOP